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49. 나물, 사람을 위한 음식, 자연을 살리는 음식
봄철에 꼭 맛봐야 할 ─ 봄나물
길따라 맛따라
재배 방법의 진화와 유통·물류 등의 발달로 이제는 ‘제철’에 대한 개념이 옅어지고 있지만, 제때 맛보아야만 그 진면목을 드러내는 식재료들이 있다.
봄철에 놓치지 않고 맛보아야 할 대표 산나물, 이맘때 먹으면 오롯이 취할 수 있는 제맛과 영양, 그리고 활용법을 전한다.
미각을 깨우는 달고 매운 달래
달래는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야생에서 주로 자라며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 불릴 만큼 마늘의 영양과 효능을 닮았다. 알싸한 마늘 맛, 매운 파의 맛, 양파의 단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달래의 풍부한 맛과 향은 나른한 봄철 춘곤증을 몰아내고 잃었던 미각을 되살리는 매력을 지녔다.
이 달래 특유의 맛과 향은 원기회복과 자양강장 효과가 있는 ‘알라신’ 성분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달래는 다량의 칼슘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잘못된 식습관으로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달래는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철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빈혈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달래는 돼지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더욱 좋은 식재료로, 돼지고기에 함유된 비타민 B1의 활성을 높이고 육류 섭취로 인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입맛 없는 나른한 봄날, 달래를 된장국에 넣어 끓이거나 다른 채소와 함께 무쳐내면 잃었던 식욕도 돌게 한다. 달래가 된장 잡내를 잡아주기에 요리 솜씨에 상관없이 향긋한 된장국을 끓여낼 수 있다. 또 봄동이나 오이와 함께 버무려내면 그 자체로 입맛 당기는 무침이 완성되며, 고기요리에 곁들이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간장에 잘게 썬 달래와 식초, 설탕, 깨소금 등을 넣어 만드는 달래장은 만능 양념장으로 각종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향긋함이 배가 된다. 또한, 마른 김 몇 장만 구워 따뜻한 밥을 놓고 향긋한 달래장을 넣어 먹으면 변변한 찬이 없어도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뿌리 특유의 식감과 깊은 향 품은 냉이
냉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고 번식력이 왕성해 봄이 되면 지천에 널릴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봄나물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나상구, 나생이, 나숭게, 나시 등으로도 일컫는데, 이렇게 이름이 다양한 것만 봐도 냉이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사랑 받는 나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냉이는 봄의 향미를 맛보기 위해 주로 국을 끓일 때 넣어 먹는다. 이외에도 죽을 끓일 때 넣거나 전, 김치 등에 활용되는 등 그 용도가 다양한데, 향이 깊고 진하면서 오래 끓여도 뿌리 특유의 식감이 살아 있어 튀김용으로도 두루 활용된다.
한방에서는 냉이의 뿌리, 잎, 줄기, 씨앗을 말려 약재로도 활용한다. 뿌리는 ‘재채’라 하여 소화 기능을 돕는 데 쓰이며, 씨앗은 ‘석명자’라 하여 오장의 기운을 돕고 눈을 밝게 해 주는 효능이 있다. 줄기나 잎은 말렸다가 태운 가루로 혈변 증상에 쓰기도 한다.
냉이는 잔뿌리가 많아 씻고 다듬는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잔뿌리에 묻은 흙을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음식에서 흙냄새가 남기도 한다. 이를 번거로이 여겨 아예 뿌리를 제거하고 줄기와 잎만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약효가 높은 인삼의 뿌리를 버리고 줄기만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냉이 고유의 그윽한 향과 맛은 뿌리를 통해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물로 여러 번 깨끗이 씻어 뿌리까지 먹는 것이 좋다.
냉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작물로 자주 먹어주면 산성화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A, B1, C가 풍부해 원기를 돋우고, 피로와 춘곤증을 해소하는 데에도 좋다. 이밖에도 칼슘, 칼륨, 인, 철 등 무기질 성분도 풍부하니, 짧은 봄철 냉이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 맛과 영양 모두 취해보자.
