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2018
97

Vol 8. 자연 그래도 제주食

자연 그대로 제주食 ①

향토 미식 로드_낭푼밥상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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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중심으로 남, 북으로 나뉘어진 경기도는 한강 이북에는 산간지역이, 한강 이남에는 평야지대가 주로 펼쳐져 있다. 따라서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 밭농사와 벼농사가 활발해 농산물도 풍부하다. 땅에서 난 마로 색다른 전을 만들기도 하고, 바다에서 잡아 올린 참게와 산에서 캔 버섯으로 수제비를 만들어먹기도 한다. 풍부한 식재료로 만든 다채로운 음식을 자랑하는 경기 향토음식 5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빛 아래’가 방울방울 맺히는 제주살이. 쪽빛 바다 건너 남국은 물기 어린 낭만과 제주 여인의 고생사가 거친 풍랑 속에 뒤엉킨다. 구불구불 밭담 따라 번지는 투박하고 이국적인 말소리. 콩밭 매는 아즈망을 좇다 물질하는 해녀를 따르면 맑은 바당 위로 땀방울이 후드득 쏟아진다. 

"메밀 범벅과 깅이죽으로 마주한 제주다움.
물회에 된장만 풀면 진미가 됐고,
쉰밥이 쉰다리로 또 고소리술로 익어가는 사이 조냥 정신이 자라났다."

오순도순 이웃이면 그대로 삼촌이고 이모인 끈끈한 동네. 여름엔 보리밥, 겨울엔 차조밥을 낭푼 가득 담아 생선국에 나물 하나 놓고, 누가 찾아오든 빙 둘러앉아 밥상을 나눴다. 현무암이 뿌리 깊이 에워싼 척박한 화산섬. 구황작물로 버틴 지난날을 곱씹으면 가슴 한편이 이내 시퍼렇게 멍든다. 메밀 범벅과 깅이죽으로 마주한 제주다움. 물회에 된장만 풀면 진미가 됐고, 쉰밥이 쉰다리로 또 고소리술로 익어가는 사이 조냥 정신이 자라났다.
손질 없이 툭툭 끊어 쓰는 채소, 내장과 가시째 먹어버리는 생선. 생명철학이 꿈틀대는 매크로바이오틱 식사는 자연스레 제주 것이 되었다. 땅과 바다를 담뿍 퍼 올린 진짜배기 향토 음식. 제3세계 같은 변방엔 육지가 외면한 영겁의 희로애락이 아스라한 해무처럼 떠다닌다. 새별오름, 다랑시오름, 따라비오름을 부르자 꽃처럼 피어난 수풀 바람. 곶자왈을 점점이 수놓은 반딧불이가 날자 별빛처럼 제주가 반짝였다.

"땅과 바다를 담뿍 퍼 올린 진짜배기 향토 음식. 
생명철학이 꿈틀대는 매크로바이오틱 식사는 
자연스레 제주 것이 되었다. "

고된 시름 속 빛나는 지혜 제주의 한상차림

믿을 수 없을 만큼 소박하고 간결하다. 어떤 요리든 조리 과정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농사도 짓고, 물질도 하는 제주 여인의 바쁜 삶을 닮았다. 보리와 콩, 메밀, 고구마 등 구황작물조차 없었다면 허기진 속을 달랠 길이 없었다. 한편 팍팍한 토질에도 연중 따뜻해 우영팟(텃밭) 채소는 야무지게 잘 자랐다. 또 3월~4월이면 산고사리 채집 행렬이 여기저기 장관을 이뤘다. 부족하기에 더 귀히 여긴 식재료. 땅과 바다 맛을 속속들이 이해한 지혜는 소금과 된장만으로도 가능한 독창적인 요리를 완성했다.

‘진짜 제주’를 수호하는 제주 맛지기 낭푼밥상

갈치조림, 오분자기 뚝배기, 옥돔구이 등 육지 사람이 익히 아는 제주 별미가 ‘진짜’ 제주의 맛일까? 심지어 최근엔 지구 온난화로 제주 바다의 수온이 높아져 오분자기가 모두 사라져버렸는데도 말이다. 제주 향토 음식은 ‘관광 상품’으로 상업화되며 거의 전통성을 상실했다. 외지인의 기호에 맞춰 영남이나 호남의 자극적인 양념이 더해지면서 본래의 맛을 서서히 잃어갔다. 또 시대와 환경 변화로 과거 식탁에 오르내리던 토종 식재료가 자취를 감췄고, 제주 사람조차 얼큰한 갈치조림이 제주 것인 양 믿고 살았다.

