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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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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7. 새날, 새 마음을 담은 깨끗한 빛깔

떡국, 향토적 개성을 품다 ─ 방방곡곡 떡국 열전

길따라 맛따라

2021/12/27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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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다. 그렇다고 바로 나이 한 살을 더하여 말할 수는 없다. 떡국 한 그릇을 비운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 민족에게 떡국은 나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만큼 음식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정체성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전국 어디서나 새하얀 떡으로 떡국을 끓이지만, 지역마다 그 맛이나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지역이 품은 향토적인 맛과 멋이 떡국에도 개성을 부여한 덕이다.


 


깊은 쇠고기 육수와 탱글탱글한 떡의 조화  개성 조랭이떡

과거,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권에서는 조랭이떡국을 먹었다. 이는 본디 황해도 개성지방의 설음식으로, 떡국 떡의 모양이 누에고치를 닮은 것이 특징이다. 
조랭이떡은 가늘게 뽑은 멥쌀 가래떡을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자른 뒤 떡에 참기름을 발라가며 대나무 칼로 가운데를 눌러 모양을 만드는데, 이 독특한 떡 모양에 얽힌 속설도 흥미롭다. 아이들 설 저고리 끝에 액운을 막기 위해 걸고 다니는 조롱박에서 그 이름과 모양을 가져왔다는 설, 누에고치의 실처럼 한해의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기원의 뜻 이외에도,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사람들이 고려를 멸하고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에게 한을 품어 그 원망의 뜻을 떡에 담았다는 속설도 있다. 아울러 고려 이전부터 장사에 능했던 개성 사람들은 엽전 꾸러미와 닮은 조랭이떡의 모양을 보고 재물이 집안에 넘쳐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설날 아침에 이것을 먹었다고도 한다.
조랭이떡국의 육수는 쇠고기 사골과 양지머리를 사용해 끓이고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후 떡을 넣어 끓여낸 뒤 그릇에 담아 고명으로 양념한 쇠고기와 달걀지단을 얹는다. 쇠고기 육수의 감칠맛에 조랭이떡 특유의 식감이 맛의 조화를 이루는 조랭이떡국은 개성만두, 보쌈김치와 함께 개성지방의 3대 음식으로 꼽히는 향토 요리다. 
 

생떡의 부드러운 식감 더한 구수한 맛  충청도 날떡국

충청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가래떡 대신 멥쌀가루로 반죽을 하여 수제비처럼 장국 솥에 바로 넣어 끓이는 날떡국을 주로 먹었다. 반죽 떡은 가래떡처럼 찌는 과정이 생략돼 있어 ‘생(生)떡’이라 불렀는데, 이 생떡을 넣은 떡국이라 하여 ‘생떡국’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생떡을 만들 때는 멥쌀을 잘게 빻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 치댄 뒤 둥글게 굴려서 길게 만들어 어슷하게 썰어낸다. 반죽할 때 뜨거운 물을 넣는 이유는 반죽에 찰기를 더하기 위함이다. 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 함량이 높지 않아 점성이 있는 반죽을 만들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 익반죽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송편과 같은 떡을 만들 때도 익반죽으로 빚어서 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떡국은 떡 특유의 쫀득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떡국의 육수 재료로 흔히 떠올려지는 쇠고기 대신 날떡국은 다슬기를 듬뿍 넣어 국물을 맑고 시원하게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같은 충청도여도 서해안 인근 지역에서는 바지락이나 미역,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내 시원한 반면, 충북지역은 올갱이 국물에 된장을 풀고 아욱을 넣어 담백하고 구수하게 맛을 낸 올갱이날떡국을 많이 먹는다. 
한편, 날떡국은 충청도뿐 아니라 경상도 지역에서도 먹어 왔는데, 특이하게도 경상북도 경주에서는 설날 외에도 정월 대보름 전날 이른 저녁에 날떡국을 해 먹었다. 이는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 절식의 하나다.
 

담백한 감칠맛 뽐내는 닭 육수의 ‘한 수’ 전라도 닭장떡

전라도 지역에서는 설날에 쇠고기 대신 닭고기로 육수를 끓인 닭장떡국을 즐겨 먹는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이 떡국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과거,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는 꿩고기를 으뜸으로 쳤다. 고려 후기에 원나라의 풍속에서 유래한 매사냥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자리 잡으면서 매가 물어온 꿩으로 국물을 만든 떡국이나 만둣국, 그리고 꿩고기를 속으로 넣은 만두도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매사냥을 하지 않으면 꿩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에 서민들은 꿩고기 대신 아쉬운 대로 닭고기로 떡국을 끓였다. 
닭장떡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닭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간장을 넣고 조리는데, 이 닭조림을 일컬어 ‘닭장’이라 한다. 간장이 잦아들 정도로 조려지면 찬 곳에 두어 굳혔다가 필요한 만큼 덜어서 떡을 넣고 물을 부어 끓여내면 닭장떡국이 완성된다. 
만드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지만, 그 국물은 닭고기에서 우러나온 감칠맛과 구수한 육수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닭장은 떡국 외에도 미역국 등에 넣어 끓여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남해의 싱싱한 향 가득 품은 한 그릇  경상도 굴떡국

남해를 부엌으로 둔 경상도 지역에서는 쫄깃한 식감의 굴을 넣은 굴떡국으로 새해를 맞는다. 쇠고기 대신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 깔끔하게 국물을 내고, 여기에 얇게 썬 가래떡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이후 싱싱한 굴과 두부를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달걀지단과 김 가루를 얹으면 바다의 풍미를 가득 품은 굴떡국이 완성된다. 
남해의 향을 가득 품은 굴떡국은 해산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굴은 겨울이 제철이어서 쫄깃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영양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떡국 떡의 쫄깃함까지 어우러져 없던 입맛도 깨울 듯하다. 굴떡국을 끓일 때는 굴 손질에 유의해야 한다. 수돗물에 씻어내기보다는 소금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으면 굴 고유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새우나 조개 등의 해산물을 더하면 더욱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굴떡국은 경상도 지역에서도 통영에서 주로 먹는 향토 음식으로, 바다와 면해 있는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도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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