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콩이 부리는 마법의 결정체, 두부
[컬러풀 한식] 순백의 우리 맛, 두부
최근 두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편의점에 두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우유, 케이크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마트에서도 두부면, 두부 파스타 등 두부 가공 식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얗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 때문에 평범하게 여겨지던 두부가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이 취향과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식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두부의 가치도 재평가 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치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을 갖춰 건강하면서 동물성 식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환경보호에도 이로운 두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순백색의 평범한 모습이지만, 알고보면 엄청난 잠재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두부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MZ 세대를 사로잡은 두부의 신선한 반란
강원도 강릉에는 유명한 두부마을이 있다. 바로, '초당두부마을'.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부친 허엽이 이곳에서 처음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호를 따서 마을 이름을 '초당'이라 했고, 지금도 초당두부는 바닷물을 응고제로 사용하고 있다.
두부를 만들 때는 보통 마그네슘, 칼슘이나 천일염을 석출해 나온 간수를 응고제로 사용하는데, 초당의 바닷물을 응고제로 쓴다는 것은 그만큼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초당두부는 보다 깊은 풍미와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강릉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로 늘 초당두부가 꼽히는 이유다.
이처럼 전통을 고수하는 초당두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젊은 감성을 입은 디저트로 재탄생해 큰 호응을 얻었다. 쫀득하고 고소한 두부 젤라또나 두부 푸딩을 파는 이색 두부 디저트 맛집들은 강릉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두부의 이런 변신은 MZ 세대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이유식부터 실버 푸드까지” 전 세대가 사랑하는 두부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에 영양까지 갖추고 있어, 씹고 삼키는 것이 어렵고 소화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위한 이유식과 실버 푸드로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뿐 아니라 채식과 글루텐 프리(gluten-free) 열풍이 불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두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밥 대신 으깬 두부를 넣은 유부초밥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하고, 고기를 대신한 두부 스테이크, 두부 강정 등의 메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밀가루 파스타면 대신 두부면을 사용한 다이어트 요리도 인기다. 고기와 밀가루의 대체제 역할로 부상 중인 두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덕분에 두부를 활용한 음식들은 계속해서 더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사가 증명하는 두부의 풍부한 영양
두부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 말기에 원나라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다만, <세종실록>, <산림경제> 등의 문헌의 두부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중국과 일본에 우리 기술을 모두 전해주었다는 기록을 통해 두부 제조법과 조리법은 조선시대에 와서 발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출소 후 두부를 건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두부에는 새하얀 색깔처럼 선한 사람이 되어 다시는 감옥에 가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출소한 주인공 금자에게 두부를 건네는 장면도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다.
출소자에게 두부를 건네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라는 의견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에게 손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소화가 잘되고, 비싸지 않은데 영양까지 갖춘 두부를 먹게 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양학적인 이유에 두부의 순백의 색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까지 더해져 출소 후에 가장 먼저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런 상황에서 두부를 대체할 만한 음식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의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변화무쌍 신비로운 두부의 세계
두부는 콩과 물, 간수(응고제)로 만들어지는데, 탄생 과정은 재료만큼 간단하지 않다. 하루 정도 적당히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내면 콩의 10배 정도 되는 물을 넣고 끓인 뒤, 간수를 첨가해 응고시키고 다시 물을 빼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열 시간, 응고제의 종류, 굳힐 때 누르는 힘의 크기 등에 따라 네모난 모두부부터, 몽글몽글 순두부와 연두부, 그리고 비지까지 식감도 모양도 모두 다른 다양한 두부가 태어난다.
우리는 쉽게 으깨지는 두부의 특성에 빗대어 정신력이 약하다는 의미로 '두부 멘탈'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이 말은 더 이상 쓰면 안 될 것 같다. 영양이 꽉 채워져 있는 두부는 부서진다 해도 결코 쓸모 없어지지 않는다. 그 상태로도 다양한 음식에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두부는 강함과 무한한 확장 가능성까지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한 두부의 내일이 더욱 기대가 된다. 오늘 저녁은 순백의 매력을 가진 두부 요리로 우리 집 식탁에 건강한 재미를 주면 어떨까?
참고문헌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주간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