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광장

Communication Square

한식 읽기 좋은 날

2024
118

활기찬 날것의 맛, 회

컬러풀 한식

2023/12/28 16:42:28
|
1416

활기찬 날것의 맛, 회 계절의 맛을 기다리게하는 회의 매력 맞이글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에는 펄떡이는 생(生)의 활기가 넘실댄다. 손질한 생선을 날것으로 한점 먹으면 자유롭게 물속을 누비던 그 생이 파도처럼 입안에 밀려온다. 생선회는 고조리서에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삼면이 바다인 덕분에 지역과 계절마다 어획되는 수산물이 다채롭고 그만큼 먹는 방법이나 취향도 각양각색으로 자리잡았다.

알고 먹으면 맛도 배가 되는 법. 연말 연초 모임에도 빠질 수 없는 메뉴, 회의 세계를 탐험해보자.

회 사진 이미지

회,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을까?

불이 발견되기 전, 인류는 물고기를 잡아 날것으로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를 통해 여러 생선을 회로 먹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운송수단이 워낙 발달했지만 당시 수산물은 신선하게 운반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육류에 비하면 지역색을 더 띌 수밖에 없는 식재료였다. 그렇게 바닷가 지역을 중심으로 회를 먹는 문화와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생선회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 다채로운 변주 이미지

선도를 중요시한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근래까지도 주문과 동시에 살아있는 회를 바로 떠서 먹는 활어회를 으뜸으로 치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 토종 물고기 대부분인 흰살 생선의 쫄깃하고 단단한 식감은 활어로 먹었을 때 더욱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는 해안가 인근에 형성된 활어 횟집에서 바다의 짠 공기를 벗삼아 먹는 회를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 여겼고, 도심에서도 수조 속에 내가 먹을 횟감을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어야 괜찮은 횟집이라고 알아주는 분위기였다. 수산시장에서 직접 골라 위층 식당에 올라가 먹는 걸 즐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선어 이미지 사진

한편, 선어회는 활어로 유통이 어려운 어종을 얼음과 함께 유통하는 생선회로, 죽은 상태이지만 횟감으로 쓰기 충분히 좋은 신선한 물고기라는 뜻이다. 또, 숙성회는 산 생선을 내장, 뼈 등을 제거한 후 살코기만 숙성하는 방식이다. 숙성 과정을 거치며 이노신산이 발생돼 감칠맛이 더해지는데 이런 이유로 바닷가에서도 일부러 활어를 손질해 숙성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활어회냐 숙성회냐는 무엇이 더 맛있고 특별한가의 경중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같은 바다에서 건졌을지라도 천차만별 다른 생선의 특징에 따라 맛있게 먹는 기술이 다를 뿐이다.

선어회 회 써는 사진 이미지

“봄엔 도다리, 겨울엔 방어” 제철에 더 맛있는 계절 별미

육고기와 다르게 생선회는 계절을 탄다. 산란기, 선도 등에 따라 계절별로 맛있는 어종이 달라지는데, 사계절이 특히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다음 계절의 맛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도다리 사진

남해에 따뜻한 봄이 오면 제철 도다리를 맛보려는 이들로 붐빈다. 광어와 비슷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낚시꾼들은 ‘좌광우도’라고 눈이 오른쪽으로 쏠리면 도다리, 왼쪽으로 쏠리면 광어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포를 떠서 먹지만 뼈가 연해 뼈째회로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또한, 도다리와 더불어 봄은 우럭의 탄탄하고 쫄깃한 육질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갈치 사진 이미지

초여름부터 겨울오기 전까지는 갈치 시즌이다. 이때가 되면 낚시꾼들은 갈치를 잡으러 제주에 모여든다. 활어로 즐기기 어려운 생선이지만 제주에서 밤새 낚은 갈치가 다음날 아침 수산시장에 들어오면 신선한 갈치회를 먹을 수 있다. 은빛 신사의 우아한 자태처럼 갈치회는 담백하고 은은한 저만의 매력이 있다.

