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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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빚어 오늘을 짓는 마음, 조은희·박성배 수석셰프

한식을 말하다

2025/10/01 15: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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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둘레길의 단아한 회벽색 건물, 맞은편 돌담길이 물결처럼 비치는 통유리 문을 지나면 곧 시간이 교차하는 ‘온지음’ 레스토랑을 만난다. 식탁 위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로는 오늘의 감각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정성스레 담아낸 한 접시에는 ‘옛것’과 ‘지금’이 어우러져 숨 쉬며, 한식의 내일을 도모하는 실험 역시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조은희 수석셰프와 박성배 수석셰프가 있다. 두 사람은 고조리서에서 오늘의 메뉴를 길어 올리고, 전통주와 한식의 조화를 탐구하며, 한식을 이어갈 다음 세대를 품는다. 화려한 이름보다 깊은 울림을 염원하는 그들의 손길 속에서 한식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온전히 지어지고 있다.

Q. ‘온지음’ 레스토랑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은희 수석셰프 ‘온지음’은 과거를 온전히 계승하고 발전시켜 지금을 짓고, 또 미래를 준비하는 전통문화연구소입니다. 선조들의 의·식·주에 담긴 지혜와 철학을 되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정신을 오늘날의 삶과 연결 짓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박성배 수석셰프 온지음에는 옷공방, 집공방, 맛공방이라는 세 가지 연구 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맛공방의 연구를 토대로 전통 한식을 새롭게 풀어내는 곳이 바로 ‘온지음 레스토랑’입니다. 이름 또한 ‘온전히(온) 짓다(지음)’라는 뜻을 담아 지어졌습니다.


Q. 고조리서와 전통 조리법에서 얻은 영감이 메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특별히 소개해주실 음식이 있을까요?

박성배 수석셰프 저희는 전통 반가 음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예컨대 궁중 잔치 기록 속에는 생선 살과 소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워 먹는 ‘어음적’이 등장하는데, 갯장어와 소고기, 산초, 진피를 활용해 ‘장어 어음적’으로 만들기도 했고요. 꽃잎 속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배를 넣는 ‘옥잠화 요리’에 소고기 대신 말린 전복을 사용하기도 했죠. 

조은희 수석셰프 최근에는 곧 가을 메뉴로 선보일 ‘백화반’에 큰 기대를 두고 있어요. 무와 더덕, 도라지처럼 가을과 겨울에 맛이 절정에 이르는 뿌리채소를 활용한 비빔밥인데, 흰빛을 띠는 재료에서 착안해 ‘백(白)’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처럼 다양한 조리법을 가진 비빔밥을 온지음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더욱 애착이 갑니다.


Q. 요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 철학은 무엇인가요?

박성배 수석셰프 저희 철학은 고전에서 전해 내려오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정말 좋은 맛이란 담백한 맛이다”와 맞닿아 있습니다. 첫맛에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은 쉽게 질리지만, 담백한 맛은 오래도록 즐길 수 있고 또 기억에 남거든요. 그래서 온지음의 요리는 언제 먹어도 편안하면서 깊이 있는 맛을 추구합니다.

조은희 수석셰프 이 철학의 중심에는 ‘재료 본연의 순수성’이 있어요. 좋은 재료를 가능한 한 그대로 살리려 하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합니다. 환경이 위협받는 시대에 어떤 재료를 지켜내야 할지, 또 무엇을 후대에 남길 수 있을지 늘 고심하죠. 요즘에는 ‘시간을 두는 맛’에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5년 혹은 10년 뒤를 내다보는 마음으로, 시간을 들여 숙성한 재료의 깊은 맛이 저희가 추구하는 ‘담백함’과도 연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주기별로 새로운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계신데 메뉴는 어떻게 기획·구성되나요?

조은희 수석셰프 온지음의 코스 요리는 ‘계절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좋은 재료를 가장 좋은 때에 쓰는 것이 최고의 요리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여기에 된장과 같은 발효의 힘, 그리고 원물 자체가 지닌 생명력 또한 담아내려고 하죠.

