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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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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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7. 새날, 새 마음을 담은 깨끗한 빛깔

희망찬 새해 첫날,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한 그릇에 담다

백미의 즐거움

2021/12/27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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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설날 아침에는 떡국을 끓여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떡국은 정초차례와 세찬에 빠져서는 안 될 음식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첫 음식이기에 웃어른이 아랫사람의 나이를 물을 때 “떡국 몇 사발 먹었느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떡국을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 하여 ‘첨세병’이라 이른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자료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세시풍속사전

 

유독 설날 떡국은 진한 양념을 피하고 하얗게 끓여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는 흰색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 신성함을 음식에 투영하려 
했던 우리 민족의 의도가 숨어 있다. 또한, 떡국의 주재료인 가래떡의 가늘고 긴 형태나 동전처럼 둥글게 썰어낸 모양을 통해 가족의 건강과 풍요로움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간절한 바람까지 엿보인다. 
2022년 벽두, 하얀 떡국이 품고 있는 다양한 뜻을 하나씩 들춰 볼 때다. 

 

우리 민족을 일컬어 ‘백의민족’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 유래에 대해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태양의 광명을 상징하는 흰빛을 신성하게 여겨 자랑삼아 입던 것에서 나중에는 온 민족의 풍습이 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설날에 흰 떡을 국에 끓여 먹는 것 역시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한 것이며, 떡을 둥글게 빚은 것은 태양의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니 새해에 상서로운 흰색의 떡국을 먹으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것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였을지 모른다. 본래 떡은 제사에 올리는 신성한 음식으로, 이를 국으로 만들어 나누어 먹는 것은 신성함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시도였을 터다. 
한편, 새해의 첫머리를 일컫는 ‘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낯섦’을 뜻한다는 설, ‘선날’ 즉 시작을 뜻한다는 설, ‘삼가다’의 옛말인 ‘섧다’에서 유래해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설,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에서 나이를 세는 ‘살’이 변형돼 ‘설’이 됐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무엇이 맞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은 낯선 연초,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함을 단단히 이르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쇠고기를 우려낸 감칠맛 나는 육수에 둥근 가래떡을 넣어 끓여낸 뒤 잘게 찢은 쇠고기와 달걀지단 등을 올려 담아낸 것이 ‘설날 떡국’ 하면 그려지는 일반적인 떡국의 차림새다. 하지만 떡국도 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다채로운 재료들과 만나 맛깔스러운 향토성을 품는다. 
바다와 면한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매생이, 굴, 새우, 조개 등을 넣어 바다 향 짙은 떡국을 맛볼 수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특산품인 초당두부를 넣은 떡만둣국이 설 차례상에 오르며, 제주도에서는 설뿐만 아니라 겨우내 모자반을 넣은 시원한 몸떡국을 해 먹는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토종닭을 간장에 조린 ‘닭장’을 국물 재료로 이용해 쇠고기 육수와는 또 다른 감칠맛을 뽐낸다. 
다소 낯선 떡국도 있다. 충청도 지역은 떡 대신 수제비처럼 떡 반죽을 뜯어 육수에 넣고 끓이는 날떡국이 유명하며, 황해도 개성 지역에서는 조롱박 모양의 조랭이떡을 만들어 넣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외에도 쌀농사를 짓기 어려운 북부 지역에서는 떡 대신 밀이나 메밀 등으로 빚은 만두를 넣어 국을 끓여 먹는 설 차림이 더 대중적인 풍경이다.



 

설날 온 식구가 먹고도 떡이 남아 냉장고를 채우고 있다면, 정월 대보름날을 기다려 다시 한번 꺼내 봐도 좋을 듯하다. ‘설 떡 먹기’는 주로 강원도와 전북 산간 지역의 풍속으로, 정월 대보름날에 한 해의 복을 얻기 위해 설에 만들어 놓았던 떡을 먹는 풍속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당일이나 전날 저녁에 설 떡을 먹으면 그 집안의 맏딸이 시집가서 잘 산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보름이나 지난 떡을 먹어야 하기에 지역에 따라 ‘딱딱한 떡 먹기’, ‘흰떡 구워 먹기’, ‘절편 먹기’ 등 다양하게 일컬어지는 이 풍속은 ‘정월 초하룻날 떡은 보름까지 먹어야 길하다’는 속담의 힘을 얻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 떡 먹는 방법도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딱딱하게 굳은 떡을 그대로 먹거나 다시 쪄서 먹기도 하고, 만둣국 등에 넣어 끓여 먹거나 찰밥에 넣고 함께 쪄서 먹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부럼 깨기’ 풍속처럼 부스럼을 없앤다는 믿음으로 설 떡을 먹기도 하지만, 정월 대보름날까지 남은 떡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먹고자 한 우리 민족의 지혜에서 비롯된 풍속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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