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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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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9. 남해 품은 食의 바다, 경상남도

남해 품은 食의 바다, 경상남도 ⑧

향토 미식 로드_모시콩죽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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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죽과 쫄깃한 면의 하모니 모시콩죽

남해전통시장엔 죽집이 유독 많다. 봄과 여름엔 콩죽, 겨울철엔 팥죽을 판다. 특이한 점은 죽에 칼국수 면이 들어가는 것. 맑은 멸치 육수에 말아 먹는 칼국수가 익숙한 외지 사람들은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콩죽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일반 죽보다 든든하면서도 속이 편안하다.

손바닥만 한 농토도 그냥 놀리는 법이 없는 남해 사람들은
남시밭('채소밭'의 경남 방언)에 메주콩을 무진장 심었다.
콩은 알아서 쑥쑥 잘 자라 소중한 식량이 되어주었다.

질 좋은 해산물부터 해풍을 맞고 자란 마늘, 시금치까지….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이 이렇게 많은데 웬 콩죽이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해라고 특산물만 먹고 살았던 건 아니다. 1973년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세워져 지금의 남해는 외딴 섬이 아니지만, 그전엔 육지와 물자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먹거리를 자급자족해야 했다. 산지 비율이 높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해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다랭이논과 밭을 일구며 꼭 필요한 먹거리를 길러냈다. 계절에 따라 벼와 마늘을 번갈아 심는 이모작도 필수였다.

손바닥만 한 농토도 그냥 놀리는 법이 없는 남해 사람들은 남시밭(‘채소밭’의 경남 방언)에 메주콩을 무진장 심었다. 콩은 아무 곳에나 심어도 알아서 쑥쑥 잘 자라 소중한 식량이 되어주었다. 이 콩으로 두부를 해 먹거나 메주를 떠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남은 건 잘 보관해두었다 필요할 때 죽으로 쑤어 먹었다.

남해에선 상갓집에서 밤참으로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한 집에서 초상이 나면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을 도와주고
함께 밤을 새운다. 이때 콩죽이나 팥죽을 끓여 야참으로 먹었다.

콩죽은 물에 불린 콩을 곱게 간 후 콩물을 부어 끓이다 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좋은 콩으로 죽을 쑤면 두부처럼 하얗고 뽀얀 색이 나오는데, 여기에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새알로 넣거나 칼국수를 넣는다.

이렇게 죽을 한 솥 가득 끓여놓고 특별한 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특히 남해에선 상갓집에서 밤참으로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한 집에서 초상이 나면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을 도와주고 함께 밤을 새운다. 이때 콩죽이나 팥죽을 끓여 야참으로 먹었는데, 기름진 음식이 부담스러운 밤에 죽만큼 제격인 음식도 없었을 테다.

이 풍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남해전통시장 내 죽집엔 10만원짜리 ‘초상죽’이 꼭 있다. 약 30명이 먹을 수 있는 콩죽이나 팥죽을 한 솥 가득 끓여 집까지 배달해주는 것. 꼭 장례식이 아니더라도 기쁜 일이 있어 지인들에게 한 끼 대접해야 할 때, 남해 사람들은 으레 죽을 배달시켜 먹곤 한다.

모시콩죽은 남해 사람들이 예부터 즐겨 먹던 콩죽에
남해의 주요 농산물 중 하나인 모시를 결합한 신메뉴.
달큼 고소한 죽에 풍덩 빠진 모시국수는 탱글탱글 차지다.

남해전통시장 죽집 중 <설천죽집>에선 ‘모시콩죽’이라는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모싯잎 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칼국수 면을 콩죽에 넣은 것. 모시 또한 남해에서 많이 생산되는 작물 중 하나다.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했던 섬마을 시절, 어머니들은 모시로 가족의 옷을 손수 지었고, 남은 모싯잎으로 떡을 해 먹었다. 모시콩죽은 남해 사람들이 예부터 즐겨 먹던 콩죽에 남해의 주요 농산물 중 하나인 모시를 결합한 신메뉴인 셈.

모싯잎은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 모싯잎에 함유된 칼슘은 우유의 48배에 달하며 식이섬유와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여기에 최고의 단백질 덩어리인 메주콩을 더했으니 이보다 완벽한 영양 식품이 또 있을까. 맛도 훌륭하다. 달큼 고소한 죽에 풍덩 빠진 모시국수는 탱글탱글 차지다. 여름엔 모시냉콩국수도 큰 인기. 진하지만 걸쭉하지 않은 콩물과 탱탱한 모시면의 조화로 더위와 갈증이 어느새 사라진다.

Where to eat?
설천죽집
A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화전로 110
T 055-864-1180
H 08:00-17:00(단, 재료 소진 시까지)

사진 출처_남해군농업기술센터

Tip. 남해의 겨울철 별미, 팥국수

남해에선 예로부터 팥으로 죽을 쑤어 칼국수를 넣어 먹었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만든 면 반죽은 팥국수의 맛을 더욱 고소하게 만든다. 면은 일반 면보다 더 굵고 오동통한 편. 팥 특유의 달콤한 맛은 속을 따뜻하고 편하게 해준다. 팥은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혈액순환과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철분이 풍부해 빈혈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소화 흡수를 도와 다이어트와 변비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에디터 정민아  사진 윤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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