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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7

Vol 43. 화, 어울림의 맛과 멋

추석과 송편과 시

2021/08/27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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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추석 풍경이 시인의 넉넉한 음률에 담겨 그 풍성함이 더욱 커졌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추석 명절 풍경이 시 속에 살아있다.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추석 전날 달밤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송편 빚는 다정한 풍경
전영애 시인이 ‘둘러앉아서 송편을 빚는 풍경’이란 시에서 노래했듯, 추석은 우리에게 잔치였다. 추석이 되면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였다. 이 풍요로운 잔칫날에 ‘전 부치는 냄새’는 물론 빠질 수 없고, ‘둘러앉아서 송편을 빚는 풍경’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서정주 시인이 쓴 <추석 전날 달밤 송편 빚을 때>란 시에는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아름다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리는’ 그 신명남, 그것이 바로 추석이란 절기가 우리에게 주는 풍요의 선물일 것이다. 이 멋진 풍경이 집안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황금찬 시인의 <추석날 아침에>라는 시에는 송편을 빚어 이웃과 나누는 한국 음식문화의 인정과 정겨움이 그대로 담겨있다.
물론 지금에서는 이 다정한 모습이 추억처럼 됐는데, 황금찬 시인 역시 <추석날 아침에>에서 이 사라지는 풍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사라져 간다고 해서 그 문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랬듯, 우리 후손들 역시 현대에 쓰인 오래된 문학작품에서 오래된 조리서에서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발자취와 우수성을 읽어낼 것이지 않겠는가. 

송편과 달과 추석 
추석하면 역시 ‘송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햅쌀을 빻아 뜨거운 물로 반죽한 뒤 깨, 밤, 콩 등의 소를 넣고 빚어내는 송편은 추석을 상징하는 절기식으로, 솔잎을 켜마다 깔고 찐다고 해서 송편이라 부른다.
솔잎을 넣고 떡을 찐 이유는 송편이 서로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솔향이 은은하게 배어 맛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새겨진 솔잎 무늬는 송편에 멋을 더했다. 더군다나 솔잎에는 살균효과가 있으니, 더운 날 송편의 부패를 막는 역할도 톡톡히 해 냈다. 
추석 절기식인 송편 역시 많은 시인의 눈을 사로잡았고, 시가 됐다. 최병엽 시인의 <송편>을 읽다보면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보름달처럼 빚어 자르르 쪄낸 쫄깃쫄깃한 송편’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진 듯, 흐뭇한 마음이 든다. 햇솔잎에 쪄서 솔향과 솔잎의 무늬가 베개 만드는 송편의 ‘자르’한 맛과 멋도 이 시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송편에는 또한 지난여름을 뜨겁게 보낸 풍성한 결실의 맛이 담긴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빚어지는’이란 시어에서는 송편을 빚는 이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뿍 느낄 수 있다. 

고려시대 일반화한 송편
절식으로 먹는 송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풍년’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가을 중추절에 햅쌀로 만들어 먹는 송편을 ‘오려송편’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오려는 ‘올벼’를 의미한다. 2월 초하룻날은 새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중화절인데, 이날 손바닥만 하게 송편을 만들어 한 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아 노비에게 나이 수대로 나눠줬다. 이 송편은 ‘노비송편’ 또는 ‘나이송편’으로 불렀다.
사실 우리가 송편을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민요술≫의 종과 열, ≪목은집≫의 팥소를 넣은 차기장 떡이 송편으로 추정되는 바, 송편은 고려시대에 일반화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종’은 줄풀잎에다 기장을 싸서 진한 잿물 속에서 삶아낸 것이고, ‘열’은 찹쌀가루를 꿀로 반죽하여 길이 1척, 너비 2촌으로 펴서 넷으로 자르고 이것에 대추와 밤을 아래위로 붙인 다음 기름을 골고루 바르고 대나무잎으로 싸서 쪄낸 것을 말한다. 
송편은 송병(松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명칭이 사용된 것은 17세기로 보고 있다. 1680년경 쓰여진 ≪요록≫에는 ‘송편은 백미 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 물에 씻어낸다’라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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