머리를 맑게 하는 쌉쌀한 매력 지닌 두릅
봄이 되면 춘곤증으로 나른해진다. 그 나른함을 깨우는 것이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닌 봄철 산나물들의 특징이다. 두릅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특유의 향과 쌉쌀한 맛이 식욕을 두드린다. 처음에는 그 향이 너무 강해 도리질을 치다가도, 은근한 중독성이 있어 자주 먹다 보면 그 맛에 반하고 마는 것이 바로 두릅이다.
봄나물의 으뜸으로 치는 두릅에는 두릅나무 순인 참두릅과 땅속에서 자라나는 순인 땅두릅, 그리고 엄나무 순인 개두릅이 있다. 나무두릅은 강원도, 땅두릅은 강원도와 충청북도 지방에서 많이 재배한다. 한방에서는 두릅을 ‘목두채’라 하여 아침잠 떨치기가 어려운 사람이나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특별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두릅이 품고 있는 다량의 사포닌 성분 덕이다. 이 성분은 인삼, 산삼에 견줄 정도여서 항암,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혈당과 혈중지질을 낮춰 당뇨병을 예방하고, 대뇌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정신적 피로를 덜어주는 효능이 있다. 비타민 A도 풍부해 각종 질환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봄에 돋아나는 여린 순은 싹이 짧고 뭉툭한 것을 골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새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거나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물에 삶거나 데쳐야 쓴맛과 독성을 없앨 수 있다. 데친 나물을 쇠고기와 함께 꿰어 두릅 적을 만들거나 김치, 튀김, 샐러드 등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오래 두고 먹을 요량으로 소금 등에 절여 두릅장아찌를 담거나 얼리기도 한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쌉쌀한 맛은 개두릅이 참두릅에 비해 좀 더 강한 편이다.
푸릇한 봄의 젊음을 선사하는 쑥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함께한 역사가 오랜 산나물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산과 들에 쑥 향기가 짙게 배면 완연한 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쑥이 가진 독특한 향취는 ‘치네올’이라는 기름 성분 때문인데, 이는 체내 유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과 해독작용이 뛰어난 효과가 있다. 또한,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 기능을 도우며, 춘곤증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치네올 성분 외에도 쑥은 마늘, 당근과 함께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로 꼽힐 만큼 다양한 영양을 품고 있다. 비타민 B1, B6, 철분, 칼슘, 칼륨, 인 등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체내 탄수화물과 에너지대사를 촉진하고 해독 기능을 하여 피로 해소 및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주며, 요통과 신경통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비타민 C와 A 역시 풍부하게 들어 있어 환절기 감기 예방에 좋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므로 항산화 작용, 노화 방지 및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 쑥에 함유된 칼륨은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의 수축과 이완 기능을 개선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쑥의 탄닌 성분은 세포의 노화를 예방하고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도 쑥을 ‘애엽’이라 하며 그 약용 효과를 높이 보았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따뜻한 성질을 지녀 오래 복용하면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간 해독에 좋다고 보았다. 약재로 쓰는 것은 5월 단오에 채취해 말린 것이 효능이 가장 뛰어나다고 보았다. 가장 맛있고 좋은 쑥은 이른 봄에 솟아난 연둣빛의 연한 잎줄기다. 잎 색이 진하면 쓴맛이 강하고 식감이 좋지 않다. 예로부터 단옷날에는 쑥 잎과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절편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등 쑥은 떡에 많이 활용돼왔는데, 쑥을 떡에 넣어 만들면 쌀에 부족한 지방, 섬유소, 칼슘 등을 보완해주기에 영양 면에서도 좋다. 이외에도 도다리쑥국, 쑥 된장찌개 등 각종 국이나 찌개에도 잘 어울리며, 쑥 부침개, 쑥차 등으로도 활용된다. 쑥은 독한 향과 맛이 있으므로 삶아서 하룻밤쯤 물에 담갔다가 먹는 게 좋고 말려두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