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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9

Vol 59. 한국인과 찰떡궁합, 떡

4,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의 건강 별식, 떡

떡 그리고 한식

2022/12/29 17: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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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부터 시작된 떡의 역사는 현재까지 약 4,000년을 이어오며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인 동시에, 한국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특별한 한식, 떡에 대해 알아보자.

서동철(편집실) 참고자료 한국민족대백과, 두산백과, <K FOOD: 한식의 비밀>(디자인하우스), <속담 한 상 푸짐하네!>(박정아, 이덕화)

쌀이 주식이 되면서 깊어진 떡의 역사

떡이란 곡식을 가루 내어 반죽해 찌거나 삶고 또는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떡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떡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주재료가 되는 곡식의 유입과 농경의 시작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한국인이 주식으로 삼은 쌀과 보리가 한반도로 들어온 것은 신석기시대의 일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채집과 원시적 농경으로 수확한 여러 곡물을 편편한 연석에 갈아서 분쇄한 다음 토기에 넣고 물을 부어 가열한 ‘죽’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사용됐던 토기는 약했고, 오래 가열하면 할수록 흙냄새가 배어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죽 다음으로 등장한 곡물 요리가 바로 ‘떡’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청동기시대의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동기시대에는 토기를 빚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열성 높은 토제 솥과 시루를 제작했고, 이를 활용해 찐밥이나 떡을 만들어 먹었다. 한반도에서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2000년 즈음이니 떡의 역사는 약 4,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삼국시대 유물로 한반도 전역에서 시루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 떡은 죽을 이은 주식으로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기시대에는 또 한 번의 변혁이 일어난다. 본격적인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곡물의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절구·맷돌·디딜방아 등으로 곡식의 껍질을 벗겨내는 도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갈아먹는 분식이 아니라 낱알을 먹는 입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떡은 고려시대 즈음부터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별식으로 새로운 위치를 점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한반도의 떡 문화가 꽃을 피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이 사회 이념이 되면서 별식인 떡은 잔치 음식, 의례 음식, 명절 음식으로 발달했고, 이와 더불어 조리법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떡을 조리·가공하는 법이 확립되기에 이른다.

 

옹기시루 Ⓒ 국립민속박물관

약 200가지에 달하는 떡의 종류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떡은 당연하게도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농업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의례에 보편적으로 떡이 사용되면서 떡의 종류가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인 <산가요록>를 비롯해 <증보삼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만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조리법으로 떡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중에서도 ‘찌는 떡(증병)’은 떡 조리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떡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를 차지한다. 주로 곡물가루를 시루에 안쳐 증기로 쪄내는 조리법이다. 쌀가루와 팥, 녹두 등의 고물을 차례로 시루에 안쳐 켜를 이루어 찌는 시루떡, 쌀가루를 한 덩어리로 찐 설기떡,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깨, 밤 등의 소를 넣고 모양을 빚어 찌는 송편 등이 있다.

멥쌀이나 찹쌀의 알갱이나 가루를 시루에 쪄낸 후 절구나 안반에 떡메로 쳐서 만드는 ‘치는 떡(도병)’은 졸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설날에 먹는 떡국용으로 쓰는 둥글고 기다란 가래떡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멥쌀가루에 물을 내려서 쪄낸 다음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며 치댄 절편, 불린 찹쌀 알곡을 그대로 시루에 안쳐 쪄낸 다음 떡메에 쌀알이 뭉개지도록 쳐서 콩고물을 입힌 인절미가 있다.

찹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지는 떡(전병)’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전으로 떡 위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고명으로 올린다. 송편처럼 예쁘게 빚어서 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후 꿀이나 조청을 바른 주악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엔 더욱 좋다. 찹쌀가루나 수수가루 등을 반죽한 뒤 둥글납작하게 빚고 소를 넣어 지져낸 부꾸미도 있다.

‘삶는 떡(경단)’은 찹쌀가루 등을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주로 동그랗게 빚어 삶아내는 떡이다. 붉은 팥고물을 묻힌 수수경단, 콩가루와 흑임자가루 등으로 고물을 만들어 색을 낸 삼색경단 등이 있다.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한 오메기떡도 경단에 해당한다.

맛과 영양 뛰어난 건강 별식, 떡

떡은 쌀을 비롯한 곡식을 주재료로 견과류, 콩, 나물, 과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더해 만드는 음식으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쌀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공급하고,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찹쌀은 소화를 돕고 위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은 적은 대신 비타민 B1과 B2를 비롯해 인, 칼륨, 마그네슘,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는 것도 쌀의 특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쌀로 만든 떡에 항산화물질인 천연 폴리페놀이 포도 주스의 5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것이 거의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이나 고명으로 자주 쓰이는 콩은 쌀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잣, 호두, 밤, 깨 등의 견과류도 함께 많이 쓰이는데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해 건강에 유익하다.

 

여전한 한국인들의 떡 사랑

최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떡 소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떡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일상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설날, 추석 등 큰 명절에 떡이 빠질 수 없으며, 이사나 개업을 할 때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치레한다. 떡볶이는 출출할 때면 생각나는 분식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떡꼬치를 안 먹으면 섭섭하며, 라면이나 닭갈비 등의 음식에 떡 사리를 넣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빵보다 열량은 낮으면서 포만감을 주며 5대 영양소도 고루 갖추고 있는 떡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졌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떡을 디저트로 해석한 떡 카페가 등장하는 등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빵의 메뉴와 재료를 활용한 퓨전 떡도 인기다. 빵을 대신해 설기떡이나 기정떡으로 만든 떡 샌드위치, 케이크를 대신하는 떡 케이크, 떡 안에 크림을 넣은 크림떡 등이 젊은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4,000년을 이어온 떡의 도도한 역사는 앞으로도 면면히 이어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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