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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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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7. 죽순 - 전라도

전문가에게 듣다

2020 푸드 트렌드: 익숙함 속에서의 새로움

2020/05/26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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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푸드 트렌드
"익숙함 속에서의 새로움"

 

글. 엄하람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연구원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푸드비즈니스랩 소장

 

뉴밀리어 감성
Newmiliar, New + Familiar

혼란의 2020년 상반기를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음식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감성은 무엇일까?
올해 우리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 출간한 ‘푸드 트렌드 No.3’에서는 그 키워드를 ‘뉴밀리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소비성향을 일컫는 “뉴밀리어 Newmiliar; New+Familiar” 감성이다.

올해 초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우울한 상황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로 등장한 ‘달고나 커피’ 속에도 뉴밀리어 감성이 녹아 있다. 달고나는 학창 시절 만들어 먹던 경험이 있어서 익숙하며, 커피 또한 현대인들의 ‘잠 깨움’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매우 익숙하다. 익숙한 두 식품이 ‘400번 젓기’라는 행동으로 조합되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달고나 커피가 탄생했다. 이처럼 익숙한 범주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상은 대한민국 내 식품 카테고리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소비현상이 감지되고 있으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 사진. 도서출판 이김

제품을 섭취하는 상황을 확장하는 ‘새로움’
닭가슴살과 젤리

먼저,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살펴보자. 주부 장바구니 데이터는 농촌진흥청에서 수집하고 있는 주부와 가족을 포함한 2,386가구의 4년(’15-‘18년) 간의 식품 구매 영수증 데이터이다. 장바구니 속 크고 작은 변화들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닭가슴살 상품 구매액의 정체이다. 전형적인 다이어트 식품으로 자리 잡은 닭가슴살은 2017년 이후 정체되어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닭가슴살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일까? 둘 다 아니다. 익숙함을 넘어서 질려버린 닭가슴살 단품 가공식품은 소비를 늘리지 않고 닭가슴살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다채로운 형태로 변형한 핫바, 샐러드, 간편식 등의 형태로 샐러드 전문점 및 편의점에서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익숙함만 있는 단순한 식품은 정체하거나 감소한다.

주부 장바구니 속에서 과자류는 다소 증가한 수준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젤리류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독특한 현상은 구매 고객에서 4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자녀를 위한 간식 목적도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섭취하려는 목적으로 구매를 늘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맛’을 위해서 주로 섭취하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젤리류에 ‘기능’이라는 새로움이 가미된 신제품들이 많이 출시된 것이 큰 몫을 한다. 카페인을 첨가한 기능성 젤리, 숙취 해소 성분이 첨가된 젤리, 심지어는 한방 젤리 등 성인들을 겨냥한 젤리들의 등장으로 젤리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역시 뉴밀리어 현상이다. 새로움은 제품을 섭취하는 상황 (T.P.O: Time, Place, Occasion) 를 확장한다.

한식 발전의 새로운 형태 ‘냉동밥’
 

국내에서 가장 핫한 식품 카테고리라 하면 ‘간편식 Ready Meal’이 빠질 수 없다. 간편식 시장은 역동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는 카테고리는 냉동식품이며, 그중에서도 냉동밥이다. 냉동밥 시장은 ‘12년(89억 원) 대비 ‘18년(1,000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면에는 냉동식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가 마음의 문을 연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독 냉동식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냉동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긴 유통기한과 편리함, 그리고 신선한 식감이 유지되는 급속냉각 기술에 의한 관능적 품질의 개선 등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한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밥을 냉동한 냉동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냉동 볶음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중 익숙한 식재료인 ‘새우’를 활용한 볶음밥에 대한 선호가 높고, 최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냉동 볶음밥과 나물 비빔밥 등이 출시되고 있다. 냉동밥은 한식 발전의 새로운 형태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익숙함만 존재할 냉동밥 시장에 누가 먼저 새로움을 확보하여 변화구를 던질지 기대된다.

간편식의 최종 진화 격인 ‘밀키트'
meal-kit

간편식의 최종 진화 격인 ‘밀키트 meal-kit’야 말로 가장 뜨거운 핫이슈이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정량의 식재료가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별도로 소포장 되어 있으며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가 포함되어 있다. 밀키트는 귀찮은 것은 싫지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를 배경으로 출현했으며,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양적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의 밀키트만 하더라도, 2019년 10월 기준 270여 개에서 2020년 5월 기준 710여 개를 돌파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식재료를 포함하는 밀키트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단기간 내 매우 큰 증가 폭이라고 볼 수 있다. 밀키트의 중요한 방향성 중 하나는 집밥을 제대로 먹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한식메뉴이다. 익숙한 한식이야말로 새로운 밀키트의 형태를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적합하다.

