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57. 시간의 미학Ⅰ, 발효 그리고 김치
한식 원데이 투어 ‘김치 로드 트립’
김장을 하다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유정임 포기김치 명인의 설명을 듣고, 잘 절인 배추에 김치속을 넣는 외국인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들의 국적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멕시코, 몽골, 러시아, 베트남, 미얀마, 일본 등으로 다양했지만, 김치 등 한식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느 한국인 못지않다. 그날의 맛깔스러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글 서동철(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김치에 채소만 넣으면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해요. 이렇게 젓갈을 넣으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동시에, 아미노산이 만들어져서 김치의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김치는 담가서 바로 먹으면 김치가 아니라 샐러드에 가까운 겉절이입니다. 담가서 20일 정도 지나면 발효가 되어서 유산균이 1억 마리 이상 생겨납니다. 이것이 진짜 김치인 것이죠.”
지난 9월 28일,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외국인 대상 한식 원데이 투어’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유정임 포기김치 명인의 설명을 듣는 배재대학교 외국인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오후 행사에 참가한 20여 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배추를 절이는 방법, 찹쌀풀이 유산균의 먹이가 된다는 것, 고춧가루는 김치의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것 등을 배우고, 직접 김치를 담가보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한식진흥원 임경숙 이사장, 농림축산식품부 문지인 외식산업진흥과장과 한재석 사무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외국인 대상 ‘한식 원데이 투어’ 하반기 행사인 ‘김치 로드 트립’은 국내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9월 20일 서울의 한식문화공간 이음을 시작으로 25일 강원도 김해 김씨 200년 종택인 영원 조견당, 28일에는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재인 아산 외암 민속마을, 10월 6일에는 남양주 봉선사에서 각각 진행됐다. 각각의 행사는 오전 오후로 나뉘어 총 8회 실시됐으며, 손종원 셰프·안양순 종부·유정임 식품 명인·사찰음식 전문가 유화 스님 등 4명의 한식 전문가가 함께했다. 한편 한식 원데이 투어는 2021년 ‘팔도의 김치’를 주제로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는 ‘장’을 주제로 진행, 65개국 450여 명의 외국인이 참여하는 등 한식에 담긴 맛과 멋, 지혜를 널리 알리고 있다.
한식진흥원 임경숙 이사장은 “김치는 한국의 대표 발효음식으로서 수천 년간 한국인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으며,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며 “오늘 참가한 외국 학생들이 ‘한식 원데이투어’ 행사를 통해 이러한 한국 고유의 김치 문화에 대해 배워보고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