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명절 신풍속도, 변화하는 추석상
하루 한 그릇
예로부터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리고,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나누던 ‘추석’. 삼삼오오 모여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던 분주한 풍경은 추석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명절 문화 역시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밥상 위에 오르는 음식은 시대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 공동체와 개인의 가치가 교차하는 또 다른 추석 식문화의 모습을 살펴본다.
추석의 새로운 주인공, 혼추족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추석을 홀로 보내는 사람들, 이른바 ‘혼추족’의 등장이다. 국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4 이상을 차지할 만큼 증가한 오늘날, 혼자 보내는 명절은 꽤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실제로 2024년 롯데멤버스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명절을 혼자 보낼 계획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혼추족이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귀성길의 긴 이동 시간과 심신의 피로,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한다. 더불어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관 또한 확산되면서 명절 연휴를 ‘휴가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간편하고 손쉽게, 명절 간편식과 배달

명절을 홀로 보내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음식 준비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손수 음식을 마련하는 풍습이 여전히 이어지는 한편, 이제는 모둠전과 잡채, 밤약밥과 같은 명절 음식을 편의점과 마트에서 간단히 구입해 차리는 모습도 흔해졌다. 특히 배달 앱을 통한 주문도 보편화되며 한층 편리하고 간단하게 바뀌는 중이다. 비슷한 명절의 사례로, 배달 플랫폼 요기요의 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설 연휴 동안 떡국 주문량은 60% 이상, 나물류 주문은 1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조리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전통 명절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명절상은 더욱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재미와 즐거움 더하는 ‘미코노미’와 ‘홈파티’

혼자라는 이유가 오직 간소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 든든한 추석을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기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코노미(Meconomy)’ 트렌드가 추석 식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다. 1~2인용 소포장 한우 불고기, 프리미엄 한과 세트, 전통주 및 주류 등이 명절 기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전통적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고, 가까운 가족, 지인과 모여 홈파티를 여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홈파티’ 관련 식기와 소품의 판매율이 크게 늘어나며, 이에 어울리도록 현대적으로 변형한 퓨전 명절 음식과 한식 안주류를 준비한다. 이는 명절이 과거의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형식, 이어지는 의미
오늘날의 추석상은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무대다. 혼추족의 간편식, 나를 위한 프리미엄 메뉴, 가족, 지인과 즐기는 홈파티 음식까지, 각자의 삶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음식이 지닌 본질적인 의미는 여전하다. 추석 밥상은 여전히 명절을 더욱 풍성히 채우고, 우리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나를 채우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이어지는 이 가치는 앞으로도 추석상을 더욱 정겹고 또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