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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7

Vol 8. 자연 그래도 제주食

자연 그대로 제주食 ⑦

향토 미식 로드 _ 된장 자리물회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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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 자리돔과 구수한 된장의 만남 된장 자리물회

물회는 제주인의 여름철 밥상에서 가장 흔한 메뉴였다. 고된 물질에 집안일까지 도맡은 제주 해녀들은 조리 과정이 간단한 음식을 선호했는데, 특히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이나 해조류로 간편히 만들 수 있는 물회를 즐겨 먹었다. 물회에 주로 사용한양념은 날된장. 육지 사람이 된장국에 밥 말아 먹듯, 제주 사람은 된장 물회에 보리밥을 말아 먹었다.

물회에 주로 사용된 양념은 날된장. 
육지 사람이 된장국에 밥 말아 먹듯 
제주 사람은 된장 물회에 보리밥을 말아 먹었다

고추장으로 물회를 먹는 동해 지역과 달리, 고추와 고춧가루가 귀한 제주에선 된장 양념으로 물회를 해 먹었다. 제주에서 자란 고추는 단맛이 강해 병충해를 심하게 입었다. 그러다 보니 고추가 빨갛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주로 풋고추로 수확해 먹은 것. 빨간 고추로 만드는 고춧가루는 특별한 날 먹는 음식에만 조금 뿌릴 수 있었다. 대신 콩 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된장을 양념으로 자주 썼다. 물회뿐 아니라 나물 무침, 국, 조림 등의 양념에도 주로 된장을 활용했다.

제주 사람은 ‘물회’ 하면 응당 ‘된장 자리물회’를 떠올린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인 자리돔은 평생 제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이름이 자리돔이다

제주 사람은 ‘물회’ 하면 응당 ‘된장 자리물회’를 떠올린다. ‘자리’는 자리돔을 가리키는 제주 말. 자리돔은 제주에서 가장 흔히 잡히는 생선 중 하나인데, 요즘 들어 점점 귀해지고 있다. 자리돔은 산호초나 암초가 많은 연근해에 모여 산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인 자리돔은 평생 제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이름이 자리돔이다. 서귀포 보목 포구 주변의 자리돔은 보목 바다 앞에만 살고, 모슬포항 주변 자리돔도 그곳에서만 살다 죽는다. 두 지역의 해류 세기와 먹이가 달라서인지 자리돔의 맛도 조금씩 다르다. 흔히 모슬포항의 자리돔은 크기가 커서 구워 먹기 좋고, 보목 바다 앞 자리돔은 뼈가 부드러워 날로 썰어 먹는 물회에 알맞다. 그래서 서귀포항이나 보목포구 주변 마을엔 자리물회 식당이 많다.

자리돔이 뼈째로 오도독오도독 씹혔다. 
꼭꼭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왔다.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한여름의 갈증이 한방에 사라졌다

그중 서귀포시 천지동에 자리한 <삼보식당>은 된장 자리물회와 전복 뚝배기 등을 33년째 팔아온 곳. 된장 자리물회의 조리 과정은 심플하다. 우선 자리돔의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 굵게 썰어 식초에 버무린다. 그리고 오이, 무, 깻잎과 함께 된장, 식초, 깻가루, 후추, 설탕, 마늘 등의 양념을 한다. 제주 향토 물회는 된장만 넣지만, 요즘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고추장을 조금 섞기도 한다. 여기에 찬물을 부으면 완성. 제주 사람은 추가로 제피나무 잎을 뿌려 매운맛을 즐기기도 한다. 제피나무 잎은 후추보다 더 강한 향과 맛을 낸다.

한 대접 받아든 된장 자리물회. 한 입 떠먹으니 자리돔이 뼈째로 오도독오도독 씹혔다. 가시가 좀 걸렸지만, 꼭꼭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왔다. 국물은 톡 쏘는 새콤함과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된장 특유의 향이 동시에 느껴졌다. 후루룩 마시니 한여름의 갈증이 한방에 사라졌다.

Where to Eat?
삼보식당
A 제주도 서귀포시 중정로 25 
T 064-762-3620
H 08:30-20:30

에디터 정민아  사진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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