박성배 수석셰프 또 같은 메뉴를 다시 선보이더라도 조금씩 변화를 줍니다. 지난해에는 탕평채에 게살을 넣었다면, 올해는 전복을 활용하는 식이죠. 치즈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전통과 현재가 공존할 수 있는 지점도 항상 고민합니다. 더불어 메뉴 구성은 방장님과 저뿐 아니라 팀 전체가 합심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새롭고 조화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음식과 함께 전통주를 페어링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매칭하시나요?

조은희 수석셰프 온지음에서는 처음부터 전통주를 중요한 축으로 삼았어요. 전국 곳곳의 전통주를 맛본 후 한식과의 궁합을 찾아보고, 때로는 직접 빚기도 합니다. 남은 식재료를 활용해 술을 담그거나 된장, 고추장, 김칫국물 등을 넣어보는 등 과감한 실험도 시도하고요.

박성배 수석셰프 한국의 전통주는 단맛과 감칠맛 등 여러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다만 저희는 한 가지 음식에 상대적으로 궁합이 더욱 좋은 전통주와 그렇지 않은 전통주를 함께 내어드리며 손님들께서 그 차이를 직접 느끼실 수 있도록 의도하기도 하죠. 결과적으로 각각의 전통주와 음식이 지닌 고유한 맛과 특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두 분은 영셰프 교육과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조은희 수석셰프 저희는 레스토랑 하나를 새로 여는 것보다 사람을 한 명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 매달 두 차례 전문가를 모셔 고조리서를 함께 공부하고, 전국의 어르신들께 직접 전통 음식을 배우기도 합니다. 요리 이상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인문학 수업도 병행하고요.

박성배 수석셰프 한식진흥원의 ‘2025 영 셰프 교육’에 참여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특히 이번 교육에서는 민어 한 마리를 활용해 여덟 가지의 조리법을 선보였는데,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과 표정을 보니 저 역시 더 열정적으로 임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저희에게도 그런 스승님들이 계셨던 덕분입니다. 조은희 방장님의 스승님이신 한복려 원장님, 저의 스승님이신 조희숙 셰프님. 스승님들께서 저희를 이끌어 주셨듯, 저희도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습니다.

Q. 온지음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10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57위에 오르며 뜻깊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성배 수석셰프 온지음을 시작한 지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세 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저희의 가장 큰 목표는 온지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것’입니다.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잊혀가는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이어가는 공간이 되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죠. 이번 성과는 그 과정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들이 “내가 좋은 곳에서 제대로 배우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 점이 가장 값진 성과입니다.

조은희 수석셰프 순위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국엔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어요. 외국인 손님들이 온지음을 통해 치킨이나 불고기처럼 이미 알려진 음식뿐 아니라 보다 섬세하고 오래된 한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식 셰프로서 참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오는 10월 열리는 ‘2025 한식 컨퍼런스’에는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신가요?

박성배 수석셰프 스페인에 국제 미식박람회 ‘마드리드 퓨전’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식 컨퍼런스’가 있죠. 각 한식 레스토랑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자 외국 귀빈에게 한국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합니다.

조은희 수석셰프 한식은 단번에 매력을 드러내기보다는 여러 번 경험했을 때 그 진가를 알게 되는 음식이거든요. 그렇기에 이런 행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믿어요. 더 나아가 외국 셰프들이 한식으로 전향하고, 또 현지에서 한국산 재료를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한식 컨퍼런스는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 한식의 세계화와 지속 가능성을 이끄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Q. 앞으로 온지음은 어떤 레스토랑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박성배 수석셰프 화려한 이름보다 깊은 울림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요. 외국인이나 한식을 잘 모르는 분들이 찾아와도 자연스럽게 “이것이 한국의 음식이구나”라는 감각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 그런 한식당이 된다면 한식 셰프로서 충분히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조은희 수석셰프 미래에는 술과 장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발효 연구소를 꿈꾸고 있어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양념의 80% 이상도 직접 만든 것으로 채워나가고요.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각자의 관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결국 이 모든 계획은 ‘사람을 키우고, 전통을 지키는 것’이라는 온지음의 가치로 귀결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전통을 꺼내어 보여주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알리는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업무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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