전남 바닷가 지역에서 주로 즐기는 병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여름철에 회로 먹는 맛이 일품인 생선이다. 6월 산란 전후 살이 오르고 뼈가 연해진 병어를 뼈째 어슷썰어 함께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통통 튀어 올라와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전어 및 과일 사진 등 이미지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생선은 바로 전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는 가을이 제철이다. 뼈째 썬 전어를 마늘과 고소한 기름 막장에 찍어 먹으면 활어의 쫀득한 맛과는 또 다른, 다소 거칠지만 정겨운 고소함이 밀려온다. 가을이면 열리는 지역 각지에서 열리는 전어 축제는 전어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바다의 보리’라 불리는 고등어 역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맛이 깊어지는 횟감이다. ‘국민 생선’으로도 불리는 고등어지만, 어획 즉시 죽고 죽자마자 붉은 살이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방어 회 사진 이미지

코끝 시린 겨울이 되면 방어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린다. 방어와 참치처럼 크기가 큰 생선은 크고 묵직할수록 대우받는데, 아랫배 부분의 기름기 있는 대뱃살 부위가 인기있기 때문이다. 입안에서 씹으면 스르르 눈 녹듯 형체 없이 사라지며 고소한 기름 풍미를 남기는 부위인 뱃살이 아니어도 두툼하게 썰어낸 붉은 살의 감칠맛 도는 식감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늦가을부터 겨울에 맛이 차오르는 숭어는 2월까지 즐기기 좋은데, 달고 차진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피로회복에도 좋다.

지금은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어종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제철에 즐기는 자연산 회의 가치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맛과 영양은 물론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제철 생선회를 통해 올 겨울의 정취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저마다의 개성으로 식탁 위 주인공이 되는 해산물

바다에는 생선 외에도 날것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산물이 존재한다. 이들에게서는 외려 더 풍성하고 진한 바다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오징어 회는 쫀쫀한 식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목을 타고 넘어갈 때까지 꿈틀거리는 생생함의 끝판왕 낙지 탕탕이는 촉각까지 자극한다.

제주 해녀가 갓 잡아온 싱싱한 맛으로 먹는 뿔소라, 바다를 삼키는 듯한 맛과 향을 가진 석화, 괜히 애국심을 불태우게 하는 독도새우 등 바다 내음을 물씬 풍기는 해산물은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주인공의 맛을 지닌 최고의 횟감이 된다.

그물에 얹혀져있는 뿔소라 및 새우 등 기타 해산물 사진 이미지

한 재료가 철마다 지역마다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회 말고 또 있을까? 계절의 맛을 기다리게 하는 음식. 올겨울엔 더 깊이 있고 새로운 회의 세계를 탐닉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문헌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박찬일, 달, 2019), <친애하는 인간에게물고기 올림>(황선도, 동아시아, 2019),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한창훈, 문학동네, 2010)

업무담당자
  • 담당부서: 디지털콘텐츠팀
  • 담당자: 신란희 02-6320-8433

번역 확장 프로그램 설치 안내

  • 1. 구글에서 웹스토어 검색

    구글에서 웹스토어 검색

    구글에서 웹스토어 검색

  • 2. Chrome 웹 스토어 접속

    Chrome 웹 스토어 접속

    Chrome 웹 스토어 접속

  • 3. 파파고 검색

    Chrome 웹스토어 파파고 검색

    Chrome 웹스토어 파파고 검색

  • 4. 확장프로그램

    확장 프로그램 -> 파파고 번역

    확장 프로그램 -> 파파고 번역

  • 5. 파파고 번역 Chrome 추가 확장 추가

    파파고 번역 Chrome 추가 확장 추가

    파파고 번역 Chrome 추가 확장 추가

  • 6. 번역 하기

    번역 대상 드레그 후 파파고 아이콘 클릭

    번역 대상 드레그 후 파파고 아이콘 클릭 번역 대상 드레그 후 파파고 아이콘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