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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8

Vol 9. 남해 품은 食의 바다, 경상남도

남해 품은 食의 바다, 경상남도 ⑦

향토 미식 로드_멸치쌈밥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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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길러낸 청정 밥상, 남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보물섬 남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그리고 따뜻한 날씨는 실로 다채로운 식재료를 길러낸다. 바다에선 멸치와 꽁치, 전어, 새우 등 싱싱한 수산물이 차고도 넘친다. 특히 멸치는 한국 사람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반찬. 하지만 물고기만 먹고 살 수 있으랴. 반 이상이 산으로 뒤덮인 작은 섬에서 남해 사람들은 억척스레 산을 깎아 논과 밭을 일구었다. 지금도 계단식 다랭이 논밭에선 벼와 마늘, 시금치가 번갈아 자란다. 땅 한 뼘도 그냥 놀리는 법이 없어 자투리땅에 알뜰하게 콩을 심어 콩죽도 해 먹었다. 끈질긴 생명력이 담긴 자연의 맛, 이게 바로 남해의 밥상 아닐까.

남해가 품은 은빛 보물 멸치쌈밥

“멸치도 생선인가?” 멸치가 작고 볼품없다고 무시한다면 분명 남해의 멸치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다. 남해에서 5월경에 잡히는 멸치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대(大)멸이 수두룩하다. 멸치 조업은 4월 말부터 11월까지 꾸준히 이어지지만 그중에서도 오뉴월에 잡히는 멸치가 제일 맛이 좋다. 산란기를 앞둬 살이 통통하면서도 부드럽기 때문.

남해 멸치는 은빛 비늘이 눈부시게 영롱하다. 
맛은 짜지 않고 고소하며 쫀득쫀득 씹히는 감칠맛이 있다. 

잡는 방식도 다양하다. 배 두 척이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멸치 떼가 보이면 그물을 던져 양쪽에서 끌어당겨 잡는 기선권현망, 그물을 일정한 장소에 설치하고 멸치들이 걸리면 나중에 수확하는 정치망,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두는 원시 어업 형태인 죽방렴 등이 있다.

이렇게 잡힌 남해 멸치는 은빛 비늘이 눈부시게 영롱하다. 맛은 짜지 않고 고소하며 쫀득쫀득 씹히는 감칠맛이 있다. 왜 유독 남해 멸치가 맛있는 걸까? 남해 앞바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그래서 다른 지역 바다보다 염도가 낮다. 또 따뜻한 기후 덕분에 물고기의 먹이인 플랑크톤과 해초류가 풍부하게 자란다. 멸치를 포함한 각종 물고기가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육지와 남해섬 사이의 바닷물길은 좁아 해수의 흐름이 빠르다. 열심히 헤엄치지 않는 멸치는 먼 바다로 흘러가버린다. 결국 남은 건 거센 물살에 단련된 1등 멸치들. 좋은 영양분을 먹고 자라며 열심히 운동하니 육질이 탱탱하고 쫄깃할 수밖에.

남해 사람들은 갓 잡은 멸치는 즉석에서 다듬어 
막걸리를 삭힌 재래식 식초에 버무려 먹었다. 
봄철 떨어진 입맛을 살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새참거리가 있으랴. 
된장에 묵은지와 멸치를 넣고 끓여 찌개로도 먹었다.

남해 사람에게 멸치는 식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재료로 갓 잡은 멸치는 즉석에서 다듬어 막걸리를 삭힌 재래식 식초에 버무려 먹었다. 봄철 떨어진 입맛을 살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새참거리가 있으랴. 된장에 묵은지와 멸치를 넣고 끓여 찌개로도 먹었다. 된장은 멸치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탁월한 양념. 여기서 비롯된 멸치쌈밥은 된장에 통째로 조린 멸치를 쌈에 싸 먹는 음식이다.

죽방렴으로 유명한 지족해협을 품은 남해군 삼동면. 이 마을엔 멸치쌈밥이 맛있기로 이름난 식당들이 모여 있다. 경상남도 농촌진흥청에서 ‘농가맛집’으로 선정한 <농가맛집 新남해 어부림>도 그중 하나. 남해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고집하고 화학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으며 직접 담근 멸치액젓과 장으로 맛을 낸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맛에 눈이 번쩍 떠진다.
가시까지 부드럽게 씹히는 멸치살이
매콤 짭조름한 된장 양념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멸치쌈밥은 재료 준비부터 섬세하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멸치 몸통을 손으로 살살 비벼 비늘을 제거해준다. 이후 된장을 물에 풀어 양파를 썰어 넣고 한소끔 끓인다. 이렇게 물이 끓을 때 멸치를 넣어야 비린내가 덜 난다. 마늘과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다시 끓인 후, 이 집의 특제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뿌려준다. 마지막으로 멸치 비린내를 잡아주는 깻잎을 잘게 찢고, 깨소금을 뿌리면 완성. 구수하고 얼큰한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주인장은 멸치쌈밥을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손수 쌈을 싸주었다. 우선 상추 두 장을 손바닥에 놓는다. 상추에 멸치액젓과 매실액, 된장 등을 섞은 이 집의 비법 쌈장을 슬쩍 바른다. 그 위에 밥 한 숟가락을 얹고, 된장에 조린 멸치를 국물과 함께 올려 싸 먹으면 끝.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맛에 눈이 번쩍 떠진다. 가시까지 부드럽게 씹히는 멸치살이 매콤 짭조름한 된장 양념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오뉴월의 대멸과 신안 천일염으로 숙성시킨 
이 집의 멸치액젓은 모든 음식에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일등공신이다.

이 집의 멸치회무침도 맛보지 않고 가면 서운하다. 멸치회에 직접 담근 식초와 매실액, 초장, 채소 등을 넣고 쓱쓱 버무렸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고소한 멸치와 찰떡궁합. 밑반찬도 하나 버릴 게 없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멸치액젓. 오뉴월의 대멸과 신안 천일염으로 숙성시킨 이 집의 멸치액젓은 모든 음식에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일등공신이다.

Where to eat?
농가맛집 新남해 어부림
A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126
T 055-867-3362
H 09:00-21:00

Tip. 맛깔나는 남해 밥상의 비법이 '멸치액젓'이라고?

김장을 하거나 반찬을 만들 때, 혹은 국을 끓일 때 꼭 필요한 멸치액젓. 특히 남해의 봄 멸치로 담근 멸치액젓은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로 전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된다. 신선한 생멸치와 간수(황산마그네슘)를 제거한 천일염을 75대25의 비율로 혼합해 약 2년간 숙성해 발효시킨다. 충분히 숙성된 멸치액젓은 맑고 붉은빛을 띤다. 김치를 비롯해 나물무침, 생채를 요리할 때나 각종 국을 끓일 때 조미료 대신 사용하면 좋다.

에디터 정민아  사진 윤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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