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39. 장, 발효를 품고 나누다
장을 담그다 정성을 담그다
‘조선에 둘도 없는 최신 요리책.’ 위관 이용기는 1924년 표지에 그림을 넣고 채색한 최초의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출간했다. 이 책의 요리법 첫 장은 ‘밥 짓는 법’이고, 그 둘째 장은 바로 ‘장 담그는 법’이다. 우리 식생활에서 장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속 장 담그는 방법이다.
출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이용기, 라이스트리, 한국전통지식포탈(www.koreantk.com)
사진제공. <자연을 담은 엄마 요리>, 배명자, 상상출판

간장 만들기
“장이라 하는 것은 장수 장이니, 백 가지 맛에 장수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집에 장맛이 좋지 못 하면 아무리 좋은 고기와 아름다운 채소가 있어도 찬수가 되지 못 할 것이다. 또 시골 사람이 고기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아름다운 장으로 채소는 얼마든지 먹으니 걱정이 없다. 집안 어른이 먼저 생각해, 장을 잘 담가서 저축했다가 묵고 묵혀서 쓰는 것이 좋은 것이다.”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中 -
1. 메주 만들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쓰인 장 담그기의 첫 번째 단계는 메주 만들기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주의 속이 썩지 않게 메주를 띄우는 것. 메주를 만들어 띄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불린 콩을 조리로 일어, 물을 넉넉하게 부은 가마솥에 붓고 끓인다. 끓어 넘치면 뚜껑을 열지 말고 물만 넘긴다.
뚜껑을 열면 콩이 넘쳐 나올 뿐 아니라 콩이 덜 무를 수 있다.
② 콩이 잘 물렀으며 퍼내어, 물을 삐우고. 깍지가 없도록 잘 찧는다.
③ 잘 찧은 콩을 보시기만 하게 납작하게 만든다.
④ 하루 동안 안팎을 말리고, 겉이 꾸둑꾸둑하게 되면 멱서리나 둥구미 또는 섬을 씌운다.
⑤ 솔잎을 깔고 메주를 한 켜로 늘어 놓는다.
⑥ 불 때는 방 윗목에 한 섬씩 늘어놓아 띄운다.
⑦ 열흘 정도 지나 메주에 냄새가 나고 흰옷이 입혀졌으면 햇빛을 쪼인다. 옷이 덜 입혀졌으면 다시 동여매 두고,
수일 후에 또다시 열어보아 김이 나고 하얀 옷이 고루 입혀졌는지 확인한다. 옷을 너무 입어 검은 진이 나면 썩은 것이니 잘 살펴야 한다.
짜고 쓰고 구리고, 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 볕에 놓아둔다.
Tip. 장 담그기 좋은 콩
장을 담글 때는 순전히 콩으로만 메주를 만들어서 담그는 것이 제일이다. 메주콩으로는 잔 것보다는 굵은 것이 맛이 더 좋다.
2. 메주 씻기와 소금물 만들기
메주가 잘 띄워지면, 장 담글 준비를 한다. 중요한 것은 소금물의 농도를 잘 맞추는 것으로, 이때 장맛이 결정된다. 소금물에 흰밥 한 덩이를 상수리만 하게 뭉쳐 넣어, 한 뼘쯤 내려가 떠 있으면 간이 맞는 것이다. 한 뼘이 못 되게 떠오르면 너무 짠 것이고, 한 뼘이 더 내려가면 싱거운 것이다.
메주 씻기
① 솔로 메주의 먼지를 털어낸다.
② 메주를 다시 물에 넣고 솔로 온갖 먼지를 모두 다 씻어낸다.
③ 볕에 하루를 뒤적여 가며 말린다.
소금물 만들기
① 소금을 물에 많이 푼 후 여러 날 휘젓는다.
② 여러 번 휘저으면 소금이 잘 녹을 뿐 아니라 억센 간이 삭는다.
③ 삭은 후에 고운체에 밭친다.


