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탱글한 자연산 바지락 바지락죽

매달 음력 1일과 보름이 되면 하섬이 보이는 변산 앞바다에 기적이 일어난다. 2km에 걸친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갯벌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이날이 변산 제일의 차지고 푸진 곳간이 열리는 날이다. 하섬 갯벌에는 조개가 지천이다. 그중에서 으뜸은 바지락. 청정 갯벌의 영양분을 듬뿍 빨아들인 자연산 바지락은 육질이 뛰어나고 해감이 적다. 특히 4-6월 산란기를 앞둔 바지락은 속살이 탱탱하고 통통하여 이곳 주민들이 바지락을 캐느라 가장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원래 변산반도 앞바다의 드넓은 갯벌에서 잡힌 바지락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특히 해창 갯벌은 육지의 민물과 바다의 짠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곳이었다. 갯벌 위를 걸을 때마다 조개들이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내면서 밟힐 정도로 흔해서 이름이 ‘바지락’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2009년 새만금 방조제가 지어지면서 갯벌은 점차 사라졌고 바지락 또한 자취를 감췄다. 다행히 하섬 앞 갯벌에서는 여전히 질 좋은 바지락이 생산되고 있다.

변산반도 앞바다의 드넓은 갯벌에서 잡힌 바지락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갯벌 위를 걸을 때마다 조개들이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내면서 
밟힐 정도로 흔해서 이름이 ‘바지락’이라는 설도 있다

하섬과 마주한 변산면 일대에는 바지락죽 전문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변산 명인 바지락죽>은 이 지역에서 인삼 바지락죽을 처음 팔았다고 자부하는 식당이다. 현재는 변산 토박이인 삼 남매가 함께 운영 중이다. 이 중 아들은 어릴 적 황달에 걸려 고생하다가 어머니가 2년간 손수 집 앞 갯벌에서 캔 바지락으로 만든 갖가지 요리를 먹고서 결국 병을 이겨내었다는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바지락은 우리면 육수에 시원하고 감칠맛을 더하는 천연 조미료. 된장국이나 칼국수에 바지락 몇 개만 넣어도 그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리에서 바지락을 주재료로 쓰기보다는 부재료로 사용하곤 한다. 반면 <변산 명인 바지락죽>에선 바지락이 주인공이다. 통통한 바지락살이 듬뿍 들어간 인삼 바지락죽부터 메밀과 함께 노릇하게 부친 바지락전, 살짝 데친 바지락살을 새콤한 양념에 무친 바지락회 무침까지. 어떤 요리에든 바지락이 인심 좋게 듬뿍 들어 있다.

부드러운 밥알과 함께 바지락살이 쫄깃하게 씹히는 죽은 
은은한 인삼 향 때문인지 삼계탕처럼 몸보신되는 느낌이다
톡톡 터지는 녹두와 달큼하게 씹히는 당근의 식감도 즐겁다

대표 요리인 인삼 바지락죽에는 바지락살과 6년근 진안 수삼, 1등급 쌀, 말린 당근과 표고버섯, 불린 녹두 등이 들어간다. 당근과 표고를 말리는 이유는 재료 본연의 단맛과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끓는 물에 쌀과 재료들을 넣고 끓이다가 쌀이 익어갈 즈음 맨 마지막으로 바지락을 넣는다. 바지락은 너무 오래 익히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바지락을 넣고 3분 정도 끓인 후 채 썬 인삼 고명을 곱게 얹으면 메뉴 완성이다.
부드러운 밥알과 함께 바지락살이 쫄깃하게 씹히는 죽은 은은한 인삼 향 때문인지 삼계탕처럼 몸보신되는 느낌이다. 톡톡 터지는 녹두와 달큼하게 씹히는 당근의 식감도 즐겁다.

탱글탱글한 바지락의 식감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바지락회 무침이 좋다. 쟁반에 한가득 쌓여 나온 바지락살에 눈으로 먼저 감탄하고, 새콤달콤한 과일 소스와 어우러진 바지락을 맛보면 미각으로 감동하게 된다.

Where to eat?
변산 명인 바지락죽
A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794
T 063-584-7171
H 08:00-19:30

글 정민아 <바앤다이닝> 에디터  사진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