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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읽기 좋은 날

2018
99

Vol 10. 육지와 바다, 민물의 3중주 충청남도

땅과 민물, 바다의 3중주, 충청남도 ③

향토 미식 로드 _ 태안 자염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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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태안 자염의 비밀, 낭금개펄

소금은 정체성이 또렷하다. 때때로 특유의 쓴맛이 감돌기도 하지만 짠맛이 압도적이다. 반면 전통 소금의 뿌리인 자염은 확연히 다르다. 미묘하게 바다향이 나고, 고운 입자에서 전해지는 섬세하고 은근한 짠맛의 차이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소금기에 녹아든 개펄의 지난 흔적 즉 키토산과 아미노산, 칼슘 등으로 이뤄진 유기물이 맛이 ‘있는(有)’ 소금을 만들어내는 것. 해수와 개펄에서 우러난 바다의 풍미를 담아 음식의 식감과 맛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사진으로 보는 ‘소금’

전통 소금의 뿌리인 자염은 일반 소금과 확연히 다르다
미묘하게 바다향이 나고, 고운 입자에서 전해지는
섬세하고 은근한 짠맛의 차이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일제 치하 전까지 태안과 아산만을 비롯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전국 개펄에선 조금(조수가 가장 낮은 때, 대개 매월 음력 7, 8일과 22, 23일) 때면 부지런히 펄밭을 일궈 자염을 수확했다. 특히 풍부한 일조량과 리아스식 해안, 서해안에선 드물게 청정 해역인 태안반도는 양질의 자염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자연 조건. 조선 초기 문헌인 「탁지지」(인조 16년 편찬, 조선 호조의 옛 사례를 모은 책)에도 ‘태안은 염정(자염을 생성하는 소금우물)이 많고, 서산은 염정이 적다’란 기록이 등장할 만큼 국내 4대 소금 생산지 중 하나로 꼽혔다.
태안 자염은 예로부터 통조금(통자락) 방식을 썼는데 지난한 노동과 철저한 분업이 뒤따랐다. 먼저 염벗(소금가마)의 주인인 ‘벗주’를 중심으로 각각의 통자락(소금우물)을 소유한 5~6명의 ‘염한이’가 소금가마에 불을 떼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간쟁이’. 펄밭 가래질과 써래질, 덩이질, 나래질 등을 비롯해 간통에 모인 함수를 수차례 지게로 나르는 일까지 오만가지 막노동에 빠짐없이 동원됐다. 조금 기간(짧은 조금 5일, 긴 조금 8일) 내내 바닷물이 완벽히 빠져나가 펄이 바짝 말라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자염. 현재 조금 때 물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갯벌은 태안의 ‘낭금갯벌’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풍부한 일조량과 리아스식 해안, 서해안에선 드물게 청정 해역인 
태안반도는 양질의 자염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자연 조건
특히 국내 4대 소금 생산지 중 하나로 손꼽혔다

전통적인 통조금 방식은 개펄에 깊이 1.5m 원추형 구덩이를 파고, 그 가운데 말뚝을 둥글게 박아 통자락과 간통(바닷물을 모으는 통)을 만드는 게 1단계. 조금 길이(기간)에 따라 매일 두세 번 이상 간통 주변(통자락) 흙을 고르고 부드럽게 다지는데, 사흘 정도 지나면 질척했던 펄의 수분기가 증발해 소금기가 허옇게 올라온다. 진흙빛 땅이 백색으로 나타날 즈음 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의 조짐이 보이는데, 이때 간통을 촘촘히 밀봉해 잘 말려둔 개펄 흙을 구덩이에 다시 채우는 나래질을 한다. 단 간통의 바닥은 흙을 바르지 않고 터진 상태로 둔다. 마침내 편평하게 메워진 개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모습을 갖추면 금세 밀물이 들어온다. 
사리로 시작된 제2라운드. 하얗게 말라 농도가 짙어진 개펄 흙이 바닷물을 머금었다 내놓고, 개펄의 소금기를 빨아들인 바닷물은 흙 알갱이 사이로 스며들다 통자락을 뒤덮는다. 간통 위로 차오른 물이 잿물 받치듯 아래로 내려가면 삼투압 현상으로 짠물은 위로 올라간다. 2~3일에 걸쳐 간통에 모아진 함수의 염도는 보통 바닷물(3.5%)보다 5~6배 이상. 자연의 섭리와 과학의 신비를 제대로 이해한 선조의 지혜로, 통자락은 갯벌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소금우물’인 셈이다. 이렇게 축적된 소금물을 세찬 불로 몰아 때다 은은한 불로 8~10시간 달이면 소금 즉 자염이 나온다. 3톤의 함수를 달여 고작 60~70㎏ 정도의 소금을 얻을 수 있으니, 과거는 물론 요즘도 귀해 고급 소금으로 불릴 만하다. 

