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6. 게미 있고 곰삭은 멋, 남도 풍류
초록빛 청매실 익어가는 시절

WHAT IS IT?
삼국시대에 처음 정원수로 전해져 대략 고려 초부터 약재로 쓰였다. 약방의 감초로 안착하다 매실청을 담그기 시작하며 건강 만점 보조 식품으로도 등극했다. 탱글탱글 동그란 모양을 가진 6월 제철 과일로, 5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 맛과 향이 절정에 달해 점차 선명한 초록빛으로 무르익는다. 대표적 캐릭터는 신맛 즉 산도. 산미가 타액선을 자극해 침의 분비를 일으키는데 가장 실 때 딴 것이 약용 효과가 탁월하다.
『삼국지(三國志)』엔 침샘 도는 일화도 등장한다. 한여름 조조가 행군길에 나섰는데 병사들이 한없이 지쳐 거의 움직일 수 없자, “조금만 더 가면 매실 숲이 있으니 그늘에서 쉬며 매실을 따 먹으라”고 명하였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군의 입 안엔 침이 고여 목을 축일 수 있었고 사기까지 치솟아 결국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연한 녹색 껍질에 단단한 과육과 신맛이 강한 ‘청매’를 기본으로 향이 좋고 빛깔이 노란 ‘황매’, 삶은 청매를 햇볕에 바짝 말린 ‘금매’, 소금물에 절인 청매를 살짝 말린 ‘백매’ 등이 있다. 특히 덜 익은 청매를 지푸라기 불로 태워 햇볕에 말린 오매(까마귀매실)는 한약재 중 으뜸으로 친다.


WHERE TO GROW?
세계적으로 매실 생산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뿐.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따뜻한 전남 광양과 순천·해남, 경남 하동과 경북 영천에서 잘 자란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이 3박자를 이룬 전남 광양이 독보적. 겨울철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넘어가는 반음지와 섬진강의 새벽 물안개가 어미 같은 품을 내어준다. 마주보는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은 아비 같은 모습. 여름 남풍과 겨울 북풍을 보듬어 숨이 트이게 돕는다. 여기에 물 빠짐이 좋은 토질도 한 몫을 한다. 광양 청매실의 맛과 향, 산도가 최고인 시기는 6월 6일(망종 무렵)부터. 최근 기후 변화로 일찍 날이 따뜻해져 6월 4일부터 딸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실 과육은 수분 함량이 약 85%. 이른 새벽이슬을 머금을 때 따는 게 가장 질이 좋다.


HOW TO EAT
색이 선명하고 단단한 걸로 껍질에 상처나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농장 직구라면 갓 수확한 매실을, 매장에선 당일 입고된 매실을 구매할 것. 항간에선 매실 독을 염려하는데 열매가 덜 익어 씨가 깨질 때만 독이 있다. 씨가 깨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여물면 자연스레 독성은 사라진다. 즉 이미 유통 단계에 오른 매실 씨에선 독성을 찾기 힘들다. 매실은 껍질째 먹는 과실, 꼭지를 딴 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30분 정도 담갔다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이때 꼭지를 따지 않으면 쓴맛이 우러나올 수 있다. 매실청을 담그는 적기는 6월 6일~20일. 매실청으로 매실식초, 매실주, 매실고추장 등 발효음식을 만드는데 발효 시 약용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매실 특유의 풍미를 살린 매실쨈과 매실젤리, 매실식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GOOD FOR HEALTH
[동의보감]에 따르면 매실은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고 가슴앓이를 없앨 뿐 아니라 마음을 편히 다스린다. 또 갈증과 설사를 멎게 하고 근육과 맥박의 활기를 찾게 해준다고 쓰여 있다. 매실액(매실청)은 과거 가정상비약으로 불릴 만큼 가족의 오장육부를 책임졌다. 가장 큰 효능은 소화제. 개성 강한 신맛이 위액 분비를 조절해 위산 과다 완화는 물론 장 건강을 지켜 변비와 식중독에 따른 배탈을 잦아들게 한다. 다량 함유한 피루브산과 피크르산도 우월한 해독제. 간을 보호하고 강력한 살균작용으로 몸속 나쁜 균을 설거지하듯 비워낸다. 매실은 유기산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 서양식 식습관으로 산성화된 몸을 건강한 약알칼리성으로 바꿔주는 디톡스 효과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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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이물질만 들어가지 않으면 5년 정도 섭취할 수 있다. 특히 2년 정도 숙성 후 음용하면 단맛과 향은 줄지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시큼한 맛이 몸에 좋을까? 나쁠까?
매실에 들어 있는 구연산과 사과산 등의 성분이 시큼한 맛을 내는 건데, 몸에 유익한 성분이므로 섭취해도 좋다.
냉장 보관과 상온 보관 중 어느 게 더 좋을까?
상온도 가능하다. 단 직사광선은 꼭 피할 것. 매실청을 숙성시키거나 보관할 때, 거품이 발생하거나 뚜껑이 터지는 건 대부분 고온 때문. 장기간 보관 시 장독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
맛있게 새콤달콤한 매실주를 담그는 비법은?
꼭지를 제거하고 물기를 뺀 매실을 유리병에 담아 소주를 부어 밀봉(매실 1kg, 소주 3.6ℓ)한 뒤 암실에 보관한다. 담근 지 3개월 후 매실을 분리하고, 매실주만 병에 담아 1년 정도 숙성시키는데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매실 양의 30% 정도만 설탕을 넣고 4주가 지난 후 소주를 부어 숙성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렇게 발효한 매실주는 향이 우수하고 풍미가 좋아 여성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에디터 전채련 사진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