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46. 팥의 재발견
팥의 정체를 찾아서 ─ 콩이야? 팥이야?
한식의 신세계
팥은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식 재료 중 하나다.
‘팥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팥에 대해 살펴보자.
참고자료. 농촌진흥청
콩과는 확연히 다른 팥
팥은 소두(小豆) 또는 적두(赤豆)라고도 부르는 콩과(荳科) 식물이지만, 일반적인 콩(大豆)하고는 모양이나 쓰임새가 다르다. 보라색을 띈 콩의 꽃과 달리 팥의 꽃은 황색이며, 두 꽃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팥의 꽃이 콩의 꽃보다 큰 편이다. 콩과 팥은 떡잎부터 다르다. 콩의 떡잎은 땅 위로 올라오지만, 팥의 떡잎은 땅속에 있다. 콩과 팥은 꼬투리 속에 있는 열매의 개수도 다른데 콩은 한 꼬투리 속에 1~3개 정도의 열매가 들어가 있는 반면, 팥은 꼬투리가 꽉 차게 6~10개의 열매가 들어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팥은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주요 팥 품종으로는 껍질 색이 붉은 ‘충주팥’, 밝은 붉은색의 ‘새길팥’, 짙고 어두운 붉은색인 ‘아라리’, 검은색인 ‘검구슬’, 연한 녹색의 ‘연두채’, 껍질이 얇고 색상이 흰 ‘거피팥’ 등이 있다.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먹었던 팥
팥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로, 오랜 기간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주로 재배해 먹었다. 팥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 후위(後魏)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팥 재배가 2,000~2,50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회령군 오동유적에서 팥이 출토된 바 있으며, 청동기시대(무문토기 시대, B.C 1,000년∼B.C 300년) 때부터 팥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먹던 팥은 하와이를 거쳐 아메리카대륙에 전해졌고 이후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에 확산됐다.
많은 요리에 첨가물로 애용된 팥
팥은 흉작기의 구황작물이자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이용됐으며,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다양한 요리의 첨가물로 활용됐다. 팥고물과 팥소를 만들어 떡이나 전통 과자, 빵 등에 활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팥을 요리에 활용할 때 설탕을 첨가하기 때문에 팥을 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팥의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팥 음식은 겨울 동짓날 쒀 먹던 팥죽이 있으며, 떡이나 빵의 앙금으로도 많이 활용됐다. 여름에는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 만큼 팥은 사계절 내내 애용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영양 가득한 팥
팥은 탄수화물 68%와 단백질 20% 내외로 이루어져 있다. 항당뇨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한방에서는 팥의 이뇨효과가 뛰어나다고 했으며, 해독하고 염증을 없애는데에도 이용되었다. 팥에 풍부한 사포닌은 피부 노폐물을 씻어내 주기 때문에 조선 시대 기녀들은 팥과 녹두를 갈아 물에 섞거나, 물을 묻힌 얼굴에 문질러 사용하면서 천연비누 겸 스크럽제로 애용했다고 한다. 또한, 팥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함유되어있어서 팥을 곡류와 섞어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보완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