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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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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티 큐레이터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2023/07/31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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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같이 차 한잔 마셔요", "잠깐 티 타임 어때요?"

우리가 자주 쓰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말에 자주 등장하는 '차'. 이럴 때 '차'는 대화, 휴식 등의 의미로 통한다. 그만큼 일상 속의 차는 만남, 여유와 어울리는 그런 말이다. 여기서 잠시 '차'라는 단어 자체에 집중해 보자. 차의 세계는 정말 넓고 깊다. 그래서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티 큐레이터(다예사)라는 전문 직업도 있다.

차의 매력에 빠져 10년 넘게 차를 배우고 또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공부할 게 많다고 하는 이슬기 티 큐레이터. 늘 차와 생활하는 그녀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았다.

익숙했던 차, 새로운 꿈이 되다

한국의 차를 가르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슬기 티 큐레이터의 집은 어릴 때부터 늘 차의 향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차를 전문적으로 배울 생각은 없었다. 

"원래 저는 패션을 공부하려고 유학을 준비 중이었어요.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시간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차는 복합적인 문화라서 공부해두면 유학 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저의 일상에 늘 차가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당시 대학생이던 이슬기 티 큐레이터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들여 다예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은 것 같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커져 그녀는 아예 진로까지 바꾸게 됐다.

"왜 젊은 사람들은 차에 관심이 없을까, 왜 차를 즐기지 않을까 하는 어른들의 고민을 듣게 되었어요. 차 문화 활성화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차 한 잔에 담기는 모든 과정의 의미와 소중함

차 한 잔을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꽤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녀는 한국의 차 중에서도 언제 마셔도 좋은 감잎차를 타 주며 그 단계를 찬찬히 보여 주었다. 찻잎을 넣어 우려내는 주전자 모양의 다관,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식힘그릇인 숙우, 두 개의 찻잔을 준비해 찻상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먼저, 숙우에 더운물을 담아 예열한다. 이는 차의 맛과 향이 더 잘 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다음, 다관에 감잎과 뜨거운 물을 담아 차를 우려낸다. 예열이 된 숙우 안의 물은 버리고, 감잎이 우러난 차를 숙우에 옮긴다. 그리고 숙우에 담긴 차를 찻잔에 나눠 담아 마신다. 

차를 다관에서 바로 잔에 따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우러나는 시간차가 생겨 두 개의 잔에 서로 다른 농도의 감잎차가 담기게 된다. 숙우에서 한 김 식혀내면서 따뜻한 온도의 차를 마실 수 있고, 또 함께 마시는 사람들이 같은 맛의 차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모든 게 빨리빨리 흘러가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차를 마시면 좀 더 나 자신을 챙겨주는 느낌도 들어요. 같은 차라 해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데, 그런 순간의 감성과 경험이 저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쌓여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게 이 일을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해요."

한국의 특별한 차 문화, 지혜를 마시는 대용차

보통 '차'라고 할 때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차로는 녹차가 있고, 요즘은 다양한 발효차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차가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것은 대용차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대용차는 잎이 아닌 다른 것들로 만든 차를 말하는데, 유자차, 모과차, 매실차 등 우리에게 친숙한 차들이 여기에 속한다. 과일로 청을 만들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차 문화라 할 수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생강차, 소화가 안 될 때는 매실차를 마시잖아요. 이런 차 문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우리 일상에 이미 오래 전부터 녹아져 있던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요즘에는 오미자차를 추천하고 싶어요."

오미자차는 그냥 컵에 마셔도 좋지만, 이슬기 티 큐레이터는 '다완'이라고 하는 차 그릇에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어머니가 담그신 빨간색 고운 빛깔의 오미자청으로 그녀만의 오미자차 즐기는 법을 보여 주었다.

취향에 따라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실 수도 있지만, 다완을 두 손으로 감쌌을 때 느껴지는 온기와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따뜻할 때 오미자 향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운영하는 클래스에서 이 방법을 권해 드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많은 분이 평소에 마시던 오미자차보다 훨씬 더 향기가 잘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더위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원기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좋은 오미자차를 이렇게 마시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슬기 티 큐레이터는 '차가 일상이 될 때'라는 말을 좋아한다. 일상 속의 차 한 잔은 차분한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녀가 차를 좋아하고, 또 알리고 싶은 이유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바쁘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차나 식사를 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라는 의미인 '일상다반사'의 '다'도 차를 가리킨다. 이렇듯 밥을 먹고 차 한 잔 즐기는 일은 우리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오늘부터 차와 함께 한 템포 쉬면서 향기로운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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