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봄이니까 나물이다
[컬러풀 한식] 푸르른 봄나물 이야기

커피의 쓴맛을 즐기게 되는 때는 인생이 그보다 더 쓰다는 걸 알게 된 다음일지 모른다. 어릴 때는 손이 안 가던 나물의 쌉싸름함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산에서 들에서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자란 나물의 생명력이 인생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강인한 봄나물은 종류도 무척 많다.
냉이나 달래처럼 봄의 전령사 같은 나물이 있는가 하면, 더 짙은 향기로 봄의 절정에 어울리는 곰취, 두릅, 머위, 방풍나물도 있다. 그리고 봄을 마무리해 주는 세발나물까지, 이렇게 초록 빛깔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나물의 매력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탐구해 보려고 한다. 나물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두산백과, 네이버백과

비빔밥의 주인공은 나야 나! 봄나물!
음식보다 여백이 더 많은 접시 위의 스테이크 한두 점 입에 넣고 집에 돌아온 여주인공이 양푼 하나 꺼내 들고 찬밥에 각종 나물과 김치,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 한 바퀴 둘러 쓱싹쓱싹 비벼 먹는 장면. 한 번쯤 본 적 있는 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다.
그렇게 갖가지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은 몸과 마음까지 채워 주는 신비로운 음식이다. 스트레스 받을 때 정갈하게 차려 먹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 모를 초록색 나물들을 양푼에 한가득 넣고 빨간색 고추장 넣고 팍팍 비벼서 푹푹 크게 떠먹어야 하는 것이 '국룰(국민 룰. 불문율을 뜻하는 유행어)'이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밥은 물론 고추장도, 참기름도 다 필요하지만 갖은 양념으로 잘 버무려진 나물과 밥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리고 각종 나물을 보면 왠지 비벼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만 보더라도 비빔밥의 주인공은 나물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올 봄은 영양까지 꽉 채워진 봄나물 잔뜩 넣은 비빔밥으로 헛헛함을 채워보자.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한 봄나물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봄나물은 봄의 시작을 알려 주는 나물부터, 늦은 봄에 먹으면 좋은 나물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냉이나 달래로 싱그러운 봄의 향기를 맡고 나면, 취나물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하는 곰취, 곰취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머위, 바닷가 모래에서 잘 자라는 방풍나물, 그리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가 좋아한다고 해 유명해진 두릅이 봄의 절정에 더 짙은 향기로 찾아온다.
이렇게 다양한 봄나물은 어느 시기에 채취해서 먹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철을 놓치면 안 되는 나물이라 더 매력적이다. 잊지 말자. 나물도 타이밍이다.

달래
달래는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채소로, 매운맛과 상큼한 맛을 동시에 내는 개성 있는 나물이다. 입맛이 없을 때나 춘곤증에 좋고, 빈혈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냉이 나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냉이 나물과 달리 뿌리부분에 동그란 알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곰취
곰취는 깊은 산속 곰이 먹는 나물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로 고원이나 깊은 산의 습지에서 자란다. 어린잎을 따서 쌈으로도 먹고, 억세진 곰취 잎으로 장아찌를 해 먹기도 한다. 특유의 쌉싸름함과 은은하게 풍기는 상큼한 향이 매력적이다.

머위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가장 먼저 먹는 식물이라고 하는 머위는 꽃이 피었다 지고 난 이후 4~5월이 제철이다. 언뜻 보면 곰취와 비슷해 보이지만 곰취와는 다르게 잎사귀에 광택이 없다. 풍미가 좋아 곰취와 함께 봄철 입맛 돋우는 데 아주 좋은 나물이다.

방풍나물
방풍나물은 풍을 예방한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과거에는 약재료로도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음식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중금속을 해독해 주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어 봄에 먹으면 더없이 좋은 나물이다.

두릅
두릅은 사포닌, 비타민 A와 C, 칼슘, 섬유질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한 것처럼 약간 까칠한 맛과 향, 식감이 느껴지지만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는 마성의 나물이다. 별다른 양념 없이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 두릅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세발나물
봄을 마무리하며 먹기 좋은 나물도 있다. 바로 세발나물이다. 바다 속에 세발낙지가 사는 것처럼 세발나물도 바닷가에서 염분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바다의 짭짤한 맛과 향이 매력이다.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혈액순환과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은 것이 특징이다.
어우러질수록 더 맛있어지는 나물의 신비
나물은 한 가지만 먹어도 좋지만, 여러가지를 같이 먹을 때 더 깊은 맛이 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에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아홉 가지의 나물을 먹었고, 흔히 비빔밥에도 다양한 나물들이 하나의 그릇에 들어가 무질서하게 섞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각자 고유한 맛과 향이 있지만 고집스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섞일 때 매력이 배가 된다. 혼자 잘났다고 하지 않는, 기꺼이 다른 나물의 맛도 수용하며 더 좋은 맛을 내는 나물이라니 기특하기까지 하다. 나물들은 산에서, 들에서도 함께 어울려 자란다. 더불어 사는 삶의 이치를 나물에서 배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협력할 때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나물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챙겨주는 초록빛 봄나물로 우리 집 식탁을 물들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