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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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향으로 다시 완성하는 디저트, 김범주 셰프

한식을 말하다

2026/01/06 09: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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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오랫동안 서양식 문법 안에서 정해진 맛과 재료를 따라왔다. 하지만 김범주 셰프는 그 익숙한 질서를 부드럽게 흔들어 놓는다. 쌀과 도라지, 뿌리채소처럼 익숙한 재료는 그의 손끝에서 새로운 향을 얻고, 그 향은 맛의 구조를 이끌며 디저트의 경계를 확장한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한국적인 맛’의 디저트를 펼쳐 보이는 김범주 셰프를 만났다.

Q. 먼저 셰프님과 ‘핀즈(FINZ)’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디저트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디저트 브랜드 ‘핀즈(FINZ)’를 운영하는 중입니다. 핀즈는 한국적 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을 디저트의 언어로 풀어내는 공간으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감각의 페이스트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Q. 디저트, 그중에서도 한식 디저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음식과 늘 가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요리를 하셨고, 할머니께서는 약과나 한과 같은 전통 과자를 만드셨어요. 덕분에 한식 디저트와 자연스럽게 연결점을 갖고, 중학교 시절 요리를 처음 배우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이 경험들이 지금의 셰프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확실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Q. 파인다이닝 한식당 ‘밍글스’에서의 경험은 셰프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한식당이다 보니 디저트에서도 한국적인 식재료를 활용해야 했는데요. 쌀과 떡, 막걸리, 우엉, 도라지 등을 디저트에 접목하며, 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식감, 그리고 속에 담긴 맛의 기억을 어떻게 디저트로 풀어낼지 실험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참기름 아이스크림처럼 독특한 디저트도 시도해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적인 맛’을 추구하는 제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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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으로 맛을 만든다’는 셰프님의 철학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저는 원래 향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에요. 보통 맛의 구조를 먼저 생각한다면, 저는 향을 중심으로 맛을 설계합니다. 재료들이 섞이며 생기는 새로운 향, 그리고 그 향이 맛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를 살피죠.

이 과정 속에서 ‘핀즈 파우더’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디저트에서 기본으로 쓰이는 바닐라 향이 있다면, 저는 한국만의 바닐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뿌리채소와 약재 등을 블렌딩해서 한국의 향을 품은 파우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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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된장을 사용한 ‘된장피칸파이’, 뿌리채소를 활용한 ‘핀즈 시그니처’처럼 한국적인 맛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중요한가요?

새로움과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된장피칸파이’의 경우, 된장의 짠맛이나 강한 풍미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안의 감칠맛과 구수한 뉘앙스를 크림과 함께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거죠. ‘핀즈 시그니처’에는 검은깨칩과 훈연 아이스크림, 밤크림, 핀즈 파우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국적인 풍미를 배가시킵니다.

식재료의 종류뿐만 아니라 재료 자체의 품질과 선택 과정도 중시하는데요. 경동시장에서 직접 잣, 당귀, 뿌리채소 등을 가져오고, 지역 농가에서 받은 로컬 식재료를 활용하며 한국적인 맛을 온전히 담으려고 합니다.


Q. ‘한국적인 맛’을 디저트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외국인보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전달하기가 더 까다롭게 느껴졌어요. 디저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이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를 잡아서죠. 하지만 실제로 맛을 보신 뒤에는 예상과 달리 조화로운 맛에 좋은 평가를 주실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또 근래에 쑥이나 흑임자처럼 특정 한국 재료들이 유행하면서 저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다른 방식의 한국성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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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한국적 식재료나 영역이 있으신가요?

최근에는 산사나무 열매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특유의 짭조름하고 톡 쏘는 향이 매력적인 재료예요. 예전에 『음식법』이라는 고조리서에서 산사 우린 물에 배채를 올려 먹던 음료 레시피를 재현해 본 경험을 살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새로운 식재료뿐만 아니라 영감의 원천도 넓히려고 노력합니다. 가령 백자의 곡선이나 한복의 안감이 비치는 결, 기와가 층층이 쌓인 형태처럼 전통문화의 특성을 디저트의 구조나 외형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한국적 식재료와 서양식 디저트의 조합뿐 아니라 전통 한식 디저트 개발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네, 적극적으로 연구 중입니다. 최근에는 약과 중에서도 결이 층층이 살아있는 ‘결약과’를 만들고, 일반적인 쌀엿 대신 ‘살구쌀엿’을 입혀 새로운 맛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전통 디저트를 알리는 활동에도 힘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 전통 디저트인 정과는 프랑스 디저트 ‘콩피’처럼 과일을 설탕에 절여 만드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사성을 띤 한국 전통 디저트와 서양식 디저트를 매칭해 외국 셰프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거죠.

  

Q. 한국 디저트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전통성과 현대성의 연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전통 디저트의 계보가 조금씩 끊긴 부분이 있어 아직 ‘일상 속 디저트’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어요. 그래서 외국인들도 한국 디저트라 하면 새로운 형태의 베이커리나 크림 기반 제품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앞으로는 약과나 병과처럼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맛을 현대적인 감각과 고급화 전략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저만의 방식으로 한국의 디저트에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고유의 맛과 향, 감각을 세계에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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