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뻗어나간 한류. 무대를 뒤흔든 K-팝, 화장법과 스타일을 바꾼 K-뷰티와 K-패션에 이어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아우르는 K-콘텐츠가 대세다. 그 속에서 주인공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한식이다. 이야기의 서사를 고조시키고, 감정을 증폭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중인 한식을 만나본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성대 결절로 위기에 처한 루미를 위로하는 장면에는 설렁탕이 등장한다. 뜨끈한 뚝배기에 담긴 설렁탕은 한국의 ‘밥상 공동체’의 상징으로서 인물들 간의 연대와 교감이 깊어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매개체다. 반대로 리허설과 무대를 마친 후 멤버들이 찾은 음식은 냉면과 분식이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차가운 냉면은 긴장과 열기를 식히는 시각적 장치의 역할을 했다. 동시에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김밥과 분식은 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줌과 더불어 한국의 간편식 문화까지도 나타내는 요소로 사용됐다.

지난 3월 공개된 국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한식의 역할이 돋보인다. 애순과 관식의 애틋한 사랑을 이어주는 장치로 등장하는 한식은 제주도의 과거 사회적 관습을 내포하고 있다. 당시 제주에서는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해 밥상에서 생선구이나 보리밥 같은 귀한 음식이 남자에게만 허락되었다. 드라마에서 관식은 이를 깨고 애순을 위해 매일 조기를 가져다주며, 밥상에서 생선구이와 보리밥을 아내와 딸과 함께 나눠 먹는다. 단순한 식사 장면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지닌 한식을 통해 관식의 결심과 사랑, 전통적 사회 구조를 넘어서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매 회차마다 지역별 특색이 담긴 식재료와 사계절에 맞춘 다양한 주제가 전파를 탔다. 출연진은 한식을 파인 다이닝 형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스페인 음식과 결합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기도 하며 ‘엔터테인먼트 쇼’로서 우수한 반응을 얻었다. 특히 ‘돌솥비빔밥’과 같이 해외에서 타국의 음식으로 잘못 알려진 한식까지 바로잡으며 단순한 요리 경연 쇼를 넘어 한식의 정체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문화적 장으로까지 기능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 한식이 감정의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예능에서는 창의적 요리와 시각적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더불어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한식의 활약

이제 한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벗어나 K-콘텐츠의 핵심 언어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감정과 관계를 이어주는 정서적 장치로, 예능에서는 창의적 요리와 문화적 확산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화면 속 한 그릇 한 그릇이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정체성과 연대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팬들에게는 한식의 독창성과 매력을 각인시킨다. K-콘텐츠 속 한식은 이야기와 문화를 잇는 매개체이자 세계 속 한국의 맛과 정서를 알리는 든든한 주연으로 오늘도 스크린을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