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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Vol 30. 민어 - 전라도

'거름장'이라고 불리는 된장

한식기고문

2020/07/2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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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살펴보아도 우리처럼 발효음식을 많이 먹는 민족은 드물 것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발효음식으로는 된장․고추장․간장과 같은 장 醬 류, 김치와 장아찌 같은 절임류, 그리고 새우젓․멸치젓 등의 젓갈류가 있다. 이러한 발효음식을 가리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말하기도 한다.1)

그중에서도 된장은 한민족과 함께 고대부터 이 땅에서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토착 음식이었다.2) 된장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비중 있는 부식이었다. 그런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지금까지 된장은 우리의 식단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식이자 반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생활풍습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어 있는 안동의 된장은 크게 일반장과 별미장, 그리고 대체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장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된장이며, 별미장은 ‘듬북장(청국장)’과 같은 된장이다. 대체장은 된장을 만들어 먹지 못하던 가정에서 먹던 ‘등겨장’, ‘쪽장’ 등을 말한다.

조금 특별한 된장, 거름장

안동 지역에서는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먹던 된장이 있다. 바로 ‘거름장’, ‘걸금장’이라고 부르는 된장이다. 지금은 거름장을 찾아볼 순 없지만, 70대 이상의 지역 주민들에게는 꽤 익숙한 된장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름장은 ‘즙장(거름장의 표준어)’의 한 종류다. ‘집장’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거름장은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지역 일대에서 만들어 먹던 별미장의 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럼 왜 안동 지역에서는 유독 즙장을 거름장, 걸금장이라고 불렀을까?

거름장을 만드는 방법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누구나 ‘거름’이라는 단어를 통해 금방 유추해 알 수 있듯이 거름을 필요로 하는 된장이다. 거름을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자. 거름장은 제철 채소와 메줏가루를 함께 버무려 넣은 장독을 집 앞 거름 더미에 묻어서 삭히거나, 혹은 등겨 더미 속에 파묻어 곁불을 피워 숙성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나물 넣고 이래 끓인 거
단지에 마 삭하(삭혀)
단지에 삭한 거 봤어
단지에 많이 가지가지
이래 거름에 묻어
그래서 거름장이라 그런갑다
그랬겠다
거름장 만드는 거는 안 봤고
먹어만 봤지요


...

그래 했든동 뭐에 했든동
나물도 있고 이래 내놨는데,
그때도 철이 없으니
먹는 거만 다 먹었어
처음 먹어보니까 맛있지
싱겁지도 않고
나물 같은 거 하니까 맛있더라고
그때는 먹을 게 없으니
아무거나 다 맛있지



풍산댁, 79세 여

거름장 만드는 방법

경상도 지역에서는 겨울철과 봄철에 거름장을 봄철 별미로 만들어 먹었다. 안동의 농촌마을에서 거름장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1.
메주콩을 볶아 미리 준비해 둔다.
볶은 메주콩에 메줏가루와 소금을 섞는다.
무, 무청, 배추를 함께 버무려서 옹기 단지에 담아둔다.
옹기를 완전히 밀봉한 다음에 거름 더미에 묻어 둔다.
그리고 5∼6일 정도 숙성시킨다.

#2.
메주콩을 볶아서 가루를 만들어 둔다.
메주도 같이 갈아둔다.
볶은 메주콩가루와 메줏가루,
배추, 무, 고추를 함께 버무린다.
그리고 옹기 단지에 담아 왕겨 속에 파묻는다.
왕겨에 불을 지피고 하루 정도 삭힌다.

#3.
메주를 갈아 가루를 만든다.
메줏가루에 무, 배추, 고추 말린 것을 함께 넣어 섞는다.
그리고 솥에 은근한 불로 삭힌다.

#4.
메주콩을 볶는다.
쌀가루와 버무려서 메주처럼 시렁에 매달아서 말린다.
바짝 마른 덩어리를 빻아서 가루를 만든다.
그 가루에 고춧잎, 무, 배추, 시래기를 넣어
솥에 은근한 불로 삭힌다.

 

#1의 방법은 안동 지역의 할머니들도 직접 만들어 봤거나 본 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서 들어서만 알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름 더미에 단지를 파묻어 삭히는 것은 매우 오래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2, #3의 방식은 할머니들 모두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거름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1의 방식처럼 삭히는 것이 아니라 왕겨나 솥을 이용해서 하루 만에 삭혀서 만들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이 간단했다. #4는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는 #2나 #3과 다르지 않으나 메주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거름장임을 알 수 있다.

맛있는 장이자, 어른 공경의 음식

거름장은 국이나 찌개로 끓여먹거나, 또는 나물을 무쳐 먹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거름장’은 이미 그 자체로 조리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로 반찬으로 사용하였다. 연령대가 높은 안동 주민들은 대부분 거름장을 최고로 맛있는 된장으로 꼽는다.

거름장은 메주콩과 메줏가루 그리고 고추, 가지, 배추, 콩잎 등의 채소와 함께 버무려 은근한 불로 삭혀 만든다. 일반장과는 달리 채소에서 우러난 달달한 맛과 메주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렸기 때문에 예로부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름장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자체로 먹어도 될 만큼 짜지 않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그래서 며느리가 자주 거름장을 만들어 집안 어른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제철 채소와 함께 삭혀서 부드러우면서도 영양가도 높아 입맛이 없고, 기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최고의 별미였다. 이처럼 안동 주민들에게 있어서 거름장은 단순한 부식이 아니라 웃어른을 대접하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으며 별식이었다.

이제는 거름 더미에 파묻어 만드는 방식의 거름장은 볼 수 없다. 물론 음식문화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변화한다. 하지만 우리 음식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장류 문화는 음식을 통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된장 담그는 방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식진흥원, 문화재청을 비롯한 기관과 장류 관련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장류 문화’를 UNESCO에 등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음식의 전통성을 간직한 된장이 세계화 과정에서도 문화다양성을 보존하는 측면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전승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문화체육관광부 '100대 민족문화 상징', 2006
2) 배영동, '된장을 통해본 민족음식의 전통과 변화', 2002 참고


 

안일국 / 한식진흥원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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