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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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5

Vol 62. 양념이라는 깊고도 넓은 세계

꿀보다 달콤한 우리 속담

속담 속 한식

2023/03/29 15: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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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은 음식 자체에서 나는 맛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잠을 달게 잤다’처럼 기분 좋은 일을 표현할 때도 쓰이고, '벌을 달게 받아라'처럼 기꺼이 해야 하는 일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음식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맛, 옛날에는 어떻게 단맛을 냈을까? 우리 속담을 통해 알아본다.

차예지(편집실)

어디에나 찰싹 붙는 엿처럼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엿이나 찹쌀떡을 선물하는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역사를 짚어보면 무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풍습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과거시험장 안까지 들어와 엿을 파는 장수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에는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들에게 엿을 함께 들려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현대로 오며 시험장 문이나 벽에 엿을 붙여 합격을 기원하거나, 수험생에게 엿을 선물하며 시험에 꼭 붙으라고 응원하는 문화가 됐다.

‘화롯가에 엿을 붙이고 왔나’라는 속담은 점성이 세 어디든 잘 붙는 엿을 뜨거운 화롯가에 붙여두고 왔냐는 말로, 급한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온 사람처럼 마음이 조급해 보인다는 뜻이다. 화롯가에 붙은 엿은 열기로 인해 금방 녹게 될 것이니 말이다. 비슷한 의미로 ‘이불 밑에 엿 묻었나’, ‘솥뚜껑에 엿을 놓았나’처럼 뜨거운 사물에 엿이 붙어 있는 모양을 속담으로 풀어낸 사례도 여럿이다.

예부터 달콤한 별미 간식이었던 엿은 다른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당시에는 귀하게 여겨졌다. ‘달기는 엿 집 할머니 손가락이라’라는 속담은 엿 맛이 달다고 해서 엿을 파는 집 할머니의 손가락까지도 단 줄 안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마음이 혹하면 좋은 것만 보이고 나쁜 것은 안 보인다는 말이다. 한번 맛보면 중독되는 엿의 단맛에 홀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장옷 쓰고 엿 먹기’는 겉으로는 점잖고 얌전한 체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 데서는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옷은 조선시대 일반 부녀자가 사용한 내외용 쓰개를 말한다. 즉, 이 속담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몰래 엿을 먹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의 사리사욕을 꼬집고 있다.

그래도 엿보다는 꿀?

그러나 엿보다 더 좋은 것으로 비유된 것도 있다. 바로 꿀이다. 엿이 곡식을 이용해 만들었다면 꿀은 자연에서 온 그대로를 활용했기 때문에 여러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얻기 어려운 귀한 식재료였다. ‘엿 장사네 아이 꿀 단 줄 모른다’는 평소 귀한 것을 늘 보거나 겪으면,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만나도 그 진가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매일 엿을 먹는 아이는 그 맛에 길들어 엿보다 더 맛있는 꿀을 먹어도 귀한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속담을 보면 당시 엿보다 꿀의 가치가 더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중 꿀 한 식기 먹기보다 당장의 엿 한 가락이 더 달다’는 머지않아 찾아올 희망이 있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소소한 이로움만이 최고인 줄 알고 취한다는 뜻이다.

꿀은 우리 속담 안에서 늘 귀한 대접을 받았다. 현대에도 그 기원이 남아 있어 좋은 것을 뜻할 때 단어 앞에 꿀을 붙여 ‘꿀팁’, ‘꿀맛’ 등으로 쓰인다. 혹은 어떤 일이 쉽고 간단한 데 비해 큰 이득이 따를 때 그것을 ‘꿀’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귀한 꿀을 집에 두고 오면 얼마나 신경이 쓰일까. ‘집에 꿀단지를 두고 왔나’, ‘집에 꿀단지를 파묻었나’라는 속담은 마치 집에 귀한 무언가를 숨겨두고 와서 안절부절못하며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꿀단지 겉핥기’는 단지 안에 귀하고 맛있는 꿀이 있는데도 겉만 핥고 있다는 뜻으로, 사물의 속 내용은 모르고 공연히 겉만 건드리는 행위를 뜻한다.

꿀은 임금에게 올리는 귀한 품목이었던 만큼 ‘진상 가는 꿀병 얽듯’이라는 속담도 전해지는데, 무언가를 소중하게 동여매는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다. 정성을 다해 꽁꽁 동여매는 꿀병 속에는 귀하고 달콤한 꿀이 가득 차 있지는 않았을까.

내 입맛에 딱, 조청

‘엿 따위를 고는 과정에서 묽게 고아서 굳지 않은 엿’을 뜻하는 조청은 우리 한식에서 단맛을 내는 중요한 양념 중 하나였다. 곡물 안의 전분은 찌거나 삶으면 익게 되는데, 이것을 짜내어 만든 엿물을 불에 졸여내면 조청이 된다.

통상 쌀, 수수, 옥수수 등의 곡식을 이용해 만들지만, 고구마로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도라지, 생강 등 향이 나는 재료를 넣어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조청을 만들기도 한다. 끓이는 정도에 따라 농도를 조절해 어느 음식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정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잡곡을 이용해 만들 수 있으므로 내 입맛대로, 형편대로 만드는 맞춤 양념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조청에 얽힌 속담은 마음에 딱 드는 것을 만났을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인절미에 조청 찍은 맛’이란 말은 그 자체로는 별 단맛이 나지 않는 인절미에 내가 원하는 만큼 조청을 찍어 달게 먹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구미에 딱 맞고 마음에 드는 경우를 만났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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