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2023
69

Vol 59. 한국인과 찰떡궁합, 떡

한국인의 일생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떡'

한식 상식 톡

2022/12/29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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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이 한국인의 일상을 함께한다면, 떡은 일생을 함께하는 음식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여 결혼하고 늙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 해의 절기와 명절이라는 특별한 시기마다 우리는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었다. 그 밋밋한 듯 은근한 맛의 떡은 누천년 동안 그렇게 담백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한국인의 삶과 나란히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다.

서동철(편집실) 참고자료 문화재청, 한국민족대백과, 두산백과, <K FOOD: 한식의 비밀>(디자인하우스)

떡은 좋은 날을 함께하는 ‘좋은 것’

쌀밥을 주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떡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됐다. 이러한 선조들의 생각은 떡과 관련된 속담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닌 밤중에 웬 떡?’ ‘남의 떡으로 선심 쓴다’ ‘잘되는 놈은 엎어져도 떡함지라’ ‘제 떡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떡이 상에 오르는 특별한 날은 한 사람이 한해와 일생을 살아가면서 기념해야 하는 일, 겪게 되는 중요한 고비들이 모두 해당한다. 먼저 아이가 태어나 100일이 되는 백일상에는 백설기와 팥수수경단을 올렸다.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을 상징하는 백설기에는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귀신을 물리친다는 붉은색의 팥수수경단은 아이의 삶에 있을 액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다. 백일잔치를 치르고 나면 그 떡을 백 집에 나누어 먹어야 아이가 복을 받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하여 많은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었다.

아이가 자라나 짝을 만나고 전통 혼례를 치르게 되면 양가의 화합과 축복의 뜻을 담아 봉치떡을 먹었다. 붉은 팥으로 만드는 찰시루떡으로 부부 한 쌍을 상징하여 두 켜로 안쳐 시루에 쪄내며, 찰떡처럼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찹쌀로만 만든다. 회갑상과 제례에 높이 괴여 올리는 고임떡은 집안 어르신을 존경하는 마음이 층층이 쌓여 있어 한국의 전통적인 효와 예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해의 주요 절기와 명절에도 떡은 빠지지 않는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설날에는 흰 가래떡을 썰어서 떡국을 끓여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고, 정월대보름에 찹쌀, 대추, 밤, 잣 등을 넣어 찐 약밥을 먹으면 한 해의 액운을 미리 막아준다고 생각했다.

꽃이 피는 봄, 음력 4월에는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고 그 위에 꽃을 올려 기름에 지진 화전으로 계절을 즐겼고, 5월 단오에는 쑥을 넣고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 무늬를 박은 수리취떡을 먹었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식물로 재액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으며, 수레바퀴처럼 앞으로의 삶이 술술 잘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겼다. 또 추석 때 먹는 대표적인 절식인 송편은 햇과일과 햇곡식을 수확한 뒤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음식이다.

 

충재 권벌 종가의 괴임떡 Ⓒ 문화재청

서애 류성룡 종가에서 송편을 빚는 풍경 Ⓒ 문화재청

떡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난 풍속들

이외에도 떡과 관련된 풍속들은 많다. 먼저 떡으로 점을 치는 ‘떡점’이 있다. 정월 대보름날 한 마을 사람들이 각자 쌀을 가지고 와서 모두 합해 가루를 만든 다음, 각자의 몫을 얻어 떡가루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깔고 한 시루에 쪄낸다. 떡이 쪄진 상태를 통해 신수를 점치던 풍속인데, 자신의 떡이 설익으면 불길하고 잘 익으면 길하다고 여겼다. 떡이 잘 익지 않아 불길한 사람은 액을 피하기 위해 그 떡을 먹지 않고 삼거리나 오거리 복판에 버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떡으로 점을 치는 풍습은 추석 때 먹는 송편에도 있다. 아낙네들이 송편을 빚으며 그 모양에 따라 처녀들은 미래의 남편을, 임산부들은 곧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점쳐보곤 했다.

‘똥떡’에 얽힌 풍속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옛날 변소들은 구멍이 크고 깊은 경우가 많아서 어린아이가 빠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변소에 빠진 아이들은 결국 죽게 된다는 속설이 있어서 이것을 면하기 위해 똥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변소 귀신을 위한 쌀떡을 100개 정도 만들어 변을 당한 아이가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때 아이는 “똥떡! 똥떡!”하고 외치며 되도록 많은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어야 그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풍습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사를 오거나 개업하면 시루떡이나 백설기를 이웃들에게 돌리며 인사치레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감사의 뜻으로 떡을 돌리곤 한다.

‘떡 만들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로 지난 2021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 및 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 떡 제조 방법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점, 지금도 생산 주체,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하여 떡을 만드는 전통 지식이 전승 및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정 이유로 꼽혔다. 떡은 한국인의 나눔과 배려의 상징인 동시에, 정을 주고받으며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을 매개하는 상징적인 음식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떡을 깊이 음미해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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