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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읽기 좋은 날

2021
43

Vol 46. 팥의 재발견

옛 기록 속 팥은 어떤 모습일까? ─ 고서에 기록된 팥 이야기

길따라 맛따라

2021/11/29 1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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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은 재배 역사가 오랜 작물로, 고농서에도 자주 언급된다. 
그 기록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이 재배한 팥의 종류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팥을 조리해서 먹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했던 팥의 기록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참고자료.  1. 국립민속박물관  2. 농촌진흥청  3. <아름다운 세시음식 이야기>(강재희, 윤숙자, 질시루)  4. <뜻밖의 음식사>(김경훈, 오늘의책)

 


고농서 속 다양한 품종의 팥

고농서를 살펴보면, 팥이 종류가 의외로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성종 때 학자인 강희맹이 농사 전반에 대하여 서술한 <금양잡록(衿陽雜錄)>에는 봄갈이팥(春小豆), 그루팥(根小豆), 뫼대기팥(山達伊小豆), 저배부채밭(渚排夫蔡小豆), 먹팥(黑小豆), 올팥(早小豆), 생동팥(升伊應同小豆) 등 팥의 7가지 품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후 조선 후기로 넘어와 선조 때의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농업 위주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재령이팥(再寧小豆), 쉬인날팥(五十日小豆), 용의눈팥(龍眼小豆) 등의 팥 종류가 더 추가되었다.
고서에 적힌 팥의 이름을 보면, 재래종 팥에 주로 모양이나 빛깔, 쓰임새, 심는 시기, 여무는 시기, 재배 지역 등을 따서 품종명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음도 알 수 있다. 팥의 종류는 현재도 다양하게 남아있는데, 현대로 넘어와 육성된 팥의 종류에는 아라리, 서나, 흰나래, 해오롬, 홍다, 홍경 등이 있다.

 

약이 되어주다

팥이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과학 기술이 높지 않던 조선시대에도 팥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관 허준이 선조의 명에 따라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서는 팥의 효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붉은 팥을 적소두(赤小豆)라고 하는데, 몸을 붓게 하는 수기(水氣) 내리고 독한 종기인 옹종(癰腫)과 피고름을 배출시킨다. 당뇨와 유사한 소갈을 치료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온몸이 붓는 수종(水腫)과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는 창만(脹滿)을 내린다. 열로 인한 옹종을 없애주고 어혈(瘀血)도 깨뜨린다.”

- <동의보감(東醫寶鑑)>

 

주술적 의미를 담다

팥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기 보다는 팥이 가지고 있는 의미 때문에 많이 활용됐던 식재료다. 우리 선조들은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남을 해치고 사람에게 병과 불행을 가져다주는 매체를 귀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귀신을 쫓고 귀신이 접근하지 못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 과정에서 음()에서 태어나는 귀신을 양()과는 상극이라 여겼고, 가장 강력한 양()인 불을 대치시키면 귀신이 무서워 도망칠 것이라고 믿었다. 불의 색이 붉기에 붉은 빛을 귀신이 무서워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귀신을 쫓는 색을 붉은 색이라고 여겼기에 붉은 빛을 띈 팥은 주술이 담긴 음식이 된 것이다.
 
“우리 풍속에 정월의 첫 말날(午日)에 증병도신(甑甁禱神)이라 하여 시루떡을 쪄서 일 년 내내 무사태안(無事泰安)을 비는 고사를 지냈는데, 이때에는 붉은팥시루떡을 두툼한 켜로 찌고, 돼지머리 삶은 것과 북어, 정화수 등을 장소에 따라 구별하여 놓았다.”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

 

<동국세시기>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팥시루떡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시루떡은 증병(甑餠)이라고도 하였는데, 떡을 안칠 때 짓고 켜와 켜 사이를 고물로 구분하여 찐 떡을 말한다. 붉은팥시루떡은 팥을 고물로 사용한 것으로, 추수를 끝낸 후 10월 상달에 집안이 모두 편안하기를 기원하거나 부락의 수호신께 연중무병과 평온무사 및 풍년을 기원할 때 올렸다. 또한, 잡귀가 붉은색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팥을 통해서 액()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팥이 전염병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도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는데, <세종실로>에 그 기록이 나온다. 세종 16년 6월 5일의 기록으로, 왕이 널리 퍼지고 있는 전염병 예방책을 신하들에게 묻자 그중 하나로 ‘세 배로 만든 자루에 붉은 팥 1되를 담아 우물 안에 넣는다. 이를 3일 만에 꺼내 온 식구가 27알씩 복용한다’는 내용의 팥을 사용하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이 효험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기록에 없다.
 

 

중요한 음식에 사용한 식재료

팥은 의미 있는 날, 중요한 음식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보면 아이의 돌 때 사용되었던 팥수수찰떡, 혼인식을 위해 사용되었던 팥시루떡, 동지에 먹는 팥죽, 생일에 미역국과 함께 먹었던 팥밥을 등이 있으며 이 음식들은 현재도 계속 먹고 있는 요리들이다. 중요한 음식들인 만큼 고조리서에 팥을 이용한 요리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 중의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팥을 깨끗하게 씻어 모래 없이 일어가지고 솥에 넣고 밥 짓 듯 되지도, 질지도 않게 지어서 퍼 놓고 주걱으로 대강 으깨어 놓는다.
쌀은 떡가루 만드는 법에서 읽은 대로 주의해서 만든다. 그리고 시루에 켜를 안칠 때 손가락 한 마디 반이나 두껍게 하려면 두 마디씩 깊게 안치고 편편하게 펴고 팥을 가루가 보이지 않도록 펴고 다시 또 가루를 안치고 또 팥을 뿌려서 안친다. 
이렇게 다 안친 후에 쪄서 베는 방법은 꿀편과 같은 데 그보다 좀 크게 베면 된다.”

- 팥떡,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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