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9. 남해 품은 食의 바다, 경상남도
감자탕의 원조라면, 태조감자국

태조감자국의 역사는 1958년 1월 24일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3대째 내려오며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명하다. 2대 주인인 어머니와 3대인 자식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가게 이름이 태조감자국은 아니었다. 원래는 부암집이라는 이름으로 돼지 뼈 전문점에 동태찜 같은 다른 메뉴들도 판매했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양돈업이 확장되고, 많은 노동자가 서울로 이주하면서 저렴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감잣국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원조집 논란이 생겨나자, 2대 주인인 이규회 씨가 '이곳이 원조 위의 태조'라는 의미로 <태조감자국>이라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왜 감자탕이 아니고 감잣국이라고 부를까? 원래 서울에서 자주 먹던 음식은 소뼈를 이용한 뼈 해장국이었는데, 1970년대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온 노동자들을 상대로 기존의 소뼈 해장국이 아닌 돼지 뼈를 우린 해장국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돼지 뼈를 이용한 해장국이 바로 감잣국이다. 감잣국은 처음에는 뼈 해장국처럼 뚝배기에 담아 먹었다. 그러다가 뼈를 진하게 우려내는 이미지를 더 강하게 주는 '감자탕'이라는 이름을 쓰는 집들이 생겼다. 이후 전골냄비에 담아 여러 명이 나눠 먹는 형태로 바뀌면서 지금의 감자탕집 형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태조감자국의 대표 메뉴는 당연히 감잣국이다. 처음엔 감자를 통으로 넣어주었지만, 간이 배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은 감자를 반씩 잘라서 넣었다. 돼지의 척추를 오랫동안 삶아내고, 감자와 돼지 잡내를 잡아주는 양념, 깻잎, 들깨를 넣고 함께 끓여내면 된다. 가게에 따라 깻잎이 아닌, 시래기나 우거지 등을 넣는 집도 많다. 겨울에는 유채를 넣기도 한다. 이 집은 보통 돼지등뼈를 쓰는 다른 감자탕집들과 달리 척추 전체를 쓴다. 등뼈와 목뼈, 꼬리뼈의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골고루 맛을 내기 위해 척추 전체를 쓴다고.

태조감자국이 61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때문이다. 2인분에 2만3천원부터 시작하는 다른 프랜차이즈 감자탕집들과 달리, 이곳은 2인분에 1만8천원 밖에 하지 않는다. 값이 저렴하다고 양이 적지도 않다. 2인분에 고기가 푸짐하게 붙은 뼈가 6덩이 나온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유지하는 비결은 오랜 세월 장사하면서 쌓인 공급처와의 관계도 한몫했을 것. 그리고 그 관계는 손님들과의 관계로도 이어져, 손님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감잣국을 먹어본다. 이 집만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국물이 시원하다는 점. 보통 감자탕집의 국물은 등뼈에서 삶아낸 육수의 콜라겐, 감자의 전분기와 들깨 등으로 걸쭉한 국물이 많다. 하지만 태조감자국의 국물은 비교적 걸쭉하지 않고, 시원한 편. 육수에 별다른 재료를 넣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고추, 양파, 쌈장이 전부다. 이 집은 감잣국 만큼이나 깍두기로도 유명하다. 대량의 깍두기를 직접 담그다 보니, 모 방송에 깍두기의 달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시원한 맛이 감잣국과도 잘 어울린다. 감잣국을 먹다가 양이 모자란다 싶으면, 수제비, 떡, 감자, 당면 등 다양한 사리를 추가하거나, 볶음밥을 먹을 수도 있다. 볶음밥은 김, 김치와 함께 밥을 자작하게 남은 국물에 볶아주는데, 살짝 눌어붙을 때까지 불을 끄지 않는다. 눌은 볶음밥은 맛도 있지만, 박박 긁어먹는 재미까지 준다.

태조감자국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감잣국집이다. 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선대 주인의 위트 있는 손글씨와 오랜 사진들을 보면, 1970년대 시장 한구석에 온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탁 트여있는 식당에 더위가 걱정된다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분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감자탕의 진짜 원조가 궁금하다면,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고 싶다면, 돈암시장의 태조감자국을 추천한다.
Where to Eat?
서울 돈암시장 감자탕 맛집 _ 태조감자국
A 서울 성북구 보문로34길 43
T 02-921-7667
H 10:00~01:00
블로그 m.blog.naver.com/qhs0801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ted_train_eat_drink
글·사진 박효성 명예기자(건강한食 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