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2018
96

Vol 7. 소박한 낭만 밥상, 강원도

소박한 낭만 밥상, 강원도 ⑤

향토 미식 로드 _ 강릉 사천 물회

2023/11/13 00:00:00
|
487

생기 넘치게 꿈틀대는 동해 사천 물회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물회를 떠올린 순간 뱃속이 얼어붙듯 서늘해진다. 일찍 찾아온 여름, 살얼음 서린 국물 한 그릇이 간절하다. 강릉 바다에서 푸짐하고 실한 회를 찾는다면 사천진리항으로 향할 것. 깨끗한 모래와 바위가 전부인 고즈넉한 항구에선 싱싱한 가자미와 우럭, 양미리, 문어, 전복, 멍게, 성게 등이 쉴 새 없이 뛰논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즐비한 크고 작은 횟집들. 한데 이 동네에선 활어회보다 물회가 주인공이다. 십여 개 물회집이 모인 자그마한 마을. 대개 사천항의 보물을 수북이 담은 ‘스페셜 물회’를 메인 디시로, 전복미역국이나 섭국을 곁들인다. 인근 주문진항의 오징어도 대표적인 물회의 특급 재료다.

사실 여름 별미 물회는 가난에서 출발했다.
국수 면발보다 가늘게 자른 회에
고추장과 참기름 등 기본양념을 넣고,
물을 부어 훌훌 마신 것이 사천의 물회가 됐다.

사실 여름 별미 물회는 가난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후반 고기잡이 나가는 어부의 도시락엔 삶은 감자 몇 개와 고추장이 고작이었다. 갓 잡아 올린 생선 중 팔지 못할 B급은 대충 회를 떠 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 하루는 채 썬 회를 물에 말아 고추장을 풀어보니 맛도, 포만감도 훌륭했다. 이후 국수 면발보다 가늘게 자른 회에 고추장과 참기름 등 기본양념을 넣고, 물을 부어 훌훌 마신 것이 사천의 물회가 됐다. 술술 넘어가는 보드라운 생선살과 얼큰달큰한 육수가 기본. 기름 낀 속을 청량하게 헹궈 산뜻한 여운을 안긴다.

<사천 물회 전문>은 상호 그대로 물회 요리 전문점. 사천물회마을의 구심점으로 8년째 변함없는 맛과 전통을 지키고 있다. 입구에서 반기는 오징어 무리의 춤사위. 바다 속을 유영하듯 수족관 사이를 오가며 싱싱한 몸놀림을 뽐낸다. 물회의 비법은 누가 뭐래도 육수. 동해안에선 고추장으로, 남해안이나 제주 지역에선 된장으로 간을 하는데, 가게마다 육수의 황금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직접 담가 저온고에 숙성한 매실청으로 당도를 다시 조절하는데,
매실의 신맛은 식초 대용으로도 쓰인다.
특히 물회는 찬 음식으로, 따뜻한 성질의 매실이
냉기를 보듬어 음식의 궁합을 맞춘다.

<사천 물회 전문>의 원칙은 당도 10% 유지. 숙성한 배로 1차 당도를 7~8%로 맞추고, 갈아 만든 배즙으로 당도를 5% 정도 올린다. 여기에 직접 담가 저온고에 숙성한 매실청으로 당도를 다시 조절하는데, 매실의 신맛은 식초 대용으로도 쓰인다. 특히 물회는 찬 음식으로, 따뜻한 성질의 매실이 냉기를 보듬어 음식의 궁합을 맞춘다. 당도가 완성되면 소금과 고춧가루, 고추장 등으로 감칠맛을 더해 실온에서 3일 정도 1차 숙성시킨다. 초벌로 살짝 익은 육수를 다시 숙성 기계에 넣어 2차 숙성 시기에 돌입, 대략 7~10일이 소요된다. 이때 농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발효 시 술이나 식초 같은 맛을 낼 수 있어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다.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육수의 첫맛은 혀끝으로 훅 들어오는 짜릿한 달콤함. 톡 쏘는 새콤함이 이어지면서 막걸리를 닮은 발효향이 은근한 취기를 부른다.

육수 맛을 오롯이 품으려면
제철 진객으로 꾸민 스페셜 물회가 베스트.
사천진리항에서 잘 잡히는 해삼과 전복, 멍게, 성게를 기본으로
참가자미, 놀래미, 광어나 우럭 등의 활어가
너른 바다처럼 들어 있다.

육수 맛을 오롯이 품으려면 제철 진객으로 꾸민 스페셜 물회가 베스트. 사천진리항에서 잘 잡히는 해삼과 전복, 멍게, 성게를 기본으로 참가자미, 놀래미, 광어나 우럭 등의 활어가 너른 바다처럼 들어 있다. 매끈한 회 한 점을 들어 올리자 쫄깃하게 튕기는 식감. 콧등치기 국수처럼 후루룩 마시면 국물 속에 잠긴 횟점이 쏜살같이 튀어오른다. 생기 넘치게 꿈틀대는 바다향. 회를 건져 먹은 후 면이나 밥을 말면 뱃속이 절로 두둑해진다. 따끈한 전복미역국으로 전해지는 동해의 온기. 이 맛에 사천항을, 강릉을 찾는 것 같다.

Where to Eat?
사천 물회 전문
A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진리항구2길 9
T 033-644-0018, 010-5374-3688
H 09:00~20:00 (넷째 주 월요일 휴무)

Tip 1. 전국 팔도 물회 열전 
① 전남 된장 물회
어린 농어나 돔의 속살을 시큼한 열무김치와 된장, 매실, 막걸리 식초 등과 함께 맛깔나게 버무려 낸다. 원래 ‘된장 물회’는 어부들이 가져간 김치가 배에서 시어버리자, 갓 잡은 생선과 된장을 한데 섞어 먹으면서 유래했다. 남도의 진미로 장흥에서 맛볼 수 있다.

② 제주 톳 물회
제주 사람들이 바다의 불로초로 부르는 톳. 불린 톳을 각종 채소와 섞어 초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맞춘 후 깨를 뿌려 낸다. 아삭한 채소와 톳의 조화가 일품.

③ 울릉도 독도새우 물회
울릉도에선 독도새우로 물회를 만든다. 각종 채소와 고둥, 독도새우에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넣으면 완성. 울릉도식 물회는 육수 대신 물을 넣어 새우 맛과 양념 맛을 최대한 살려 먹는다.

에디터 전채련  사진 윤동길

페이지 만족도 조사 및 업무담당자 정보

업무담당자

이 페이지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