"물어물어 여성농민회의 소규모 농장을 찾아다니며 
보물 같은 토종 식재료를 구했고, 요즘 사람 입맛과 다르더라도 
조리법의 70%는 정통 재래식을 고집했다. 
또 하나 하나 고유의 심심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상차림을 10가지 명인 코스로 재편성했다. "

2017년 기준 제주 관광객 1천 5백만 시대, 제주도 초대 향토 음식 명인 김지순 씨와 아들인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은 2000년도에 들어서며 뿌리를 찾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기록과 녹취로 모아온 자료를 기초로 제주인의 토속적인 일상식을 차근차근 재현해냈다. 특히 2000년 세운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을 통해 향토 요리 연구의 전문적인 고증도 거쳤다. 이토록 공들여 2016년 8월 세상 밖으로 나온 <낭푼밥상>. 제주의 땅과 바다를 그대로 담은 밥과 국, 반찬을 차려낸다. 물어물어 여성농민회의 소규모 농장을 찾아다니며 보물 같은 토종 식재료를 구했고, 요즘 사람 입맛과 다르더라도 조리법의 70%는 정통 재래식을 고집했다. 또 양념을 과하게 쓰지 않는 제주 요리 특성상 하나, 하나 고유의 심심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상차림을 10가지 명인 코스로 재편성했다. 단 담음새엔 모던한 감각을 녹여, 무심한 듯 재료를 늘어놓으면서도 여백의 미를 품격 있게 표현했다. 

"제주는 ‘국 문화’로도 식생활에 한 획을 그었는데, 
잡곡으로 채울 수 없는 허기짐을 뜨끈한 국으로 채운 것 같다. 
제주 사람이면 국 없이 밥을 못 먹을 정도다. "

<낭푼밥상>은 선조들이 먹던 방식대로 낭푼(양푼)에 여럿이 먹을 잡곡밥을 담아내는 게 기본. 시기별로 밥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5월~7월은 톳밥(보리와 톳), 8월~1월은 감저밥(보리와 고구마, 조), 2~4월까지는 지실밥(보리와 감자)을 맛볼 수 있다. 그중 톳밥은 까끌까끌한 보리알에 탱탱한 톳이 살짝 엉기는데, 착착 감기지 않아 찬찬히 씹게 된다. 그때 퍼지는 구수한 땅과 산뜻한 바다의 하모니. 4분의 3박자 왈츠를 추듯 리드미컬한 식감이 도드라진다. 국은 돼지의 견갑골 아래쪽 부분을 넣고 끓인 접짝뻬국과 미역을 주재료로 보말과 전복을 넣은 바릇국, 겨울엔 콩국이 인기다. 제주는 ‘국 문화’로도 식생활에 한 획을 그었는데, 잡곡으로 채울 수 없는 허기짐을 뜨끈한 국으로 채운 것 같다. 제주 사람이면 국 없이 밥을 못 먹을 정도. 나트륨 섭취가 육지 사람보다 높은 것도 남다른 ‘국 사랑’에 기인한다.

"놓치면 후회할 포인트는 우럭 콩 조림 국물. 
콩잎이나 호박잎을 싸 먹을 때 
쌈장으로 쓰면 짭조름한 고소함이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

에피타이저로 단숨에 오감을 당기는 건 샛노란 달걀 반숙. 제주 전통 스크램블로 참기름만 넣어 휘저었을 뿐인데, 담백하고 보드라운 풍미가 봄볕 같은 여운을 남긴다. 제주의 푸른 색채로 꾸민 샐러드도 인상적. 제주에서 오직 ‘나물’로 인정받는 배추를 주인공으로 삼삼한 푸른콩장 드레싱을 곁들이는데, 깔끔한 끝맛이 딱 입가심하기 좋다. 메인 요리로 대미를 장식하는 건 우럭 콩 조림. 돌우럭, 검은우럭으로 불리는 제주 우럭은 청정해역 출신으로 빨간 우럭보다 훨씬 깨끗하고 맛도 더 좋다. 봄과 여름철엔 콩을, 여름이 지나면 콩과 마늘장아찌를 넣고 조리는데, 특별한 양념 없이도 우럭과 콩이 맛있게 달아 자꾸 밥을 푸게 된다. 놓치면 후회할 포인트는 조림 국물. 콩잎이나 호박잎을 싸 먹을 때 쌈장으로 쓰면 짭조름한 고소함이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일일이 열거하기 벅찬 자연주의의 향연, 제주 낭푼밥상.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1%도 놓치지 않는 전통 조리법으로 
숙연한 존경심마저 자아낸다. "

생 표고버섯을 살짝 양념해 구운 날 초기구이, 고운 비주얼로 식욕을 자극하는 삼색전, 빙떡, 유자 무 초절임, 콩죽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벅찬 자연주의의 향연.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1%도 놓치지 않는 전통 조리법으로 숙연한 존경심마저 자아낸다. 사찰 음식에 비견되는 제주의 낭푼밥상. 유서 깊은 진짜 제주의 맛을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자.

Where to Eat?
김지순의 낭푼밥상
A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평화길 162
T 064-799-0005
H 매일 12:00-19:30(수요일 휴무)
W www.nangpoon.com

에디터 전채련  사진 윤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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