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22 해외 우수 한식당 <정식당(JUNGSIK)> 인터뷰
한식과 사람들
"한식 파인다이닝의 선두주자"
'정식당(JUNGSIK)'을 소개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뉴욕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정식당은 뉴욕의 1호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한국인 셰프 최초, 미국 내 한식당 최초로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하며 '최초' 수식어를 독점하고 있다.
정식당은 그 이름처럼 정갈한 한식을 선보이며 현지 한식 문화를 선도해 왔다. 한국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레스토랑 전반에 녹여낸 것은 물론, 독창성을 더한 메뉴로 글로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현지 한식 파인다이닝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초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선정한 '2022 해외 우수 한식당'에도 지정됐다.
해외 한식 파인다이닝의 대표주자가 생각하는 한식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식당 총괄 셰프를 거쳐 뉴욕 지점을 운영하는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수영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전세계를 사로잡은 정식당의 '뉴 코리안'
정식당은 2009년 서울 신사동에서 시작했다. 여타 한식당과는 달리, 제철 재료를 활용해 획기적인 한식 메뉴를 개발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전통 한식의 친숙한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이러한 한식을 '뉴 코리안(New Korean)'으로 명명했다. 이어 2011년, 미국 뉴욕에 정식당 2호점이 상륙하면서 뉴 코리안 파인다이닝의 영역을 세계로 넓혀 나갔다.
박수영 디렉터는 서울 정식당과 뉴욕 정식당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주 고객층과 식재료를 꼽았다. 그는 "뉴욕 정식당은 세계 다양한 나라의 고객들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산 식재료는 물론, 뉴욕에서 구할 수 있는 세계 각지의 다채로운 재료까지 더해 현지 입맛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뉴 코리안' 철학은 서울이나 뉴욕이나 변함이 없다. 박수영 디렉터는 "다양한 전통 음식과 문화를 통해 한국을 스토리텔링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 발효음식인 장과 김치, 전통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과 더불어 반찬을 곁들이는 식생활 등 한국만의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산 식재료, 정식당의 뿌리이자 힘
정식당의 메뉴는 눈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재료에서는 친근함이, 조리법에서는 신선함이 묻어 나오기 때문.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그니처 메뉴 '성게 비빔밥'과 '고추장 아이올리를 곁들인 문어 요리' 역시 파래 김, 참기름, 직접 담근 김치 등 익숙한 재료들로 완성된 메뉴다.
이처럼 정식당은 국산 식재료 수급에 공을 들여왔다. 경기 쌀, 해남 김, 완도 전복 등 지역별 특산품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온 것. 박수영 대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국산 식재료 수출 확대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다양한 식자재 공급업체들이 한국 식재료를 수입하고 있다"며,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한국 명인들이 만든 훌륭한 제품까지 뉴욕 현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올해부터는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엄선한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되면서 더 많은 국산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해외 우수 한식당'은 한식 확산 기여도, 음식의 품질, 위생과 식재료 관리 등 다방면의 평가 기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식당으로, 식재료 및 식기류 구매 비용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박수영 디렉터는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 이후 기존에 사용하던 식재료는 물론, 명인들이 만든 품질 좋은 제품까지 공급받게 됐다"며 "금전적인 부담을 덜고 다양한 메뉴 개발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손님이 곧 성장의 원동력" 정식당의 한식 철학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인들이 우선이었던 뉴욕 코리아 타운은 이제 뉴욕의 모든 이가 즐기는 미식 장소로 발돋움했다. 박수영 디렉터는 한식에 대한 해외 인식이 바뀌게 된 데에는 한류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K-pop과 K-drama 등 문화 열풍으로 외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며 "조심스럽지만 지금의 한식은 뉴욕씬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한식의 인기를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식당이지만,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박수영 디렉터는 지난 몇 년간 정점을 찍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가장 큰 고비였다고 회상했다. 외식업체 전체가 침체기를 겪고 있던 시기에 프리미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받은 타격은 더욱 컸을 터. 정식당이 위기 상황에서 선택한 파해법은 '파인다이닝 딜리버리'였다. 박수영 디렉터는 "고객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안고 시작한 배달 서비스였지만, 정식당을 사랑해주신 고객분들과 똘똘 뭉친 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며 "아웃도어 다이닝과 딜리버리 서비스 모두 고객들의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결실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박수영 디렉터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식을 맛있게 즐기는 고객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곧 원동력이자 자양분이다. 박수영 디렉터는 "우리 한식을 진심으로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의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좋다"라며 "소스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드시는 모습, 진실의 미간,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 제스처 등의 반응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과 자부심은 이 직종에 종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뉴 코리안 파인다이닝
'글로벌 한식 홍보대사'로서의 포부도 남다르다.
해외 우수 한식당 첫 지정인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양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수영 디렉터는 "정식당은 뉴욕 최초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최상의 식재료와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서 음식의 퀄리티는 물론, 다양한 방면에서 한식 문화를 전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늘 선두의 자리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 서 왔던 정식당이 선보일 다채로운 뉴 코리안 파인다이닝을 기대해 본다.
정식당 (JUNGSIK)
위치 │ 2 Harrison St. New York, NY 10013
영업시간 │ 일요일-목요일 (5:00PM-9:00PM) / 금요일-토요일 (5:00PM-10:00PM)
사진자료 정식당, 정식당 인스타그램 (@jungsik_nyc, @jungsik_inc), 익스플로어톡 (Explore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