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한국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연과의 조화,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을 담은 사찰음식은 한식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원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기념하고 한식과 사찰음식의 가치를 국내외에 확산하기 위한 자리가 지난 9월 24일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열렸다. 협약식과 특별전 개막식, 그리고 한식콘서트로 이어진 이날의 행사는 협력과 교류를 통해 한식의 미래를 넓히는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보여줬다.

행사의 첫 순서는 한식진흥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간 업무협약식이었다. 양 기관은 사찰음식 문화의 계승과 한식의 국제적 확산을 위해 뜻을 모았다. 전시, 체험, 강연 프로그램 공동 기획, 생명 존중과 지속가능성을 담은 콘텐츠 개발, 교육 콘텐츠 교류, 그리고 공간 간 연계 강화 등이 주요 협력 내용이다.

협약식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단장 일화 스님은 “사찰음식의 소욕지족 철학은 오늘날 음식물 쓰레기와 기후 위기 속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으며,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사찰음식의 정신은 한식이 세계로 나아갈 때 반드시 함께 전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협약식은 경건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서로의 비전과 계획을 나누는 동안 현장은 앞으로의 협력을 기대하는 공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찰음식 특별전

협약식 후에는 특별전 ‘자연과 함께 짓는 밥상, 사찰음식’ 전시 개막이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공동 주최·주관한 이번 전시는 9월 23일부터 11월 16일까지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진행되며, 사찰음식의 철학과 미학을 담아낸 다채로운 코너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대형 스크린 속 사찰음식과 그 아래 놓인 발우 오브제가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온 우주를 담은 작은 그릇, 발우’라는 문구는 많은 이들이 사진으로 남길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어지는 전시 공간에서는 수행, 자연, 저장, 발효, 친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사찰음식의 본질을 쉽고 명확하게 소개했다. ‘오관게’의 의미와 함께 닥종이 인형, 사계절 사찰음식 모형도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발길을 오래 붙잡은 곳은 ‘사찰음식 명장, 여섯 수행의 길’ 코너였다. 선재, 계호, 적문, 대안, 우관, 정관 스님, 여섯 명의 명장이 걸어온 길과 대표 가을 사찰음식 모형이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줬다. 체험형 콘텐츠도 풍성했다. 발우공양과 대중공양 포토존에서 간접 체험 사진을 남길 수 있었으며, ‘동자승을 구하라’ 게임 코너에서는 사찰음식의 철학과 의미까지 쉽게 배워볼 수 있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한식진흥원이 매달 개최하는 인문학 프로그램 ‘한식콘서트’였다. 이번에는 특별전과 연계해 ‘한국 사찰음식의 이해’를 주제로 열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김유신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여러 지역과 종교의 음식관, 그리고 현대인의 식문화를 소개하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사찰음식의 역사와 특징을 풀어내면서 “사찰음식은 단순히 채식을 실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 본질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강연 중에는 질의응답이 활발히 오갔고, 경품 추첨까지 더해져 한층 화기애애했다. 김 연구위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시대가 주목할 위대한 식단

이번 행사는 협약식으로 시작해 전시와 콘서트로 이어지며 사찰음식이 지닌 철학과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한식이 지닌 지속가능성과 생명 존중의 정신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자리였다. 협력과 소통 속에서 사찰음식은 과거의 지혜를 넘어 미래로 확장하는 길 위에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