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 기념 행사 스케치
한식 인사이트
지난 3월 25일, 서울 중구의 ‘한국의집’에서 ‘한국, 한식의 맛’ 행사가 열렸다. 2년 연속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글로벌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더 큰 가능성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스타 셰프들과 함께한 한식 토크 콘서트부터 개성 넘치는 한식 마켓까지. 한옥의 정취 속에서 한식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그 축제의 현장을 찾았다.
셰프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식의 내일
행사의 개막을 알린 ‘한식 토크’의 첫 번째 순서로 손종원 셰프가 무대에 올랐다. 전통 식재료에 현대적 해석을 접목한 독창적인 요리로 주목받아온 손 셰프는 한식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기 위한 과정은 전통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손 셰프는 전통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으로 포문을 열면서 전통 한식의 핵심 요소로 장과 김치, 나물을 꼽았다. 특히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나물 문화를 강조하며, 재료를 말리고, 데치고, 무쳐 나물로 조리하는 방식이 한식의 큰 차별점 중 하나라고 설명해 청중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다음으로 최근 미식의 흐름에 따른 개성 지역 음식의 가능성에 대한 주제가 이어졌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미식으로 여겨지는 요즘, 특유의 슴슴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돋보이는 개성 지역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청중의 이목을 끌었다.
한식의 본질을 되새기고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 통찰력 있는 셰프의 시선과 한식에 대한 애정 넘치는 청중의 참여가 어우러져 한식 토크의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었다.
사계절의 맛과 지역의 매력을 담은 한식
한식 토크의 두 번째 차례,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큰 화제를 모은 조서형 셰프가 ‘일상을 맛있게, 한식을 색다르게’를 주제로 무대에 섰다.
조 셰프는 1년 동안 약 200개의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로 운을 뗐다. “제 식당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제철 식재료의 맛을 매일매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재미를 나누고 있습니다.” 두릅과 돌나물, 열무와 배추 등 계절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각종 제철 식재료를 추천하며 토크 콘서트에 흥미를 더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전통시장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역별로 특색이 다른 식재료와 조리법 등을 소개하고, 더불어 지역의 식문화를 생생하게 접했던 전통시장에서의 일화를 들려주며 지역의 매력을 실감나게 전달했다. 알찬 질의응답까지 마친 후 토크 콘서트는 한식을 향한 열정으로 채워지며 더욱 값진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한옥에서 열린 화려한 한식 대잔치
토크 콘서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2부 ‘한식 마켓’이 시작됐다. 국내 유수의 셰프들이 한식 기반의 다채로운 음식을 선보이며, 작은 접시 위에 풍미와 개성을 담아냈다.
‘윤서울’·‘면서울’의 ‘찬면’은 녹두와 백태를 넣어 만든 면 요리에 동치미와 고기 육수를 곁들여 시원한 맛을 선사했고, ‘새벽종’의 ‘통영식 나물과 두부 비빔장’은 해산물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독창적인 비빔밥으로 눈길을 끌었다. 장작향을 머금은 닭고기에 불고기소스를 조합한 ‘남영탉’의 ‘한국탉’, 쑥과 원추리 등 봄나물을 활용한 ‘서울역곰탕’의 ‘봄곰탕’, 돌멍게와 햇미역, 단새우가 들어간 ‘정대’의 ‘한국의 봄 바다’, 민들레와 두릅 등 이색적인 재료를 활용한 ‘박광희김치’의 ‘한국 제철 김치’ 또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적인 맛을 표현했다.
한국식 디저트와 음료도 빠지지 않았다. ‘라뜰리에이은’의 ‘토종쌀 히오레’는 프랑스 디저트에 누룽지와 참깨 프랄리네를 더한 색다른 조합을 선보였고, ‘헤이븐’의 ‘너드 바질 스파클링’과 ‘시콤방아’는 한식과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감각을 드러냈다.
고즈넉한 한옥의 운치 속에서 방문객들은 각 부스를 돌며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골라 담았다. 각기 다른 맛을 경험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이어졌고, 한옥 마당은 어느새 한식을 주제로 이야기꽃이 핀 잔칫집이 되었다.
한식, 글로벌 미식의 중심으로
이날 행사를 통해 한식은 더 이상 특정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식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변주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 미식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엿보였다.
그리고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한식의 새로운 모습을 직접 확인하며 그 가치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한식이 단순한 전통 음식을 넘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경험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생히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