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10. 육지와 바다, 민물의 3중주 충청남도
땅과 민물, 바다의 3중주, 충청남도 ②
향토 미식 로드 _ 우럭젓국
멋 부리지 않은 맑은 탕, 우럭젓국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태안 근교 항구에서 우럭 말리는 손길이 바빠진다. 가장 대중적인 어종 중 하나인 우럭은 모든 해안에서 잘 잡히지만, 특히 서해안에 많이 서식한다. 그중 태안과 서산 태생의 맛이 유독 뛰어난데, 낮은 수온에서 자라나 움직임이 활발하고 거센 물살을 거스르며 살아남아 살이 단단하다 못해 탱탱하다. 광어와 함께 대표적인 양식 어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겨울에 교미해 다음 해 봄까지 알을 품어 늦봄에 새끼를 낳는다. 몸 안에서 부화해 새끼를 낳는 특성으로, 5~6월 무렵이면 영양분과 지방을 가장 많이 비축하고 있다. 즉 이때가 맛이 가장 탁월하다는 이야기. 태안 사람들은 우럭을 회는 물론 찌거나 조리거나 찌개로 끓여 버라이어티한 조리법을 즐겼다.
우럭은 특히 서해안에 많이 서식한다
그중 태안과 서산 태생의 맛이 유독 뛰어나다
낮은 수온에서 자라나 움직임이 활발하고
거센 물살을 거스르며 살아남아 살이 단단하다 못해 탱탱하다
예로부터 그물만 내렸다 하면 만선을 이룬 우럭잡이는 생물로 모두 소진할 수 없어 해풍에 말려 두고두고 먹었다. 요즘도 서부시장 근처에 가면 우럭 덕장의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우럭포를 뜨는 데도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데, 먼저 비늘을 깔끔하게 제거 후 등 쪽을 갈라 내장을 제거할 것. 이렇게 손질한 우럭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태안산 천일염을 슬슬 뿌려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단 이때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윤기도, 본연의 풍미도 잃을 수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우럭 덕장에 하루 이틀 정도 두면 꾸덕꾸덕하게 잘 마르는데, 이걸로 담백하게 끓인 ‘우럭젓국’이 태안과 서산의 대표 향토 음식이다. 또 가을이면 우럭포를 잘 보관해두었다 제사상에 올리고, 제사가 끝나면 찜 요리로 음복해 일상식처럼 가까이 두었다. 하지만 우럭포의 제 맛을 오롯이 느끼려면 지리를 닮은 우럭젓국이 제일. 끓이면 끓일수록 사골마냥 진국이 우러나와 깊이도, 감칠맛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럭포의 제 맛을 오롯이 느끼려면 지리를 닮은 우럭젓국이 제일
끓이면 끓일수록 사골마냥 진국이 우러나와
깊이도, 감칠맛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골밥상>은 근 10년간 우럭젓국을 끓여온 향토 음식 전문점. 게국지도 안면도에서 가장 처음 선보였을 만큼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사실 우럭젓국은 우럭포의 선도 관리가 관건. 매일 새벽 서부시장에 나가 당일 쓸 우럭포를 사오거나, 직접 낚은 자연산 우럭을 빨랫줄에 널어 해풍에 잘 말린 뒤 즉시 냉동고에 넣고 조금씩 꺼내 쓴다. 쌀뜨물을 기본 육수로 싱싱한 우럭포와 무를 넣어 깔끔하고 시원하게 국물을 우리는데, 양념은 오로지 새우젓으로만 한다. 군더더기 없이 우럭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 청양고추로 칼칼함을 살리고 10분 정도 푹 끓이면 거의 막바지다. 넙적하게 썬 두부를 더해 간이 배이도록 3분간 더 끓이면 완성. 다시 작은 냄비에 옮겨 손님상으로 나가는데, 자리에서 팽이버섯과 파를 올려 뜨겁게 데우며 먹는다. 줄줄이 깔리는 반찬도 매우 정갈한데, 삼삼하게 양념해서인지 우럭젓국과 부드러운 밸런스를 이룬다. 우럭포 하나를 떠내 속살을 발라 먹으니 윤기가 잘잘 흐르고 탄력이 튕기듯 살아 있다. 점점 농도가 깊어지는 국물 맛에 짭조름한 여운. 밥도둑이 따로 없다.
Where to eat?
시골밥상
A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안면대로 3022
T 041-673-8423
H 08:00-21:00
B https://blog.naver.com/ins2767
에디터 전채련 사진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