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문화를 전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한 상, 김희은·윤대현 셰프
맛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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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전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한 상, 김희은·윤대현 셰프
밥 한 끼를 나눈다는 것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온기를 나누는 한국 특유의 다정한 서사다. 한식의 깊은 맛을 탐구하는 김희은 셰프와 양식을 다뤄온 윤대현 셰프가 함께 이끄는 레스토랑 ‘소울(SOUL)’은 이러한 나눔의 정서를 한 접시의 미학으로 정교하게 재해석해낸다. 두 사람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정성껏 담아내는 것은 물론, 손님의 눈높이에 맞춘 바(bar) 공간에서 요리와 사람을 유연하게 연결한다. 오랜 시간 기다림이 담긴 발효의 깊은 풍미부터 미역국 한 상에 깃든 온기까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두 셰프의 다정한 미식 세계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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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요리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윤대현 셰프: 저와 김희은 셰프는 한국의 식문화에서 얻은 영감을 저희만의 언어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소울’이라는 레스토랑 이름에는 마음과 정신, 그리고 음식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한 접시에 조화롭게 담아내며 문화로서의 한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Q. 한식이라는 장르에 매료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희은 셰프: ‘평생 요리를 해야 한다면 내가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게 늘 놀이터 같았던 할머니의 주방, 그곳에서 직접 담근 술과 구수한 장 냄새 덕분에 한식을 자연스럽게 접했죠. 어린 시절 미술과 도예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결국 유년 시절 경험한 한국적 정서와 DNA가 저를 자연스럽게 한식으로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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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잣나무 추출 정제수를 머금은 물티슈로 전하는 자연의 감각, 오른쪽) 우엉과 생선, 감태가 어우러진 피티비에
Q. 두 분이 특별히 애착을 갖거나 영감을 얻는 식재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희은 셰프: 우엉을 참 좋아합니다. 조림 반찬도 맛있지만, 저는 우엉을 얼그레이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로 풀어내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외국인 손님들은 “우엉으로 어떻게 이런 깊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시죠. 봄철에 나는 원추리나 생명력이 가득 담긴 나물류도 무척 좋아하는 식재료입니다.
윤대현 셰프: 우리나라 식재료 하나하나가 지닌 이야기와 잠재력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아요. 드시는 분도 그것을 감각적으로 느꼈으면 하고요. 일례로 한국은 잣의 종주국이에요. 저희는 해발 1,100m에 자리한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가리왕산 농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자란 잣을 직접 가져와 요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을에 수확한 잣은 풍미가 아주 뛰어나고, 다양한 식재료와 페어링했을 때 입체감을 살려주죠. 여기에 식사 전 잣나무 향을 먼저 맡아볼 수 있도록 작은 웰컴 오감 요소를 더하는데, 오감으로 자연의 깊은 향을 느끼며 식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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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유’는 음식뿐 아니라 온기와 정을 나누는 일이기도 합니다. 손님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위해 공간이나 서비스 면에서 배려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희은 셰프: 진정한 나눔은 음식을 건네는 것뿐만 아니라 눈빛과 온기를 나누는 소통에서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희 공간은 카운터 바 형태로 구성하되, 테이블 앞에서 셰프들이 일하는 조리 공간의 바닥을 더 낮게 설계했어요. 셰프가 시선을 낮춰 손님과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손님의 식사 속도와 표정을 살피며 마음을 읽는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윤대현 셰프: 한국의 따뜻한 정(情)을 전하는 마음도 늘 잊지 않으려 해요. 코스 메뉴 중 하나로 한우와 비빔밥, 나물, 쌈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한우 반상’을 선보이고 있어요. 특히 생일을 맞이했거나 임산부인 손님에게는 따뜻한 미역국을 함께 차려드리곤 합니다. 음식을 넘어 정서적 온기를 나눌 수 있어 저희에게도 뜻깊은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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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식 특유의 ‘공유하는 식문화’가 지닌 가치와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희은 셰프: 한국인은 늘 “밥 먹었어?”라는 말로 안부를 묻듯, 음식을 매개로 나누는 정서가 한식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채로운 백반도 있지만, 요즘 저희는 전국 각지의 훌륭한 식재료를 발굴해 그 재료가 가진 ‘집중된 맛’과 ‘이야기’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어디에서 공수해왔고 어떤 조합으로 이 식감을 만들어냈는지 섬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히려 ‘덜어냄의 미학’을 더 고민하고 있지요.
Q. 셰프님 개인적으로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며 마음을 채웠던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윤대현 셰프: 학창 시절 점심시간에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나눠 먹던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고기반찬을 자주 싸 오는 편은 아니었지만(웃음), 친구들 덕분에 고기반찬도 맛보고, 정성스레 볶은 누군가의 어머니표 멸치볶음이나 무말랭이 맛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반찬을 나누며 서로의 가족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시절은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아주 따뜻하고 특별한 공유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Q. 한식의 공유 문화를 처음 접한 외국인 손님들의 반응이나 해외에서 체감한 한국 식문화의 위상도 궁금합니다.
김희은 셰프: 해외 팝업이나 협업을 진행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한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음을 체감합니다. 단순히 “맛있다”는 반응을 넘어 “한국 음식을 계기로 한국의 문화와 정서까지 더 깊이 알고 싶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졌어요.
윤대현 셰프: 외국인 손님들은 한식을 두고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깊은 맛”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서양식에도 감칠맛이나 산미는 있지만, 세월과 발효가 만들어내는 ‘깊은 맛’은 한국 음식만의 독보적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생선 요리의 버터 소스 베이스에 된장을 살짝 풀어 넣으면 자연스러운 감칠맛과 깊이가 더해집니다. 막걸리로 발효시킨 증편 역시 사워도처럼 기분 좋은 산미와 포슬포슬한 식감을 내어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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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가을, 여럿이 함께 나누기 좋은 추천 메뉴나 새롭게 선보이는 가을 플레이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희은 셰프: 백화반(白花飯)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얀 꽃’이라는 뜻처럼 순백의 단아한 한식 재료들을 한 그릇에 담아 백간장에 비벼 먹는 비빔밥입니다. 광주 방앗간에서 어머니가 직접 토종 들깨 농사를 지어 짜주신 들기름과 백간장을 베이스로 하고, 반건조한 옥돔이나 굴비 같은 흰 살 생선을 올려 감칠맛을 더해 가을날 부담 없이 담백하게 나눠 드시기 좋은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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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친 하루 끝에 셰프님 본인의 영혼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최애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김희은 셰프: 가볍게 먹고 싶을 땐 물회,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삼겹살이나 차돌박이 또는 채끝 같은 고기류 및 김밥을 찾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의 공통적인 진짜 소울푸드는 바로 곰탕이에요. 하얀 곰탕도 즐겨 먹지만, 때로는 매콤하게 끓이거나 떡국 떡, 김 오일 등을 다채롭게 조합해서 먹기도 해요.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한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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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셰프님이 한식을 통해 더 도전해보고 싶거나 확장하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가요?
김희은 셰프: 저는 더 많은 세계 각국의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한식에 이렇게 쉽게 입문할 수 있구나”, “한식을 이렇게도 다채롭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한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교두보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윤대현 셰프: 저는 전통에 뿌리를 두되, ‘오직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한식’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서양식 기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우리 식재료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죠. 불고기나 비빔밥처럼 잘 알려진 메뉴 외에도, 숨겨진 식자재를 부지런히 발굴하고 저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입혀, 한식이 지닌 다채로운 가능성을 계속해서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