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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인 듯 과일 아닌 채소 이야기

[컬러풀 한식] 알록달록 열매채소 이야기

2023/05/31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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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먹자!" 엄마 목소리에 달려간 식탁에는 빨간 토마토와 하얀 참외가 예쁘게 놓여 있다. 그걸 보고 여기에 과일이 어디 있냐며 따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이나 가지를 과일이라고 한다면 그건 어색하게 받아들여질 일이다. 모두 열매채소에 속하는 것들인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나무에서 나는 열매는 과일, 밭에서 나는 것은 채소로 분류하지만 우리는 아마 단맛이 나는 것은 모두 과일이라 해도 괜찮다고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과채류는 그만큼 사연도 많다.

1893년, 법정에 선 토마토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논쟁은 130년 전에도 있었다. 토마토는 이 논쟁으로 결국 법정에까지 오르게 된다. 1893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다. 당시 채소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법 때문에 세금을 내기 싫었던 수입상들이 토마토를 과일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공방까지 이루어졌던 것이다. 법원은 토마토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결론 내렸을까? 바로 채소였다. 토마토는 일반적으로 디저트로 먹지 않고 요리에 사용한다는 점이 판결의 근거였다고 한다.

그런 이유라면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디저트로 자주 먹기 때문에 과일이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과일 주스를 파는 가게 메뉴에 토마토 주스가 들어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디에 속한들, 어떻게 불리든 완벽한 영양소를 갖춘 세계가 인정한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치가 된 열매채소들

남미가 원산지인 토마토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봉유설>에 처음 기록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조선 선조나 광해군 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토마토는 씻어서 바로 먹거나 잘라서 설탕에 재워 냉장고에 뒀다 시원하게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렇게 어떤 양념도 필요 없고, 조리할 필요도 없어서 과일이라 해도 어색함 없는 토마토가 지난해에는 김치 주재료로 활용되는 모습이 tvN 예능 프로그램 <백패커>에 방영되며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한국인은 어떤 식자재든 김치로 만들어 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토마토 김치로 만들어 먹는 장면도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한동안 블로그에서는 토마토 겉절이 레시피 글이 유행처럼 번졌다. 김치가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이자, 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식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여름은 과일 김치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여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각종 과일을 활용한 김치 아이디어를 SNS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토마토 김치는 오이소박이처럼 토마토를 십자로 칼집을 내어서 안에 부추, 양파 등을 넣어 만들거나,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어린이들을 위해 배추김치 양념에 토마토를 섞어서 만들 수 있다. 아직 대중적인 김치는 아니지만 대표 한식인 김치의 주재료는 채소이기 때문에, 김치가 된 토마토는 채소에 더 가까워졌다고 해도 될 것이다. 참외나 수박 같은 열매채소들 역시 김치나 장아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역사 속 수박과 참외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은 중국을 통해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귀하고 값비싼 식재료였던 수박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게 된 건 일제강점기 이후로 보는데, 19세기 중반의 실학자 이규경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수박 껍질로 장을 담그면 무김치와 마찬가지로 좋은 반찬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박의 껍질을 반찬으로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씨 없는 수박이 개발된 이후, 노란 수박, 애플수박, 복수박 등 다양한 수박이 나오고 있다.

참외 역시 수박과 함께 여름 대표 열매채소 중 하나다. 인도 지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중국 화북지역에서 들어왔다. 참외는 진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참'에 오이를 뜻하는 '외'가 합쳐진 말이다. '진짜 오이, 최고의 오이'라는 뜻인데, <동의보감>에 참외는 진해 거담과 풍담, 황달 또는 이뇨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박과 참외는 둘 다 90% 이상 수분으로 이루어져 피로와 갈증 해소에 더없이 좋다. 올여름에는 다른 음료나 아이스크림 대신 얼음 동동 띄운 화채, 장아찌, 김치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수박과 참외로 시원하게 더위를 이겨보면 어떨까?

과일이었다 채소였다가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채소지만 과일 같기도 해서 활용도가 높은 열매채소.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달콤하게 먹을 때는 과일로, 고춧가루와 마늘 등을 넣어 김치나 장아찌 같은 반찬이 될 때는 채소로, 언제든지 변신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 그래서 열매채소를 과일과 채소의 의미를 합쳐 '과채'라고 부르나 보다.

열매채소는 더운 날씨에 잘 자라는 특징이 있어 여름이 제철인 것이 많다. 우리 땅, 우리 농부가 키운 신선하고 건강한 열매채소들로 여름을 다채롭게 즐겨보자.

참고문헌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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