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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 서울에서 찾은 이북의 맛
서울에서 찾은 이북의 맛 ②
향토 미식 로드 _ 평양냉면과 평양만두
까다로움이 빚어낸 심플함 평양냉면

심심한 육수에 무심하게 담긴 메밀 면 위로 얇게 썬 무와 배, 편육, 달걀이 놓인다. 말간 국물과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를 닮아 담백하고 슴슴한 것이 매력이지만, 첫맛에 특별한 매력을 못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북 음식 중 평양냉면 얘기다.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섞은 반죽으로 면을 만들고 서민들은 꿩이나 돼지로,
부유층은 소고기로 육수를 낸 후 땅에 묻어둔 동치미 한 국자를 섞어
한겨울에 차갑게 즐겼다.

오이나 고춧가루 등 고명에 따라 갈래가 나뉘기도 하지만 결국 ‘이북’이란 같은 뿌리를 둔 평양냉면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조선 후기에 쓰인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던 음식. 기온이 낮아 메밀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춘 평양에선 추수가 끝나고 겨울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메밀을 작황하기 시작했다.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섞은 반죽으로 면을 만들고 서민들은 꿩이나 돼지로, 부유층은 소고기로 육수를 낸 후 땅에 묻어둔 동치미 한 국자를 섞어 한겨울에 차갑게 즐겼다.


몸이 잔뜩 웅크려지는 추운 겨울, 이가 시릴 만큼 차가운 냉면 한 그릇을 먹으며 평양인들은 이한치한以寒治寒의 보양식을 즐긴 셈. 어복쟁반 육수처럼 평양냉면도 현재 꿩 대신 소나 돼지, 닭을 사용해 육수를 낸다. 대개 소고기로 육수를 내는 곳이 많은데, 45년여의 역사의 <을밀대>의 경우 무, 다시마, 배 등 각종 채소에 황소 전체 부위를 넣고 10시간 이상 끓인다.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갈래가 나뉘기도 하는 평양냉면에 정답은 없다.
기교를 부릴 수 없어 더 어려운 육수와 까다로운 메밀을 다루는 데
쏟아내는 정성은 어디든 똑같다.




Where to Eat?
을밀대
새터민인 1대 사장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상호를 평양 금수산 마루에 있는 조그만 누각에서 따왔다. 황소 전체 부위를 끓여낸 100% 고기 육수를 사용하고, 메밀 역시 국내산을 고집한다.
A 서울시 마포구 숭문길 24
T 02-717-1922
복을 푸짐하게 싸 먹는 평양만두

설날 남한에선 주로 떡국을 먹는다면, 북한에선 만둣국을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와 채소를 듬뿍 넣고 싸는 것을 복을 싸 먹는 의미로 여겼다. 만두가 중국 한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져 전해온 음식인 만큼 북쪽에 가까울수록 역사가 깊은데, 특히 고려가요 「쌍화점」을 보면 당시 개성에서 이미 만두 가게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평양냉면 덕에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양만두도 덩달아 별미로 자리 잡았다.
겨울엔 진한 육수와 함께 내는 만둣국이 든든한 보양식이 되어준다.
- 「쌍화점」중에서


이북식 만두는 유독 크고 투박한 모양새의 평양만두와 얇은 피에 고기보다 채소를 더 많이 넣어 오밀조밀하게 세련된 모양으로 빚는 개성만두가 대표적이다. 두 만두 모두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이 남쪽으로 건너와 정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특히 평양냉면이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평양만두도 덩달아 별미로 자리 잡았다. 겨울엔 진한 육수와 함께 내는 만둣국이 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는 보양식이 되어준다.

평양만두는 메밀이나 밀로 만든 만두피를 반쯤 물에 적신 후 돼지고기와 두부, 숙주 등의 기본 재료를 가득 넣고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완성하는데, 씻은 김치나 절인 배추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린다. 지금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평양만두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예전엔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김장김치를 넣거나 꿩고기, 산토끼고기, 멧돼지고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3대째 평양 음식을 선보이는 <평미가>는 돼지고기 앞다릿살과 두부, 숙주, 양파, 대파, 버섯, 참기름, 12시간 동안 절인 배추를 모두 갈아 속을 꽉 채운 만두를 만든다. “시 조부모님이 평양에서 <제일면옥>이란 식당을 크게 운영하셨는데, 그 명맥을 이어 받아 배운 방식 그대로 고집하고 있어요. 그게 제일 맛있거든요.”
특별한 재료를 더하기보단 질 좋은 소고기를 우려 담백하고 진한 맛으로 승부를 본다.
만두를 반으로 갈라 만둣국 국물에 촉촉하게 적셔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매일 손님이 드문 낮 시간대에 만두를 빚고 잘 터지지 않도록 하루 동안 숙성한 뒤, 다음날 손님상에 쪄낸다. 만둣국은 소 양지와 사태, 잡뼈에 파 뿌리, 월계수 잎 등을 넣고 끓인 국물에 국간장으로 깊은 맛을 더한다. 특별한 재료를 더하기보단 질 좋은 소고기를 우려 담백하고 진한 맛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특히 만두를 반으로 갈라 만둣국 국물에 촉촉하게 적셔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Where to Eat?
평미가
3대째 평안도 음식의 명맥을 이어온 곳. 채미자 대표가 시댁에서 배운 요리와 레시피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속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빚은 평양만두뿐 아니라 평양온반과 평양냉면, 어복쟁반도 인기 메뉴다.
A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10길 16
T 02-2644-0721
에디터 홍수연, 이미진, 전채련 사진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