전통적인 통조금 방식은 개펄에 깊이 1.5m 원추형 구덩이를 파고, 그 가운데 말뚝을 둥글게 박아 통자락과 간통(바닷물을 모으는 통)을 만드는 게 1단계. 조금 길이(기간)에 따라 매일 두세 번 이상 간통 주변(통자락) 흙을 고르고 부드럽게 다지는데, 사흘 정도 지나면 질척했던 펄의 수분기가 증발해 소금기가 허옇게 올라온다. 진흙빛 땅이 백색으로 나타날 즈음 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의 조짐이 보이는데, 이때 간통을 촘촘히 밀봉해 잘 말려둔 개펄 흙을 구덩이에 다시 채우는 나래질을 한다. 단 간통의 바닥은 흙을 바르지 않고 터진 상태로 둔다. 마침내 편평하게 메워진 개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모습을 갖추면 금세 밀물이 들어온다. 
사리로 시작된 제2라운드. 하얗게 말라 농도가 짙어진 개펄 흙이 바닷물을 머금었다 내놓고, 개펄의 소금기를 빨아들인 바닷물은 흙 알갱이 사이로 스며들다 통자락을 뒤덮는다. 간통 위로 차오른 물이 잿물 받치듯 아래로 내려가면 삼투압 현상으로 짠물은 위로 올라간다. 2~3일에 걸쳐 간통에 모아진 함수의 염도는 보통 바닷물(3.5%)보다 5~6배 이상. 자연의 섭리와 과학의 신비를 제대로 이해한 선조의 지혜로, 통자락은 갯벌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소금우물’인 셈이다. 이렇게 축적된 소금물을 세찬 불로 몰아 때다 은은한 불로 8~10시간 달이면 소금 즉 자염이 나온다. 3톤의 함수를 달여 고작 60~70㎏ 정도의 소금을 얻을 수 있으니, 과거는 물론 요즘도 귀해 고급 소금으로 불릴 만하다. 

하얗게 말라 농도가 짙어진 개펄 흙이 바닷물을 머금었다 내놓고, 
개펄의 소금기를 빨아들인 바닷물은 
흙 알갱이 사이로 스며들다 통자락을 뒤덮는다
이렇듯 통자락은 갯벌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소금우물’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가 부족한 전쟁 물자인 소금을 대량 생산하려 대만의 천일염 제조법을 들여오면서 전국적으로 자염은 사라져갔다. 여기에 1960~70년대 대규모 간척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어느 개펄이든지 염전(천일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한편 당시 부실 공사로 제방(방조제)이 터진 태안군 근흥면의 ‘낭금갯벌’만 염전이 되지 못했는데, 다행히 이 터를 기반으로 1998년 역사 속에서 사라져가던 ‘태안 자염’을 태안문화원에서 3개년 복원 프로젝트로 재현해냈다. 이후 2002년 간쟁이 출신 아버지를 둔 태안문화원 정낙추 부원장이 영농조합법인 농부와 소금가마(당시 소금 굽는 사람들)를 세우며 자염의 공식적인 생산을 시작했고, 마침내 2013년 남양주에서 열린 ‘슬로푸드 국제 대회’에서 <맛의 방주>에도 등재시켰다. 

한식 아카이브로 보는 ‘소금가마’

영농조합법인 농부와 소금가마
A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1331번지 
T 041-672-3001, 010-3431-9829
W www.saltpeople.com

* Mini Interview *
간쟁이의 혼을 이은 대대손손 소금쟁이

할아버지는 고생 많았던 그 시대의 간쟁이였다. 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태안 자염을 부활시킨 이는 아버지. 숙명처럼 받아들인 소금쟁이의 삶. 여전히 펄떡이는 개펄의 숨결을 이어받은 손자는 할아버지가 그랬듯, 아버지가 그랬듯 같은 자리에서 전통을 지키고 있다. 

1. 전통 소금, 자염을 만드는 일은 일종의 가업인가?  
1998년 아버지께서 태안문화원 이사로 계시며 ‘태안 자염 복원 프로젝트’를 준비하실 때부터 함께했다. 사료와 구전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나가면서 자염의 역사적·영양학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개척하시려는 길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 자염은 끓이는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바닷물을 끓이면 모두 자염이 되나? 
무작정 바닷물을 퍼 불을 때면 소금을 얻을 순 있지만 두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첫째 가성비가 낮다. 둘째 소금이 맛이 없다. 그래서 선조들이 고안한 방법이 바닷물을 펄 흙에 투과시켜 염도를 높인 다음 그 물을 퍼 달이는 것.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염도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맛과 질의 변화가 오묘하게 일어난다. 즉 무엇이든 받아들여 정화시키는 갯벌의 신비를 소금에 담는 것이다. 

3. 철저하게 태안의 전통 통조금 방식으로 자염을 만들고 있나? 
전통을 기본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을 개발했다. 펄 흙을 퍼 탱크에 담고 바닷물을 부어 함수를 받아낸 뒤 끓이는 것. 요즘도 써래질로 개펄을 다지는 건 사람 몫으로 대량 생산을 목표에 두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원칙은 지킨다. 조금이 길 때를 찾아 양질의 개펄 흙으로 최고의 자염을 만드는 것. 그렇게 16년째 태안 자염의 품격을 지키고 있다. 

에디터 전채련 사진 윤동길, 가스트로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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