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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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7

Vol 48. 건강 기원 음식, 한 해의 건강을 빌다

지역별 특색 있는 건강 기원 음식 이야기

길따라 맛따라

2022/01/28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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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뿐 아니라 산과 바다, 평야 등 다양한 지형 덕에 지역마다 환경과 문화, 솜씨가 담긴 고유한 향토 음식이 존재한다. 가족 모두의 건강과 마을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며 먹던 음식에도 각 지역의 개성을 담아낸 정월 대보름 상차림을 들여다본다.


 


오복을 기원하다  경기도 이천 볏섬만두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기름진 쌀밥. 그 질 좋은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쌀농사를 짓는 고장이 바로 경기도 이천이다. 쌀의 고장 이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만두가 있다. 네모난 모양이 쌀가마니를 연상케 하는데, 이름도 ‘볏섬만두’라 부른다. 만두는 피를 얇게 밀어 소를 꽉 채우고 복주머니처럼 감싸듯 오므려 둥글거나 길쭉한 모양으로 빚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볏섬만두는 독특하게도 네 귀퉁이를 맞닿게 붙여 중앙으로 모이도록 빚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이름처럼 쌀가마니를 본뜬 것으로, 예로부터 이천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남은 음식을 모아 볏섬만두를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한 해 농사가 잘 돼서 그릇에 담긴 볏섬만두처럼 곡간이 쌀로 가득하기를 바랐던 이천 지역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또한, 반죽에 오색을 입혀 만드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인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명절 상차림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만큼 번거로운 일이었을 터다. 하지만 ‘오색 주머니에 오복을 담는다’는 정성으로 빚었기에 이러한 수고도 고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복이란 인생에서 바람직하다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을 일컫는 것으로, 오래 살고, 재산이 넉넉하며,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또한 훌륭한 덕을 닦고, 나쁜 질병이나 사고로 죽지 아니하고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는 것 등이다. 소중한 가족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바랐던 간절한 마음이 정월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사진 제공. 이천시 블로그

 

정성으로 만든 자양 음식,  전라북도 순창 용봉족편

우리 민족은 고기 중에서도 유난히 쇠고기를 좋아했다. ‘한 마리에서 백 가지 맛을 본다’는 뜻의 ‘일두백미’라 표현하기도 할 만큼 세밀하게 부위를 나눠 쇠고기의 맛을 탐닉했기에 부위에 따라 알맞은 조리법을 개발해 냈다. 그중 하나인 ‘족편’은 닭고기나 꿩고기를 쇠족과 함께 오랫동안 고아서 묵처럼 굳힌 음식으로,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는 정월 대보름 절식으로 먹었다. 이를 용봉족편이라 일컫는데, 족편은 은근한 장작불에 꼬박 하루를 고아야 하는 등 만드는 방법이 고되고 꽤 복잡하다. 끓이거나 고명을 반복해서 얹는 등 손이 매우 많이 가는 음식이었기에 정월 대보름날 외에 큰 행사 때나 아주 귀한 손님을 대접할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어려웠다. 궁중에서도 연회를 열 때 만들기도 했는데, 궁중에서는 떡처럼 보인다고 하여 ‘족병’ 또는 ‘교병’이라 이르기도 했다. 족병은 콜라겐 등 영양이 풍부하며 야들야들한 촉감과 맛을 모두 갖춘 음식이다. 닭고기와 건대구 등을 섞어 만들기도 하며, 쇠족과 사태를 넣어 쇠족편을 만들기도 한다. 오방색으로 수놓은 고명의 화려함이 맛과 멋을 한층 더 돋우는 찬품이다. 족편은 겨울에 밖에 내놓았다가 살짝 얼면 베어 먹는데, 쫄깃하게 씹히는 감촉이 별미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자양 음식으로,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아이들도 즐겨 먹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 우리 향토음식> 정재홍 저

 

여름 더위를 대비하다,  전라남도 고흥 진나물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보름날 아침에 각 가정에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신에게도 따로 상을 차린다. 또한, 외양간이나 곳간 등에도 상을 차려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한다. 이때 오곡밥과 고사리, 토란대, 무나물, 호박, 버섯 등의 나물을 올리는데, 나물 차림이 흔히 보이는 진채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고흥 지역에서는 보름에 국을 끓이지 않는 대신 나물을 준비할 때 진나물을 만들어 국 대신 떠먹는다. 진나물은 나물의 물기를 짜서 양념한 다음, 물을 붓고 끓이다가 들깨가루와 쌀가루를 넣어 자작하게 만든 것이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풍미를 살리고 쌀가루를 넣어 든든한 맛도 있다. 
진나물에 들어가는 들깨가루는 특히 토란대와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 토란국에 넣어 먹는 토란과 달리 토란대는 비교적 음식 활용이 낮은 편이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토란대에는 토란보다 베타카로틴이 3.5배, 칼륨이 3.3배, 칼슘이 3.6배 더 많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대장 점막에 보호막을 만들고 유해 물질의 흡수를 막아 장 건강을 돕는다. 데친 토란대에 들깨가루와 들기름을 넣고 살짝 볶으면 토란대에 부족한 불포화지방산을 들깨가 보충해주며 풍미도 한층 좋아진다. 진나물은 전라도 지역의 정월 대보름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고 차리는 음식으로, 기력회복과 체력증진에 도움을 주는 들깨를 넣어 맛은 물론 다가올 여름 더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허리와 치아 건강을 바라다,  북한 보름 음식 

북한에서는 오늘날까지 정월 대보름을 공휴일로 지정해 성대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오곡밥과 묵은 나물 반찬은 우리 상차림과 닮았다. 단지 오곡밥에 빠지지 않는 팥 외에도 보리나 옥수수처럼 지역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로 밥을 짓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나물 반찬도 지역에서 나는 9가지를 준비해 밥상을 풍성하게 차려낸다. 이외에도 정월 대보름에 주민들이 꼭 챙겨 먹는 것이 있다. 바로 명태다. 정월 대보름에 명태를 먹으면 척추가 늘어나 허리가 곧게 펴지고 눈이 밝아진다는 오랜 믿음이 있어 북한에서는 대보름 상차림에 명태로 만든 음식을 반드시 올린다. 명태에는 칼슘과 인, 철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실제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다른 생선에 비해 높아 겨울철 면역력을 챙기기에도 좋은 식품이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 북한에서는 대목을 맞아 명태값이 크게는 두 배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이 또한 우리나라 명절 시장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북한 가정집에서는 우리가 호두나 땅콩 등의 견과류로 정월 대보름 아침 부럼 깨기를 하는 것처럼 갱엿을 납작하게 빚어서 밖에 두어 얼렸다가 부럼으로 깨 먹는 풍습이 있다. 단단한 것을 깨무는 것이 이를 단단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북한의 명절 풍경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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