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보석'이라 불리는 세 가지 열매가 있다. 바로 오미자, 구기자, 산수유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이 빨간색 열매들은 그냥 먹기보다는 한방 약재로 쓰이거나 달여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그 중에서도 더 동그란 모양의 오미자는 다른 열매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활용도가 높아 요즘에는 차와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로 시중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하는 오미자의 오묘한 빨간 매력에 빠져보자.

오미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분포되어 있는데, 예로부터 우리 것을 최고로 친다.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는 오미자가 우리나라 지역 토산물로 기재되어 있으며, 세종 때 오미자를 중국에 보내기도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또 오미자의 일본 이름을 '조선오미자'라고 했을 만큼 우리나라 오미자를 선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미자는 한반도 전역에서 생산되지만, 백두대간 산간 지대를 따라 재배되는 것이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경북 문경은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서 2006년, '문경 오미자 산업 특구'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 대표 오미자 생산지다. 그곳을 필두로 캐나다 등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붉은 빛의 영롱함에서 나오는 오미자의 효능은 <동의보감>, <의학정전> 등 옛 기록들이 증명하고 있다. 안 그래도 좋은 오미자, 우리나라 오미자라 더욱 좋다.

첫맛은 무척 상큼하고 새콤한데, 곧바로 달콤함이 입안에 머문다. 약간 매운 느낌과 쌉싸름하면서 짭조름한 것도 같다. 모두 오미자의 이야기다. 한 가지 맛으로 정의할 수 없다. 물론 미각이 예민하지 않으면 모든 맛을 다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은 각각 의미가 있어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본초강목>, <본초정화> 등에 따르면 오미자의 신맛은 폐와 간에 좋고, 단맛은 비장과 위에, 짠맛은 신장에 좋고, 맵고 쓴맛은 심장을 이롭게 한다. 오미자의 붉은 기운이 우리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오미자는 훌륭한 한방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오미자는 유기산이 많아 다섯 가지 맛 중에서도 신맛이 강하다. 이 신맛은 지친 사람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수분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오미자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특히 좋다.

그리고 오미자의 붉은 빛깔은 천연 색소의 역할도 한다. 무지개떡, 바람떡 등에 오미자 액을 넣으면 흰색과 섞여 보기 좋은 분홍빛을 만들어낸다. 오미자, 붉은 보석이라 불릴 만하다.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의 메뉴판에 오미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울 때 먹으면 더 좋은 오미자라, 에이드나 스무디, 빙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에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나오는 것이다. 아예 오미자를 간판으로 내세운 카페도 있다.

오미자가 이렇게 대중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달여 먹는 약재로 많이 사용되었고, 어른들이 주로 마시는 따뜻한 차의 재료로 익숙했다. 그런 오미자가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온 건 아주 반가운 일이다. 오미자 양갱, 오미자 화채도 이제 낯선 음식이 아니다.

8월, 가장 무더운 달이다. 차가운 음료를 많이 찾게 되는 이맘때, 배탈 걱정 덜어주는 오미자와 함께라면 더위쯤은 문제없을 것 같다. 집에서 만든 오미자 청에 시원한 탄산수와 얼음 가득 넣고 들이키면 청량하게 빨간 맛의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따뜻하게 즐겨도 여름에 좋은 오미자다.

참고문헌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의식주생활사전, 헬스경향, 건강다이제스트

사진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인스타그램(@mondrianseoulitaewon), 카페 오가다 인스타그램(@ogada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