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네기실비 장호준 대표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맛있겠다!”라는 기대감이 담긴 탄성은 시각이 반응할 때 나온다. 그래서 음식은 입보다 눈이 먼저 먹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한 이유다. ‘네기실비’ 음식도 그렇다. 먹기도 전에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재료의 신선함과 맛은 기본, ‘네기실비’의 장호준 대표는 플레이팅에 가장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눈과 입 모두 만족도가 최상이라는 후기가 가득한 네기실비의 회 한 점, 한 점에는 통영에서 나고 자란 장 대표의 히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준비 중이라는 그를 만나 바다와 함께 만들어내는 한식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통영의 신선함에 아름다운 멋을 더한 한식, 네기실비
서울 광화문의 네기실비는 장호준 대표가 운영하는 ‘네기컴퍼니’ 중 하나다. ‘네기’는 일본어로 ‘대파’를 뜻하는데, 이름에서 보듯이 네기컴퍼니는 일식 기반이지만, 네기실비는 한식집이라는 것을 장 대표는 강조한다. ‘실비’라는 이름은 통영의 문화라고 알려진 ‘다찌’를 우리말로 바꾼 것인데, 술을 시키면 주인이 알아서 안주까지 만들어서 내주는 독특한 방식을 말한다. ‘네기실비’라는 이름에는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서울에서도 느끼게 하고 싶었던 장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통영에서 자랐고, 지금도 어머니는 통영에 계시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 수급이 가능하거든요. 제가 익숙하게 접했던 신선한 제철 해산물 요리에 네기컴퍼니의 멋과 감성을 더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네기실비를 열었습니다.”

네기실비는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실비집(선술집) 분위기는 아니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이런 느낌은 네기실비의 음식에도 묻어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보기에 좋은 음식을 추구하는 장호준 대표의 성향 때문이다.
“저는 맛있게 먹었다는 칭찬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음식과 플레이팅이 창의적이라는 반응이 더 기분 좋아요.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을 알아주는 것 같거든요.”
네기실비는 멋있는 음식을 맛있게, 풍성하게 먹는 곳이라 표현하고 싶다.

우리 회는 밥과 제법 잘 어울려요!
어릴 때부터 통영에서 자라면서 회를 정말 많이, 다양하게 먹어본 장 대표가 추천하는 회 먹는 법은 어떨까?
“저에게 회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거든요. 집에서도 자주 먹고, 친구들과 낚시해서 바로 잡아먹기도 했고요. 저는 밥이랑 먹는 걸 제일 좋아해요. 쌈에 고기 대신 같이 양념 된장이랑 먹는 게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자주 먹고요.”
그가 추천하는 회와 밥의 조합은 생선 초밥과는 다르다. 회만 먹는 것도 좋지만 깻잎, 배추와 쌈장과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회덮밥도 그가 추천하는 메뉴다.
흔히 회에 입문할 때는 초장 맛으로 먹고, 회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간장에 찍어 먹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회를 많이 먹고 만들어 본 그가 추천하는, 밥과 함께 먹는 방법은 회의 입문자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네기실비에서 선보인 회는 참치와 광어, 그리고 겨울에 맛있는 방어, 새끼참치, 피조개였다. 모두 우리 바다에서 잡은 것들이라고 한다. 장 대표가 직접 고른 소재로 특별히 제작한 멋스러운 나무 그릇에 회가 담겨 나왔다. 일반 접시에 올려진 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한 점, 한 점 정성스레 올린 게 느껴졌다. 특히 방어 뱃살이 가운데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궁금해졌다. 왜 방어는 겨울에 먹어야 하는 걸까?

통영을 맛보는 서울을 넘어, 한식을 맛보는 세계로!
장호준 대표는 요즘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막연하게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사람들을 만나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 중이다. 지금껏 사업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한식을 현지화하는 것이 요즘 그의 목표다.
“네기컴퍼니에 소속된 팀들 각각의 개성을 살려 운영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일식보다 한식에 좀 더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해외 사정에 맞춘 한식당을 오픈하기 위해 현재 미팅도 진행 중이고요. 아직 시작 단계지만,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한식을 알리고 싶어요.”

네기실비는 최근 플레이팅 콘셉트를 바꿔 손님들이 한 번에 더 많은 회를 즐길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장 대표는 상권에 대한 특성과 소비 성향 등을 고려하여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추진력 있게 실행에 옮긴다. 그래도 변하지 않고 지키는 것은 네기실비를 찾아 주는 손님들에 대한 마음이다.

서울에서 맛보는 신선한 통영을 넘어, 더 멀리 눈을 넓히게 된 그의 마음과 열정을 따라 이제 곧 해외에서도 네기실비의 멋있는 한식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