3. 장 담그기와 장독관리
소독한 항아리에 메주를 담은 후에 소금물을 넣는다. 비율은 메주 한 말에, 소금 6~7되, 물 한 통이 법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소금이 적어도 무방하고, 봄과 여름에는 소금을 더 넣어도 된다.
장 담그기
① 장독은 깨끗이 우려내고 씻은 후에 메주 수십 개를 넣는다.
② 양지머리나 우둔을 물기 없이 행주로 닦아 넣는다.
양지머리는 중간을 뼈째 둘로 나눠서, 우둔은 반으로 베어 넣는다.
③ 메주를 더 넣고 소금물을 붓는다. 모시나 베 같은 얇은 것으로 독의 주둥이를 덮고 동여맨다.
장독 관리
①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자주 뚜껑을 열어둔다.
이때 파리나 각종 벌레가 들어가지 못 하게 한다.
② 낮에는 뚜껑을 열어주고 정남향 쪽에 둔다.
그늘에 두면 장맛이 나빠질 수 있다.
③ 저녁에는 뚜껑을 잘 닫는다.
④ 두어 달 정성을 들여 잘 간수한다.
4. 장 달이기
장독에 용수를 박아 장을 떠내어 가마에 부은 후, 검은콩, 대추, 찹쌀, 다시마를 넣고 달인다.
장 달이는 방법
① 장을 달일 때 함께 넣었던 것들은 체에 밭쳐 거른다.
② 장에 메주를 분량대로 더 넣어 장이 다 되면 띄운다.
③ 그 이듬해에 또 다시 메주를 넣는다.
④ 이렇게 3년에 세 번만 띄우면 처음에 독 하나이던 것이 한 동이 정도가 된다.
장맛과 빛깔은 천하에서 제일이다.
된장 만들기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숙성한 후, 메주와 물을 분리한다. 이때 메주는 된장이 되고, 물은 간장이 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된장 만드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① 간장을 만들 때처럼 정성스럽게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을 준비한다.
소금물은 장을 만들 때보다 조금 심심하게 한다.
② 메주가 겨우 풀릴 정도로 소금물을 붓는다. 즉 되직하게 담근다.
③ 장이 익으면, 그냥 양념해 먹어도 되고, 무를 수득수득하게 말려서 넣었다가 집어내어 썰어 먹어도 좋다.
굵은 풋고추를 꼭지 채 넣었다가 찌개할 때 넣어도 좋다.


고추장 만들기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 메주를 정성 들여 썩지 않게 띄우는 것인데, 간장의 메주보다 더 정성을 드려야 하는 것이요, 두 번 째는 고춧가루를 만드는 것이리니, 산밭에 거름을 덜 하고 심은 고추는 빛도 누렇고 단맛도 없고 맵지 않아 못 쓰고, 거름을 많이 한 밭의 고추는 굵고 살이 두껍고 빛이 붉고 맛이 단 것이라. 꼭지도 정실히 따고, 씨는 하나도 없이 털고, 바싹 말려 찧어서 체에 쳐야 하나니.”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中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고추장은 반찬이 되고 비위에 맞아 여러 군데 쓰기가 진장 다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추장 만들기가 어려운 만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고추장 만들기에 대해 대강 기술하고 있다.
① 메주가 한 말이면 흰쌀 두 되로 흰무리 떡을 만든다.
② 이 떡을 메주와 함께 찧은 다음 작은 덩이를 지어 띄운다.
③ 이 덩이를 아주 곱게 가루를 내고, 가루 한 말에 소금 세 되와
고춧가루 한 되를 섞은 다음 찰밥 두 되를 지어 밥알이 풀리게 저어 익힌다.
④ 고추장이 풀리도록 저어 익히거나, 국수 반죽같이 되게 반죽해 놋그릇에 여러 번 쳐가며 떡처럼 만들어 항아리에 넣어 익힌다.
이러면 맛도 좋고 가시가 나지 않아 좋다. 반죽은 되게 해야 좋다. 엿기름 가루를 넣으면 맛이 달고 밀가루를 넣으면 모양이 좋다.
⑤ 고추장이 익은 후에, 날 무, 무말랭이, 생 오이, 참외, 동아, 더덕, 송이, 가지,
풋고추, 풋 감, 깐 마늘, 풋 마늘종, 소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도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