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7. 소박한 낭만 밥상, 강원도
마성의 막회집, 영덕회식당

세운 상가의 끝자락 충무로에서 큰 길 하나 안 쪽, 허름한 골목. 느즈막한 밤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자리는 좁은데 사람이 많아 구하기는 좀 어렵지만, 어엿하게 영업 신고까지 한 마성의 맛! 바로 영덕회식당의 ‘양념장’이다.


영덕회 식당을 즐기는 4단계 비법


1단계. 접시를 4등분한다. 첫 1/4의 막회는 양념 없이 어금니에 올려 씹는다. 하얀 미주구리는 첫 입에 다소 무미할 수 있지만, 씹을수록 뼈에 붙은 살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중간 중간 등 푸른 생선인 청어가 녹진하게 섞여 있어 황홀한 맛을 낸다.
2단계. 날 생선의 섬세한 맛이 지루할 때쯤 양념장을 조금 떠서 먹을 만큼만 막회에 비벼 호방한 맛으로 먹는다.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는 뇌쇄적인 맛의 영덕회식당. 미식가 사이에서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 마성의 양념장 때문이다. 일단 반짝이는 빨간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양념장을 회와 섞으면 생선의 섬세한 맛은 사라지지만, 강렬한 양념장은 소주와 최고의 마리아주를 이룬다. 이땐 갑작스레 기분이 좋아져 날김에 막회를 싸 옆 사람 입에 마구 넣어주게 될 정도.


3단계. 취기가 올라올 때즈음, 회를 비벼 먹을 밥을 시킨다. 밥을 시키면 냉면 그릇에 참기름을 뿌린 밥이 덜렁 나온다. 2차로 이 집을 갔을 때, 정말 뱃속에 코딱지만큼도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배가 터질 듯 불렀는데 이게 또 막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4단계. 앞서 이야기한 3가지 방법 중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고 또 먹는다.
오래된 노포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
잔뼈 굵은 이모들의 접객은 투박하다. ‘회’라는 장르와 어울리지 않게 위생도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오래된 식당에 모여드는 이유는 여기에 ‘산해진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이 노포 한 구석에 잠시 머무르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소주 잔을 따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시름이 좀 덜어진다. 물자가 풍족한 시대 막회는 앞으로 사라져갈 장르인 것도 같지만, 이 노포의 허름한 간판과 양념장을 떠올리면 막회가 사라질 날은 다음 세기에나 올 일 같다.
Where to Eat?
서울 막회 맛집 _ 영덕회식당
A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1길 6
T 02-2267-0942
H 매일 12:00-22:00
글·사진 한충희 명예기자(건강한食 서포터즈) 에디터 전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