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50. 한식, 문화가 꽃피다
빛깔 고운 한식, 한식을 탐하다
한식의 즐거움
한식은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그 안에 자연의 이치와 철학이 담긴 음식문화다. 오방색(五方色)으로 상징되는 한식은 오랜 역사동안 누적돼 오며 우리 민족 고유의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 문화를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흔히 한식을 말할 때 다채로움과 건강함을 설명하지만 그 이유는 어떤 것이고 사상적 근거는 무엇인지 대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오방색을 들어 알기 쉽게 이야기해본다.
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한식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색상이란 한 나라와 한 민족의 역사성과 생활상의 특징을 내포한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는 청·백·적의 3색. 용의 나라 중국은 적색, 우리나라는 청·적·백·흑·황 등 다섯 가지 색의 조화로움을 갖는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색을 오방색이라 일컫는다.
우리 조상은 식재료를 크게 다섯 가지 색상으로 구분하고, 이를 골고루 조화시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마음을 다스리고 오장육부가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잡채나 구절판을 살펴보면 재료들이 오방색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국수나 떡국 등 백색 음식에도 오방색 고명을 얹어 섭취하도록 했다. 아마도 편식하지 말고 균형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라는 조상의 말씀 같다고 하겠다. 비단 음식뿐 아니라 의복문화에도 오방색이 크게 관여한다. 설 전날에 아이들에게 입힌 오방장 두루마기는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의 소원을 담았고, 혼례식 날 청홍색 보자기와 연지곤지, 검정 혼서지 등은 갓 부부의 연을 맺은 남녀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다섯 가지 색깔에서 찾은 한식의 근원
우리 민족의 오방색은 음양오행으로 일컬어지는 독특한 사상적 기반으로 오래도록 생활사에 깊게 스며들었다. 민족과 함께 수천 년 이어온 한식에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천연의 재료들로 빚어진 음식들이 각기의 색상의 맞춰 오방을 나타내고, 이것은 인간의 몸에 이롭게 작용하도록 배치됐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에서 단순한 색상만이 아니라 방향, 기운, 계절을 의미한다. 흑(黑)색은 지혜와 죽음(재생)을 뜻하고, 백(白)색은 진실과 순결, 자연을 상징한다. 적(赤)색은 탄생과 정열, 애정을 의미하고 청(靑)색은 생명과 창조, 소원을 뜻한다. 황(黃)색은 사계와 중앙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은 이러한 분류를 통해 식재료를 선택했는데, 각 색상에 담긴 뜻은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다.
이 식재료들은 오래전부터 친숙하게 여겨온 것들로, 조상들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해 건강을 유지해왔다. 이는 현대의 ’컬러푸드‘와 비견될 만한 것이다. 또한 색상에 따라 음양오행을 엮은 독특한 사상을 기반하는 음식문화를 구축했다. 가령 백색인 떡국과 국수에 오색 고명을 올리거나 산적, 구절판에 색동 고명을 입히는 등 음양오행에 순응하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했다. 누구나 즐겨 먹는 비빔밥은 계란 노른자를 가운데에 놓고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청·적·백·흑색 나물로 장식하고 비벼 먹음으로써 오장육부가 건강해짐을 기원했다. 신선로의 경우 석이버섯, 호두, 은행, 황밤, 실백, 실고추 등 오방색 재료를 얹고 국물을 부어 끓여내어 음양오행의 기운을 모두 담는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현대에 새롭게 조명되는 음식과 색깔
색은 시각적인 이미지의 역할뿐 아니라, 연상 작용을 통해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색이 주는 연상과 느낌을 통해 특정 색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백색은 항복과 평화, 적색은 사랑을 뜻하는 식이다.
현대의 식생활에 와서 색은 단순히 보기 좋은 요리 디자인에 활용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양학적인 특징과 기능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발전했다. 식물의 색에서 찾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에 주목하면서 천연색이 갖고 있는 건강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파이토케미컬이란 식물 속의 천연물질로, 항산화와 항염, 해독 등 작용을 한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블랙푸드, 그린푸드, 옐로우푸드 등을 기억해보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식생활을 가질 때 현대인의 성인병, 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널리 홍보된 바 있다.
현재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차원에서 오감을 느끼며 즐기는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다. 이것을 생각해보면 앞서 컬러푸드를 실천하고 내재화한 우리 조상에게 탄복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식이야말로 다양한 식재료들이 각각 고유한 맛을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인 예술이자 선진적인 문화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방색의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음식들을 골고루 섭취해 자연에 순응하고 건강을 유지해왔다. 이제 색을 통해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 철학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식문화의 계승과 확산에 노력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