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10. 육지와 바다, 민물의 3중주 충청남도
바다의 평양냉면, <춘선네> 곰치국

반면 속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사정이 좀 낫다. 관광 도시라 서울내기의 손을 많이 탄 도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커다란 관광 수요가 있어 향토 음식들이 단단하게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속초 음식은 지역색과 함께 미식 관광용으로도 적합해 훌륭한 술안주이면서 해장 음식인 것이 많다. 뼈 씹는 고소함이 돋보이는 가자미 물회, 서울내기들이 좋아하는 새콤달콤 모둠 물회, 포슬포슬한 명태 회냉면, 바다 생선으로 끓인 시원한 생선탕들. 속초는 숙취의 슬픔을 주지만 해장의 기쁨도 준다.


시원하면서도 묵직한‘바다의 평양냉면’
그중 속초 최고의 해장 음식은 바로 곰치국이다. 곰치는 우락부락 못생겼지만 속살은 몽글몽글해 소화하기 쉽다. 생선으로 끓인 국물이라 시원하지만 큰 물고기라 묵직한 맛도 있어 ‘바다의 평양냉면’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곰치는 사촌격인 물고기들과 구분이 어렵고, 지방 따라 지역명과 표준명을 혼용해 구분하기 어렵다. 숙취로 아픈 머리가 더 아플 판이니 조리법만 기억하자. 속초 쪽에선 덩치 큰 못난이들을 칼칼한 맑은 탕으로 끓이고 조금 내려간 삼척과 동해에선 김칫국으로, 영덕 이남에선 맑은 탕으로 끊여낸다.
이 조리법 중 으뜸은 속초식, 특히 <춘선네>의 방식이다. <춘선네>의 할머니는 속초 시청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오랫동안 밥장사를 한 잔뼈 굵은 사장님. 할매의 깊은 주름과 시골 민박 같은 가게를 보면 역사가 족히 50년은 되어 보이는데, 곰치국집은 2000년대 초에 개업했다. 사람들이 곰치국을 찾아 먹기 시작한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2018년 상호와 지역을 모두 바꿨는데 자리는 재개발 때문에, 상호는 다른 이가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상호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와 생선 내장이 만드는 해장의 기술
말이 길었다 <춘선네>로 가보자. 이른 아침, 숙취로 뒤집힌 속을 부여잡고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곰치가 안 잡혀 없는 날도 있다. 도착하면 바닷가 어촌 마을의 한적한 시골집 풍경이 정겹다.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기분이지만 노부부의 접객은 다소 거칠다. 낯선 불친절에 민감한 사람은 동명항 인근의 <사돈집>으로 가면 된다.

앞마당 테이블에 앉아 인원수대로 곰치국을 주문한다. 기다리다 보면 밑반찬을 쭉 깔아 주는데, 찬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달달하면서도 입에 붙는 감칠맛. 딱 술안주 같다. 약을 먹으러 왔다 병을 얻어 갈 판. <춘선네>의 곰치국은 다른 곳에 비해 양이 두 배다. 곰치 살은 부스러지기 때문에 양이 작으면 뼈만 먹는 기분이 들어, 한 그릇 푸짐히 쌓아 놓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할머니의 지론.


한 숟갈 떠본다. 첫 입은 시원한데 이율배반적으로 끝 맛은 묵직하다. 아이스크림으로, 또 피자로 해장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충족한다. 무를 아주 얇게 썰어 시원한 맛이 육수에 잘 스미는 편. 국물을 가만히 보면 다른 집에선 볼 수 없는 희끗희끗한 것들이 떠다니는데 이것이 묵직한 맛의 핵심, 곰치의 내장이다. 곰치의 내장을 아끼지 않고 갈아 국물에 푸는데, 이것이 다른 집에선 따라올 수 없는 <춘선네>의 핵심 기술. 산업 스파이가 기술을 빼낸다 해도 상관없는 것이 인맥이 없으면 원재료인 곰치 자체를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핵심 원료의 독점과 고급 기술을 보유한 해장의 명가. 이 한 그릇을 위해 속초까지 찾아올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Where to Eat?
속초 곰치국 맛집_<춘선네>
A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230
T 033-635-8052
H 07:00-22:00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tterpan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itterpan_i
글·사진 한충희 명예기자(건강한食 서포터즈) 에디터 전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