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6. 게미 있고 곰삭은 멋, 남도 풍류
게미 있고 곰삭은 멋, 남도 풍류 ④
향토 미식 로드 _ 광주 송정리 떡갈비
남도 산해진미가 모여드는 광주
광주는 남도 중심 도시답게 ‘광주 5미’인 무등산 보리밥과 남도 한정식, 오리탕, 떡갈비, 김치뿐 아니라 굴비정식, 상추튀김, 육전 등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즐비하다. 특히 같은 메뉴를 전문으로 다루는 맛집 거리가 많아 어딜 가든 산해진미를 누릴 수 있다. 오가는 이들의 구수한 사투리에 정이 한가득. 올드 타운과 뉴 타운의 교차도 낯설지 않다. 1913송정역시장과 대인예술시장, 남광주밤기차야시장엔 젊고 감각적인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다. 장르가 다양한 먹거리의 향연. 광주색 진한 가스트로노미를 찾아 나서봤다.
갖은 정성으로 품격을 올린 광주 송정리 떡갈비
광주는 예부터 나주와 함평, 영광 등 인근 마을을 잇는 길목으로 주변 특산물이 송정리 5일장에 모여들었다. ‘송정리 떡갈비’는 1950년대 최처자 할머니가 송정리 시장에서 비빔밥과 떡갈비를 처음 선보이며 탄생했다. 푸짐하게 빚은 떡갈비가 명물이 되면서 1970년대엔 떡갈비 거리가 생겼고, 투박하고 친근한 시장 음식이 정성 가득한 명품 요리로 발전했다.
떡갈비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뼛국이 나오는데 흡사 돼지 국밥 같은 비주얼.
돼지 등뼈를 4~5시간 끓여 진하고 푸근하다.
상차림엔 뼛국과 비빔밥이 빠질 수 없다. 떡갈비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뼛국이 나오는데, 흡사 갈비탕과 비슷하지만 소갈비 대신 돼지 등뼈를 4~5시간 끓여 진하고 푸근하다. 신선한 생뼈로 끓여야 맑고 뽀얀 빛깔이 나는데, 뼈 주변에 붙은 살코기가 제법 많아 횡재한 기분이 든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냉면을 주문하듯 송정리에선 비빔밥으로 마무리를 한다. 흔히 아는 비빔밥과 좀 다른데 쌀밥만 미리 고추장에 비빈 채 소고기와 야채를 얹어 손님상에 낸다. 이때 고명으로 올라갈 고기는 익혀 먹을지 생으로 먹을지 고를 수 있다. 현지에선 육회비빔밥을 ‘생비(생고기 비빔밥)’, 고기를 익힌 비빔밥을 ‘익비(익힌 고기 비빔밥)’라고 부른다. 종업원이 건네는 “생비? 익비? 뭘로 하시겠어요?”란 질문에 헤매지 않으려면 현지식 표현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센 불에 구워야 제대로 된 육즙을 즐길 수 있어요.
석쇠에 굽는 게 힘들어 오븐에도 시도해봤는데 그 맛이 영 안 나더라고요.
현재 송정리 떡갈비 거리엔 12개의 떡갈비 전문점이 있다. 광산구청 맞은편에 자리한 <동성 떡갈비>는 돼지 갈빗살과 목살, 대파를 다지고 반죽을 칼로 매만져가며 모양을 납작하게 만든다. 주문이 들어오면 곱게 빚은 떡갈비를 꺼낸 뒤, 배와 마늘, 버섯을 달여 만든 양념을 바르고 석쇠에 올려 7~8분 동안 뒤집어가며 구워낸다. “센 불에 구워야 제대로 된 육즙을 즐길 수 있어요. 석쇠에 굽는 게 힘들어 오븐에도 시도해봤는데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이것이 천혜란 대표가 번거로운 석쇠 구이를 고집하는 이유다.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지만 부드럽게 뜯어 먹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다.
돼지 갈빗살로 만든 광주 송정리 식 떡갈비는
소고기로 만든 것보다 더 부드럽고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이 매력적이다.
곁들이는 반찬으로 채 썬 양파와 부추, 양배추에 홈메이드 특제 겨자 소스를 뿌려 내는데, 쌈 채소에 떡갈비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올린 다음 함께 싸 먹을 때 가장 맛있다. <동성떡갈비> 표 떡갈비는 소고기로 만든 것보다 더 부드럽고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이 매력적이다. 본래 궁중에서 임금이 먹던 음식으로, 남도식 한상차림과 곁들여 손님을 귀족처럼 대접한다.
Where to Eat?
동성떡갈비
A 광주시 광산구 광산로29번길 16
T 062-944-8686
H 09:00~21:30
Tip 1. 남도 떡갈비의 이모저모
전라남도 지역은 동네를 대표하는 떡갈비의 종류가 다채롭다. 궁중에서 일하던 나인들이 임금이 즐기던 떡갈비 문화를 대중에 처음 알렸고, 수도권 양반이 전남으로 유배를 내려와 떡갈비를 널리 알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중 ‘담양 떡갈비’는 15세기 초반에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광주 송정리 떡갈비’와 달리 소고기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 소고기를 다져 납작한 모양으로 빚은 다음 뼈 주위에 둘러 마무리한다. 참숯에 구워 훈연 향을 더하는 것이 포인트. 화순군에선 돼지 갈빗살을 투박한 모양으로 두툼하게 빚고, 해남의 노포로 유명한 <천일식당>은 갈빗살을 모양 그대로 살려 살만 발라 칼집을 낸 형태로 내놓는다.
* 전라남도 떡갈비 대표 맛집 리스트 *
<담양 신식당>
A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담주2길 18-13
T 061-382-9901
<담양 덕인관>
A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담주2길 18-13
T 061-382-9901
<화순 수려재>
A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지강로 558
T 061-374-4400
<해남 천일식당>
A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20-8
T 061-535-1001
에디터 전채련, 이미진 사진 이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