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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채소소믈리에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음식은 골고루 균형 있게 먹어야 한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현대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소 위주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채소 반찬이 많은 한식이 건강한 이유다.
이런 채소들을 잘 고르고 더욱 맛있게 즐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직업이 있다. 바로 채소소믈리에. '소믈리에'라는 단어의 느낌과는 다르게, 어느 시골의 초록빛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채소를 키우며 사는 이연재 채소소믈리에를 만나러 다녀왔다.

조리법보다 중요한, 건강한 식재료 알기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의 조용하고 한적한 논밭 길을 지나 더 깊고 높은 곳에 있는 '자연목장'에 들어서니 "음메~" 하는 소리가 먼저 반겨 준다. 한두 마리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디에서 들리는 건지 둘러보니 저 멀리 이연재 채소소믈리에가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고 있다. 장화를 신고 소여물을 주러 가는 남편의 모습도 보였다.



이연재 채소소믈리에는 종종 강의도 나가지만, 평소에는 목장의 목부로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남편과 함께 귀농한 지 11년 차, 이곳 목장에서 생활한 지는 5년이 되었다. 원래 사진 찍는 일을 했던 그녀는 평생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고민하다가, 누구나 먹으며 사니까 먹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채소소믈리에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요리 학원은 많은데 음식 재료에 대해 가르쳐 주는 곳은 없더라고요. 식재료는 보통 마트에서 구매하면 끝인데,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궁금했어요. 찾아보니 일본에 '채소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생기면 좋겠다 했는데, 얼마 후에 한국에도 그 과정이 개설된다는 것을 알고 2009년에 1기 수료생이 되었죠."

채소소믈리에는 채소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채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지식과 채소를 고르고 보관하는 법, 조리법 등의 정보를 전달해 준다. 그녀는 채소 중에서도 열매채소 몇 가지를 하나씩 보여 주며 좋은 채소 고르는 법을 알려 주었다.


"채소는 살아있다!" 하나의 생명체인 채소
그녀는 채소소믈리에 과정 첫 수업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채소는 살아 있는 존재라고 말하던 당시 강사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가르침이 지금의 삶을 있게 했다.
"저는 채소를 먹으면서도 채소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마트에서 사 먹는 것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그 얘기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그 이후, 채소를 직접 생산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마침 할아버지가 농장을 하고 계셔서 그곳을 오가며 귀농 준비를 했고, 결국 이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소와 닭, 오리들이 있는 목장 옆 다른 한쪽에는 텃밭이 자리해 있는데, 그 곳에는 나물, 각종 쌈 채소, 열매채소, 허브 등 70여 종의 식물과 꽃이 어우러져 자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밖으로 나와 밭을 쭉 돌아보며 채소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것이 그녀의 첫 번째 일과다. 말 그대로 채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채소들은 유기농도 아닌 자연농으로 생산되고 있어요. 목장에서 나오는 퇴비만 주고, 어떤 인위적인 것들은 전혀 없이 자연의 섭리대로 키우고 있거든요. 햇빛과 비, 바람, 자연이 직접 키우는 채소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잘 자란 건강한 채소들은 가족들이 먹는 식탁에 자주 오르곤 한다. 요즘에는 쌈 채소들로 비빔밥을 자주 해 먹는다. 마트에서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연재 채소소믈리에의 애정과 자연이 키워내는, 상품이 아닌 살아 있는 채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딸기를 기다리고 있다. 딸기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열매가 생기는데, 빨갛게 익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딸기 잎사귀와 꽃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귀하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알고 먹으면 더 좋은 우리 채소
비건(vegan)이라고 하는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지만, 정작 채소에 대해 잘 모르고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연재 채소소믈리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채소 바이블>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채소를 잘 고르는 법, 손질과 보관법, 채소 요리 레시피 등 채소에 대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담은 책이다. 조리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식재료에 관해 알려 주는 책은 많지 않기에 더욱 특별하다. 식재료를 제대로 알고 싶어 채소소믈리에를 시작했던 그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이연재 채소소믈리에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 한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 농가가 살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는 소비자의 힘을 믿습니다."

채소소믈리에로서, 그리고 자연목장에서 살아 있는 동물, 채소들과 함께 사는 행복 지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100점 만점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120점입니다. 정말 행복해요."
도시의 소음 대신 들리는 동물 울음소리, 매연 대신 식물들이 내뿜는 싱그러운 아로마 향기, 자연이 함께 키운 채소들로 채워지는 건강한 식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같이 누리는 가족들이 그녀가 행복한 이유가 아닐까? 이연재 채소소믈리에의 꾸밈없이 여유로운 미소에서 그 행복이 충분히 전해졌다.

참고 이연재 채소소믈리에 인스타그램 @jayeontt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