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23
75

Vol 62. 양념이라는 깊고도 넓은 세계

고소한 기름 냄새 솔솔, 모란전통기름시장

골골샅샅 맛여행

2023/03/29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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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중심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오일장이 열린다. 모란민속오일장이다. 날짜가 4와 9로 끝나는 날마다 열리는 오일장으로, 성남동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이 각 지역의 특산물을 들고 모여들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일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과 가장 가까운 성남이지만 여전히 옛 모습과 분위기, 감성을 오롯이 품고 있다.

글·사진 김정흠(여행작가)

모란장의 시작

모란민속오일장(이하 모란장)은 현재 성남시가 자리한 땅에 아무것도 없었던 196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개간을 주도했던 민간단체 '모란개척단'이 시장을 설립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장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형태인 셈이다. 이제는 성남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지명이 된 '모란'이라는 이름도 이들이 지었다. 모란개척단의 단장이었던 육군 대령 출신 김창숙이 자신의 고향인 평양의 모란봉에서 따왔단다. 일종의 민간개발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들을 위한 장터를 조성했던 것이다.

모란장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개장 시기가 늦은 편이었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남달랐다. 조선시대 당시 전국 15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던 송파장이 모란장 개설 직후 문을 닫게 되면서 그 기능과 수요를 이어받게 된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이후 광주대단지, 분당신도시 개발 등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주변에 대도시가 생겨나면서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북적이는 전통시장으로 손꼽힌다.

오래전부터 모란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상인들이 모여 장을 이루었다. 경기 동부와 남부의 드넓은 평야와 서울을 연결하는 절묘한 위치 선정 덕분이었다. 특히 곡물류나 과일류가 많았는데, 성남과 광주(경기도) 일대에 밭이나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는 이유였다. 복잡한 난전 형태였던 모란장은 지난 2018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기며 다소 깔끔하게 변모했다. 평소에는 공영주차장으로 쓰이는 땅을 장날마다 13개 구역으로 나누어 장을 연단다.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 만하다.

맛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우리의 전통 기름

모란장이 이처럼 현대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뒤로 이어지는 골목은 아직도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오일장을 찾은 인파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 보자. 구수한 기름 냄새가 흘러나오는 그곳으로 말이다. 이른바 모란전통기름시장이다. 100m 조금 넘는 골목길 양옆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생산, 판매하는 '기름집' 30여 곳이 한데 모여 있다. 언제부터 여기에 기름집들이 모이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란장이 자리를 잡고 확장했던 1960년대에 이곳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인근 지역에 참깨, 들깨 등 기름을 만드는 재료를 재배하는 밭이 많아 전국 각지의 보부상이 모이는 모란장에 기름집들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란전통기름시장에 수십 년째 자리를 잡고 성업 중인 기름집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가게마다 개성이 넘치고,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어디 그뿐일까. 기름의 맛도, 향도 성분도 조금씩 다르다. 깨를 볶는 시간, 온도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름집 주인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게마다 구체적인 제조법은 대를 이어 전해질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진단다. 말 그대로 며느리도 알려주지 않을 비밀 레시피인 셈이다. 그래서 모란전통기름시장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모란전통기름시장 입구에 도착하면, 양옆으로 도열한 30여 곳의 가게 앞에 수백 병의 기름병이 전시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천천히 거닐며 하나씩 살펴보자.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러 향을 맡아가며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곳에서는 다소 구하기 힘든 종류의 기름이나 재료들도 찾을 수 있다. 참깨나 들깨는 물론이고, 홍화씨, 동백, 살구씨 등등 다양한 재료로 기름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게마다 자체적으로 기름병을 제작해 더욱더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란전통기름시장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우리의 전통 기름은 음식 맛을 더욱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양념이자 조미료이며, 훌륭한 식재료다. 원재료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그 용도도, 맛도, 향도 달라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어떤 기름을 구매해야 요리에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상인들에게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십 년간 내공을 쌓은 전문가답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어느 요리에 사용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이곳에서 기름을 구한 뒤, 모란장에서 어울리는 재료를 구매해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일무이. 전국에 이처럼 기름집이 한데 모인 시장이 어디 또 있을까. 각자의 개성을 전통으로 이어 나간 덕분에 이곳의 기름집들은 지금도 성업 중이다. 모란전통기름시장을 찾는 단골들 또한 성남 일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들 정도다. 최근에는 갓 짜낸 기름을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심지어 고객을 위한 맞춤 제작이 가능한 가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름집마다 기름 짜는 설비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 기름 짜는 기계를 별도로 가동해야 할 정도의 대량 주문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점은 참고해두는 것이 좋다. 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을 위해 이러한 맞춤 주문 제작을 운영한다. 대량으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이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진한 기름이 필요할 때 모란전통기름시장을 찾는다.

국내 첫 ‘백년기름특화거리’가 되다

이렇게 30년 이상 영업해 온 곳만 해도 열 곳이 넘는다. 얼마 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모란전통기름시장의 기름집 열 군데를 '백년가게'로, 다섯 명의 상인을 '백년소공인'으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시장 전체를 국내 첫 '백년기름특화거리'로 지정하며 꾸준히 지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앞으로 환경 개선 등 현대화 사업, 판로 개척을 위한 홍보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단추를 끼운 곳이 '기름연구소 로스팅 랩'이다. 모란전통기름시장 내에 자리한 기름연구소 로스팅 랩은 상인들과 고객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상인들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랑방 역할도 도맡는다. 모란전통기름시장을 찾는 손님들 또한 이곳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통 기름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설명을 진행하기도 하며, 기름 로스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비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주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전통 기름.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언제든 모란전통기름시장에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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