밀키트의 절반 이상은 한식이며, 한식 중에서도 뜨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찌개전골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한식 국물 음식 식재료를 잘 손질해서 하나의 키트로 모아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매력적인 가치를 제안하고 있다. ‘국물’이 국민에게 주는 의미는 제대로 밥 한 끼를 먹었다는 심리적 만족감인 동시에 붉은 육류부터 각종 야채류, 버섯, 두부, 소시지, 그리고 치즈까지 다양함을 포용할 수 있는 한식 발전의 새로운 형태라는 점이다. 새로운 밀키트의 형태에서 익숙한 한식은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있다.

사라질 것 같았던 ‘김장의 증가’
 

한식을 논하면서 김치가 빠질 수 있을까? 김치는 대한민국 국민의 DNA 속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 상에서 한국인이 보기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식사라는 제목으로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가 한 끼 식사로 차려진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한국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서 “라면을 먹는데 김치를 주지 않는다.”라는 유머까지 있을 정도니 김치에는 한국인의 문화 DNA가 녹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술 게임으로서 ‘김치 게임’도 있다. 김치로 전혀 담그지 않을 것 같은 채소를 이야기하고 구글에 검색해보고 해당 김치가 나오면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실례로, 아스파라거스 김치도 있으며 두리안 김치도 있다. 이처럼 김치는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자 식재료이며 젊은 사람들의 놀이문화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김치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완성 김치의 구매를 늘리고 있다. 간편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여 반찬을 줄여나가는 트렌드에 따라, 한 그릇 음식과 딱 하나의 반찬인 김치를 놓고 먹는 새로운 식사 형태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젓갈류도 해당이 되며, 둘의 공통점은 유통기한이 길고 짭조름하고 매콤하다는 것이다. 식문화의 변화에 따라 반찬을 섭취하는 형태가 바뀌고 있으며 이 또한 익숙함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비교적 번거롭게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놀랍게도 점점 줄어들어 사라질 것 같았던 ‘김장’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김장철에 구매하는 절임배추의 구매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1회 구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김장’이라는 포털 검색량도 상승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 가족이나 지인들과 모여 김장을 하는 것이 새로운 놀이이자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에게 김장은 익숙하고 11월경 해야 하는 큰 일거리로 생각되어왔다면, 최근에는 친한 지인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김장김치와 잘 삶아낸 수육을 먹고 나눠 가져가는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한식을 요리하고 섭취하는 상황을 새로운 사회적 놀이문화로 가져가는 운동이 한식 진흥의 새로운 접근 방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아침식사의 중심 ‘커피와 한식’
 

길어지는 출퇴근 시간과 부족한 수면량을 견뎌내는 바쁜 현대인들의 아침식사 문화는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 식품 제조사와 유통 업체들은 아침을 꼭 챙겨 먹는 소비자부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을 선호하는 소비자까지 ‘아침식사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식품 및 외식 기업들이 아침식사 시장을 잡기 위해 수많은 제품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곳이 보이질 않는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아침식사 신제품이 나온다는 것은 뚜렷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소비자들이 선택한 아침식사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픈서베이가 관리하는 푸드다이어리 데이터(2016년 7월 ~ 2019년 5월)를 열어서 5만 건 이상의 아침식사(오전 6시~10시)를 살펴보았다. 아침식사를 취식하는 장소에 상관없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된 음식은 ‘커피’와 ‘김치’였다. 또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탄수화물 섭취원은 우리의 주식인 ‘밥’이었다. 집에서는 잡곡밥, 외식업체에서는 흰쌀밥, 집 밖에서는 김밥으로 섭취한다. 식사 장소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현재 대한민국 아침식사의 중심은 아침을 깨우는 커피와 한식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다양한 분석 내용은 ’푸드 트렌드 No. 3’참고). 즉, 아침식사를 위한 신제품은 우리가 가장 익숙해 하는 한식이라는 카테고리 범위 내에서 출시되었을 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글은 필자의 의견으로, <한식 진흥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 경영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KAIST 경영과학과에서 4년 반 동안 교수로 재직할 당시 자신의 이력서를 리뷰하던 중 본인이 출간한 논문과 연구가 대부분 먹을거리에 관련된 것임을 비로소 깨닫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푸드 비즈니스’ 분야에 투신하게 되었다. 토양, 농업, 수확, 유통, 가공, 도매, 소매, 외식, 급식, 섭취, 소화 및 배설에 이르는 먹을거리 관련 체인의 시작에서 반대쪽 끝까지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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