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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 시집가는 날, 전통혼례 속 한식문화
지역별 전통혼례음식 이야기 2 - 신랑의 지혜로움과 건강함을 알아보는 '묵'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혼례를 남성과 여성이 부부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통과의례의 한 단계로 여겨 절차와 예를 갖추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혼례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아시나요? <한식 읽기 좋은 날>에서는 제주, 안동, 경주 세 지역 전문가분들로부터 각 지역의 전통혼례와 상차림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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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안동의 전통혼례문화"
- 박장영 학예실장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학예연구담당) -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남녀 두 사람의 결합이고, 두 집의 결합이자 가문의 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례절차는 두 집 간에 복잡하게 이루어지며 그 의미도 특히 깊다. 사람이 태어나서 치루는 관혼상제에는 각각의 상차림이 있다. 혼례식의 대례상에는 수탉, 암탉, 소나무, 대나무, 밤, 감, 대추, 쌀 등을 차린다.
"혼례상차림 속 숨겨진 의미"
수탉과 암탉을 올리는 것은 신부가 암탉이 달걀을 많아 낳는 것과 같이 자식 많이 낳으라는 뜻이고, 수탉은 모이를 발견하면 암탉과 병아리를 불러 먹듯이 신랑도 가족을 챙기라는 뜻이다. 소나무는 늘 푸르므로 부부의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하고, 대나무는 곧은 절개를 상징한다. 무릇 씨앗들은 싹을 트면 삭아 없어지지만 밤은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서 열매가 열려도 땅 속에서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 즉 밤은 조상지상(祖上之象), 자기의 조상과 뿌리를 알라는 뜻이다. 감은 씨앗을 심어도 감이 열리지 않고 고욤이 열린다. 감은 고욤나무에 감나무 새순을 접목해야만 좋은 감이 열린다. 이와 같이 사람도 좋은 스승을 만나야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배울 수가 있다는 의미로 감을 쓰는데 교육지상(敎育之象)이다. 대추는 열매가 많이 열릴 뿐만 아니라 벌레가 먹어도 가을이 되서야 익는다. 그래서 자손지상(子孫之象)의 의미로 자손이 대추처럼 풍성하고, 대대손손 천수를 누리라는 뜻으로 쓴다. 또한 쌀은 평생 먹을 복이 많고, 부자가 되라는 뜻으로 올린다.
다른 의미로는 대추는 씨가 하나이고, 밤은 한 송이에 세알이 들어 있고, 감은 씨가 6개 이며, 배는 씨가 8개 이므로 자기 가문에 한 임금 밑에 삼정승, 육판서, 팔도관찰사가 나라는 뜻으로 대추, 밤, 감, 배를 쓴다고도 한다.
묵 하나의 즐거움
안동지역에서는 신랑의 지혜로움과 건강함을 시험하기 위하여 집안에 따라 도토리묵이나 메밀묵을 올렸다. 이때 묵을 재빠르게 뒤집으면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신부 측에서 의도적으로 묽은 묵을 올리기도 하였다. 신랑이 젓가락으로 집다가 실수하게 하여 하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선조들은 혼례 때 대례상에 올린 식물이나 동물의 습성 내지 특징을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고, 과거제도에 따른 벼슬에 대한 바람도 나타냈다.
박장영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학예연구담당)
안동 최초로 1급 정학예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국립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0년 2월, 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업무를 맡으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7월,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개관에 맞추어 부서를 이동하여 지금까지 근무한다.
박물관 개관 당시 4D 애니메이션 ‘고창전투’ 제작을 비롯해 올해 초에는 원이엄마의 편지를 모티브 한 애니메이션 ‘미투리’를 성공적으로 제작하여 상영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조사연구사업 추진을 통해 서원 향사, 석전대제 등 사라져가는 지역문화유산의 기록에 힘쓰고 있다.
이 글은 필자의 의견으로, <한식진흥원> 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