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2023
75

Vol 62. 양념이라는 깊고도 넓은 세계

경험과 배합의 미학, 양념장의 세계

지혜로운 한식

2023/03/29 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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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원재료는 별맛이 없어도 ‘이 맛’으로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양념장’이다. 한식을 이야기할 때 양념장을 빼놓을 수 있을까? ‘양념장’의 사전적 의미는 ‘갖은양념을 한 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양념장에는 한마디로는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확장성이 담겨 있다. 알수록 매력적인 양념장의 비밀을 확인해보자.

이현주(편집실) 참고자료 국립농업과학원 웹사이트 ‘농식품 올바로’, <조합과 비율의 예술, 양념장>(농촌진흥청)

소스와는 비교 불가

소스가 발달한 서양 음식과 달리 한식에서는 양념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양은 밀, 육류나 유제품을 주식으로 하고 굽고 끓이는 조리법이 발달해 이에 맞게 소금, 향신료 등으로 만든 액체 형태의 소스가 발달했다. 반면 우리 양념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념’과 간을 맞추는 ‘장’을 포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통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식초 등이 기본이 되는 우리의 양념장은 재료의 배합에 따라 새롭고 오묘한 맛을 낸다. 무엇보다 경험과 조화가 중요해 집집이 선호하는 양념장 맛도 다르다. 서양 소스는 제품화돼 있어 사 먹는 경우가 많지만, 양념장은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효음식과 신선한 재료를 섞어 만든다는 것도 양념장의 특징이다. 파, 마늘, 고추 등 신선한 재료는 간장, 고추장, 된장 등과 어우러져 새로운 맛으로 거듭난다. 이 밖에도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생강, 고춧가루, 참기름, 설탕, 소금, 깨, 후추, 물엿 등 수없이 많아 이들이 무한한 맛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누구나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는 그만큼 아무나 최고의 맛을 낼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도전, 양념장 만들기

한식의 양념장 종류는 간장·고추장·된장·젓갈·식초 양념장 등 기본이 되는 발효 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간장 양념장은 조림, 찜, 볶음, 구이, 무침 등의 조리에 많이 쓴다. 기본적인 간장 양념장은 간장(65)*, 설탕(34), 다진 파(21), 다진 마늘(16), 깨소금(4), 참기름(6), 물(54)로 만든다. 갈비찜, 불고기, 두부조림, 잡채, 궁중떡볶이 등이 간장 양념장으로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고추장 양념장에 주로 들어가는 재료는 고추장(71), 고춧가루(14), 간장(25), 설탕(29), 다진 마늘(26), 깨소금(5), 참기름(13), 소금(3), 물(14) 등이다. 볶음, 비빔, 구이 등에 주로 쓰이며 돼지고기볶음, 오징어볶음, 비빔밥, 비빔국수, 떡볶이에 사용한다. 된장 양념장은 된장(94)을 기본으로 고추장(32), 설탕(16), 다진 파(22), 다진 마늘(14), 깨소금(4), 참기름(18)을 넣어 만든다. 쌈장으로 먹어도 좋고, 참나물이나 상추, 우거지 등 나물, 무침에 잘 어울린다.

젓갈 양념장은 새우젓(128), 다진 파(30), 다진 마늘(21), 참기름(21)을 넣어 만드는데 찌개, 볶음, 찜 요리를 할 때나 곁들임 장 등을 만들 때 쓰면 좋다. 달걀찜이나 두부 젓국찌개, 애호박나물 등에 넣으면 감칠맛을 돋운다. 식초 양념장은 식초(104), 설탕(74), 소금(22)을 넣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초무침, 초절임, 초밥 등을 만들 때 상큼한 맛을 낸다.

양념장 중에서 가장 쉽고 자주 만들어 먹는 것은 아마 초간장과 초고추장일 것이다. 초간장은 간장(50), 식초(50), 설탕(40), 물(60)을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 만들면 되고, 초고추장은 고추장(112), 식초 (44), 설탕(30)에 꿀(14)을 추가해 만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기본 양념장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면 응용에도 도전해보자. 미리 만들어두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양념장은 불고기 양념장과 돼지불고기 양념장이다. 먼저 불고기 양념장은 간장·배즙·다진 파(4큰술), 다진 마늘·설탕·맛술(2큰술), 깨소금·참기름(1큰술), 후춧가루를 약간 섞어 만들 수 있다. ‘불고기 양념장’이지만 해물 요리를 비롯한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돼지불고기 양념장은 고추장·다진 파(3큰술), 고춧가루·다진 마늘·참기름(2큰술), 간장(1작은술), 설탕·물엿·통깨(1큰술), 생강즙(1/2큰술)을 넣어 만들 수 있다. 돼지불고기뿐 아니라 닭불고기에도 활용하면 좋다.**

한계 없는 맛의 창조

정확한 레시피로 완성되는 서양 음식과 달리 한식은 경험과 손맛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선 우리와 달리 음식을 만드는 이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 조리법이 정식으로 기록·전승될 수 있었고, 일찌감치 거장 요리사들이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며 요리를 산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가문마다 차별화된 고유의 음식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무수한 조합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양념장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요즘은 제품화된 양념장이 많아 요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양념장을 사서 쓸 수 있다. 그럼에도 그토록 많은 요리책과 방송 프로그램, 인터넷, 유튜브 등에 ‘비법 양념장’을 만드는 법에 관한 내용이 많은 것은 그만큼 특별하고 창의적인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

신기하게도 한식은 제아무리 레시피를 한 치 오차 없이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만들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내 손끝에서 무수하게 탄생하는 맛, 양념장에 한계는 없다.

 

*: 모든 단위는 g 기준이며, 양념장 200g을 만드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출처-농촌진흥청 농식품올바로 사이트(http://koreanfood.rda.go.kr/main)>

**: <혼자 먹는 식사: 잘 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 01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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