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있다. 외관은 길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끌 만큼 현란한 홍보문구로 가득하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옛 시골집처럼 소박하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툇마루와 미닫이문, 나무 기둥을 보면 세월의 낡은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어난다. 벽면에 부착된 커다란 메뉴판과 함께 이곳이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 성동구 북쪽에 위치한 마장동에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있다. 마장동(馬場洞)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따져보면 조선 시대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말을 기르는 양마장이 있었던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마장을 흥인문(興仁門) 밖에 수축하였다. 마장리의 권농(勸農) 장수(張守)가 의창(義倉)의 조세를 독촉하여 바치니'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말을 길렀던 이곳에 마장갈비가 자리 잡은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5호선 전철역이 들어서면서 마장역 삼거리의 풍경이 바뀌었다. 낡은 저층 건물이 헐리는 자리에 어김없이 신축된 고층 건물이 우뚝 솟아났다. 그런데 마장갈비는 외관만 바뀌었지 내부는 예전 그대로다. 마장동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 촬영 섭외가 자주 들어온다. 최근엔 영화 ‘회사원’을 촬영했다. 손님 중에서 얼굴이 낯익고 친근해 보이면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들이다. 그런데 면전에서 아는 체를 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TV에서 보곤 “아 그때 그 사람이네”라고 소리칠 때가 많다.

마장갈비의 인기 메뉴는 왕돼지갈비다. 커다란 갈빗대에 양념장에 숙성시킨 고기가 붙어 나온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타지 않게 뒤집어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먼저 고기 한 점을 먹어보았다. 양념장이 배여서 돼지갈비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이다. 그런데 자꾸만 집어 먹어도 여느 돼지갈비를 먹듯이 질리지 않는다. 고기에 간이 되어 있어서 굳이 별도의 양념장에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넓적한 상추를 펼쳐서 상추 무침과 고기를 얹어서 상추쌈을 싸 먹으면 입안 가득히 숯불을 머금은 육향이 머무른다. 냠냠 씹으면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져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숙성된 맛이 입맛을 당긴다.

돼지갈비는 갈빗살 부위여서 기름기가 많은 데 비해 왕돼지갈비는 목살 부위여서 기름기가 적다. 특히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대다수의 손님이 왕돼지갈비를 먹은 후 소내장으로 만든 무침이나 전골을 먹는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물냉면과 누룽지를 시켰다. 고기를 먹은 뒤 단골로 먹는 메뉴다. 고깃집의 입가심 메뉴로 대충 만든 그런 냉면이 아니다. 냉면 육수를 그릇째 들고 들이키니 차갑도록 얼얼한 맛에 입안이 깔끔해진다. 육수에 담긴 뽀얀 냉면은 무채와 함께 먹으니 면발이 가늘어도 아삭거리는 맛이 있다. 고기를 먹어도 한국인의 밥상에 밥과 국, 김치가 빠질 수 없다. 밥 대신 구수한 누룽지를 국물과 함께 서너 술 뜨니 비로소 한 끼 식사가 마무리되었다.

36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한 자리에서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노포에 가면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의 맛으로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마장갈비의 돼지갈비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다듬어지고 숙성된 맛이 오늘에 이른다. 노포만큼 쉽사리 질리지 않는 맛이 있어 사람들은 또다시 마장갈비를 찾는다.

Where to Eat?
서울 마장동 갈비 맛집 _ 숯불 마장갈비
A 서울 성동구 마장로 292-1
T 02-2292-8588
H 10:3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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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윤혜숙 명예기자(건강한食 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