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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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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 소박한 낭만 밥상, 강원도

소박한 낭만 밥상, 강원도 ➃

향토 미식 로드 _ 강릉 병산 감자 옹심이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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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게 빚어낸 한 알, 병산 감자 옹심이

쌀이 부족해 굶주리던 강원도 지역은 예로부터 감자와 콩, 옥수수 등이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그중에서도 감자는 쪄 먹거나 쌀과 섞어 밥을 짓기도 하고, 국수와 떡을 만드는 등 활용 가치가 높아 즐겨 찾은 식재료였다. 강원도 내륙의 기후와 토양은 감자 재배를 위한 최상의 조건. 특히 강릉 병산은 기름지고 물 빠짐이 좋은 들판이 펼쳐져 질 좋은 감자를 얻을 수 있었다. 강릉 향토 음식 ‘감자 옹심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자로 새알심을 빚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찹쌀 새알심보다도 좋아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옹심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감자 한 소쿠리와 멸치 육수가 전부. 껍질을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간 후 그 건더기를 보자기에 넣어 꼭 짠다. 감자에서 나온 물을 그대로 두면 바닥에 전분이 가라앉는데, 물은 따라 버리고 전분과 감자 건더기를 섞어 살짝 간을 해 동글동글 빚으면 완성. 멸치 육수에 바로 넣어 함께 끓이는데 속이 투명해질 때까지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동그랗게 빚는 게 기본이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탓에 최근엔 반죽을 수제비처럼 떼어 익히기도 한다.

껍질을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간 후 그 건더기를 보자기에 넣어 꼭 짠다.
감자에서 나온 물을 그대로 두면 바닥에 전분이 가라앉는데,
물은 따라 버리고 전분과 검자 건더기를 섞어 살짝 간을 해 동글동글 빚으면 완성

6개의 옹심이 식당이 모인 병산감자옹심이마을. 그중 <만선식당>은 멸치 육수를 내는 다른 집들과 달리, 들깨를 듬뿍 넣은 육수로 감자 옹심이를 만든다. 당뇨 예방에 좋고 항암 효과가 있는 들깨는 감자와 찰떡궁합. 조순희 대표는 6월 말이면 밭에서 수확한 감자를 저장해두고 사용하는데, 쫀득쫀득한 식감에 단맛이 도는 강원도산 조풍 감자를 주로 사용한다. 특히 같은 감자라도 흙에서 금방 올라와 수분이 많은 것보다 찬바람을 좀 맞은 걸 선호한다.

<만선식당>의 옹심이는 쫀득하면서도 거친 감자 결이 생생하다. 조 대표는 “믹서를 이용하면 더 곱고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저희는 강판의 원리와 비슷한 기계를 고집하고 있어요. 결이 살아 있어 감자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조심스레 비법을 밝힌다. 반죽에선 감자의 수분을 얼마나 빼는가도 중요하다. <만선식당>은 감자 건지의 수분을 짜는 걸 7-8회 정도 반복하는데, 많이 짤수록 갈변 현상이 적고 아린 맛도 덜하다.

믹서를 이용하면 더 곱고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저희는 강판의 원리와 비슷한 기계를
고집하고 있어요. 결이 살아 있어 감자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들깨 가루를 푼 육수가 끓어오르면 준비해둔 반죽을 수제비처럼 떼어 넣는다. 꽤 많은 양의 옹심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익는 시간을 맞추려면 바삐 손을 움직여야 한다. 먼저 들어간 옹심이가 너무 퍼져도, 늦게 들어간 옹심이가 설익어도 안 된다. 옹심이가 다 들어가면 칼국수 면과 호박, 당근, 파 등의 채소를 넣고 조금 더 끓여 완성. 들깨 국물을 한 수저 떠 칼국수 면과 옹심이를 올리고 잘게 찢은 김치 한 점을 더하면, 강원도 감자의 풍미를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들깨 국물을 한 수저 떠 칼국수 면과 옹심이를 올리고 잘게 찢은 김치 한 점을 더하면,
강원도 감자의 풍미를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선 민들조개로 맑은 육수를 내 끓이는 ‘째복 옹심이’도 유명하다.

Where to Eat?
만선식당
A 강원도 강릉시 공항길 46
T 033-653-1851
H 11:00~21:00(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에디터 전채련·홍수연  사진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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